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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요섭 Jul 18. 2023

모두를 위한, 그러나 그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오늘의 한 문장 읽기, 명언 비평(20)


"가장 엄격한 법은 때로는 가장 가혹한 불의가 되기도 한다."_벤자민 프랭클린

The strictest law sometimes becomes the severest injustice._Benjamin Franklin


1.

  '엄격한 법'은 오래된 도덕이다. 차이를 환대할 수 없는 완고한 경직성. 정의의 이름으로 행사되는 '가혹함'은 체제를 향한 비정상적인 열정으로 유지된다. 지배의 균열에 대한 무의식적 두려움에 비례하는. 칼을 휘두르는 집행관은 벌거벗은 줄 모른다. 직책 외에 어떤 덮개도 없는 이들의 성급한 말인성.


2.

  둔탁한 지배의 형식은 단순하며, 무모하기까지 하다. 칼 끝을 보는 것에 집중할 뿐인 낮은 자들. 잔혹한 폭력은 실체를 볼 수 있는 시선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이미 '불의'가 되었으나 체제를 떠받치기 위해 유지될 뿐인. 약자에게 '가혹한' 처사는 역설적이게도 지배를 공고하게 만든다. 무딘 칼날 아래 내맡겨진 생명, 호모 사케르.


3.

  완전히 새로운 '법'은 단 한 번도 제정된 적 없는 규율이다. 시도하는 순간 철회되고 만, 낯선 '도덕'. 모두를 향한 정의는 그들도 모르는 몫과 함께 사라질 뿐이다. 모두를 위한, 그러나 그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사건. 말인들은 진짜 정의를 도무지 이해하지 못한다. '가혹'하거나, 다소 '엄격'한 일상을 반복하는. 부조리한 세계는 항상 부재할 수밖에 없는 '진리'와 함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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