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평의 추억(2)

시선에 따라 달라지는 우리의 기억(2)

by 금머릿

그날 밤. 같은 시각.


어쩐지 나는 잠을 통 이루지 못했다. 그 덕분에 골목에서 들리는 자그마한 대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제가 어제 여기에서 소매치기를 당한 거예요.”


젊은 여성의 말소리였다.


“아, 네. 정말 많이 놀라셨겠어요. 당분간 저희가 집까지 안전히 모셔다드릴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나는 깜짝 놀랐다. 여성을 안전하게 데려다주는 남성이 있었다. 누굴까? 얼른 이부자리에서 나와 창밖을 내다보았다. 2층에서 내려다보니 제복을 입은 남성 두 분이 여성 한 분을 사이에 두고 저쪽으로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나도 모르게 안도의 숨을 내뱉었다. 방범이 허술하다고 불평했던 이 동네에 저렇게 시민의 안전을 위해 밤늦게까지 수고해 주시는 경찰이 있다는 사실이 참 안심이 되었다.


그 뒤로도 나의 동네 적응기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좋았다가 싫었다가를 반복했다. 마치 지금 나의 하루하루가 좋았다가 싫었다가를 반복하듯이.


가끔 그때의 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꺼낼 때가 있다. 중학생인 딸아이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떠 보인다.


"엄마, 너무 무서웠겠다."


고등학생 아들은 그때 아빠가 그 여성을 도왔는지에 대한 여부를 묻는다.


"나라면 당장 뛰어나가서 소매치기범을 잡았을 거야."


라는 근거 없는 영웅심을 드러낸다. 대학생인 큰아들은


"경찰이 피곤했겠네."


공직에 대한 제 생각을 한바탕 쏟아 놓는다.


같은 사건을 두고도 제각각 반응이 다른 아이들을 보며 나는 미소를 짓곤 한다. 어떤 일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그 일이 갖는 의미는 참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경찰 아저씨가 참 잘생겼었어.”


마무리를 그렇게 지으려 했더니 남편이 쌍심지를 켜고 달려들었다.


“뒷모습밖에 못 봤으면서 잘생겼는지 못생겼는지를 어떻게 알아?”


듬직한 뒷모습이 잘생긴 거라고 설명했지만 동의를 얻지는 못했다. 그저 다르게 파생된 주제로 가족들의 시끌벅적한 대화가 이어졌다. 시끄럽게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면서도 내 머릿속에서는 그때의 일이 한동안 맴을 돌았다.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지만 여전히 생기가 돌았던 골목. 놀랐고 외로웠을 여성의 귀갓길에 동행해주었던 경찰 아저씨. 누군가 나에게 그 동네에 대해 어떻게 기억하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누군가는 어서 벗어나야 할 동네로 보았던 그곳이 나에게는 그저 잊지 못할 추억의 동네일 뿐이라고. 사랑하는 이와 드디어 헤어지지 않아도 되는 신혼집이 있던 곳. 지대가 경사지고 가팔라서 다리가 굵어졌을지언정 언덕 위에 있던 학교를 오가던 여고생 때를 추억할 수 있던 곳. 집과 집 사이의 거리가 촘촘해서 절대 외롭지 않았던 곳. 무엇보다도 선물같이 큰아이가 우리에게 찾아왔던 곳...


이렇게 유의미한 추억들로 가득한 동네일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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