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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중심의 깜깜함으로 도착하는

「늙어감에 대하여」 장 아메리, '저항과 체념 사이에서' 읽기(16)

by 김요섭



1.

자라나는 '껍데기'는 죽어감의 형식이다. 고통으로 '경험'되는 차가운 진실. 숨어버린 정신적 자아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 채 강요된 통증을 수용당한다. '옷인 동시에 옷이 입혀진 몸통' 어딘가. '거부당한 세계'는 오직 텅 빈 중심의 깜깜함으로 도착한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한밤중'에 찾아오는 처절한 '깨달음'. '자기 소외'와 '자기 신뢰'의 아이러니 속에, '몸 자아'는 신음할 뿐이다.


2.

'진정한 자아'를 잊기 위한 발버둥은, 또 다른 자아로 시작된다. 한 밤의 통증으로 도착한 것을 쫓기 위한 끔찍한 사투. '노란 반점'과 '치통'의 형태는 감당할 수 없는 '환상'으로 당신을 괴롭힌다. '본래적 자아'는 '전혀 존재'한 적 없다는 서늘한 진실. 그러나 '젊음'으로부터 목적을 상실한 존재는 이를 인정하지 못한다. '불분명하게' 읽히고 마는, '주술 관계'를 찾지 못한 비문. 기구한 현존은, 단지 '저건 더는 내가 아니야' 속에 머물 뿐이다.


(89~9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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