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꼽추

[프랑스 파리에서] 3

by 윤그린


백지에 얼굴의 주름을 그린다.

하나같이 계산된 선들이 모두 이질적이지 않은

완벽한 미소다


맥락도 진실도 없어 무의미할지라도

흐릿해져가는 우리의 오랜 약속을 떠올려

끝없이 지우개을 잡았다.


이제 붓을 들어 물감을 정해

이 색이 괜찮은지 너에게 물을 순 없지만

너가 보는 색에 내가 품은 감정이 느껴질까

성급한 덧칠로 수채화가 망가져간다


오늘도 나의 도화지는 불고 구겨져

그토록 추한 꼽추가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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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꼽추>

윤그린 :: 그날의 여운

2019 겨울, [프랑스 파리에서][


<노트르담의 꼽추> 초판 :: Notre-Dame de Paris, a painting by Luc-Olivier Merson, ca. 1881
Jean-Pierre Beckius, Notre Dame,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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