캘리를 배우며 인연이 된 동갑내기 두 친구와 막창을 먹기로 했다. 같은 동네에 사는 78년생 말띠. 나이가 같다는 이유만으로 금세 친해지기는 쉽지 않지만, 비슷하면서도 다른 성격 덕에 셋은 어느새 ‘동갑내기 친구’가 되었다.
막창과 맥주로 시작된 수다는 차 한 잔으로 이어지고, 문 닫을 시간이 되자 아쉬움에 집 앞 도서관 벤치로 자리를 옮겼다. 그때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극F 성향인 친구가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빠, 비가 오는데 우산 들고 데리러 와줄래?”
“나 술 마셔서 못 가. 택시 타고 와.”
뚝. 전화를 끊자마자 셋은 “어딘지도 안 물어보네!” 하며 한바탕 웃었다.
이번엔 극T 성향인 친구 차례.
“나 여기 천상도서관 앞인데, 비 오니까 우산 들고 데리러 와.”
“웅, 알았어!”
단도직입적인 대화에 또다시 탄성이 터졌다. 역시 T답다며.
나는 집 앞이라 부를 생각이 없었지만 친구들이 부추겼다.
“한번 해봐, 그래도~.”
평소라면 “못 가”라고 했을 남편이라 망설였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를 걸었다.
“여보, 나 천상 입구인데 오늘 차 안 가져왔어. 비가 많이 오네. 우산 들고 데리러 와줄래?”
“나 버니 산책하고 이제 씻으려던 참인데…
그래, 알았어.”
순간, 가슴이 두근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말도 안 섞고 지냈는데, 화해한 뒤로 마음이 조금은 너그러워진 걸까. 친구들 앞에서 체면도 섰고, 무엇보다 기분이 좋았다.
남편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아 밤늦게 누군가를 데리러 다니는 게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다. 그런데 오늘은 선뜻 와주겠다고 한다.
‘참, 부부란 알다가도 모르겠다.’
미워 죽겠다가도 이렇게 한순간에 마음이 풀리니 말이다.
우리는 ‘남편 테스트’를 하며 신나게 웃었다.
다음에 또 어떤 에피소드로 웃게 될지, 다음 만남이 벌써 기다려지는 동갑내기 친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