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에서] 3
백지에 얼굴의 주름을 그린다.
하나같이 계산된 선들이 모두 이질적이지 않은
완벽한 미소다
맥락도 진실도 없어 무의미할지라도
흐릿해져가는 우리의 오랜 약속을 떠올려
끝없이 지우개을 잡았다.
이제 붓을 들어 물감을 정해
이 색이 괜찮은지 너에게 물을 순 없지만
너가 보는 색에 내가 품은 감정이 느껴질까
성급한 덧칠로 수채화가 망가져간다
오늘도 나의 도화지는 불고 구겨져
그토록 추한 꼽추가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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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꼽추>
윤그린 :: 그날의 여운
2019 겨울, [프랑스 파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