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이해하고, 모든 곳을 품는, 아모르파티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영화 읽기 (7)

by 김요섭



1.

그녀는 '계산하는 장소'로 다시 돌아온다. 갑자기 이혼서류를 내미는 에드먼드. 화가 난 에블린이 서명을 마칠 즈음. 경찰관을 대동한 '디어드리'는 세탁소로 들이닥친다. 순식간에 자신이 쌓아 올린 중요한 관계와 경제적 토대를 상실하게 된 그녀. 느닷없는 압류 통보에, 그만 폭주하고 만다. 유리창을 깨부수며 난동을 부리다가, 경찰에게 제압된 에블린. 공무집행을 방해하고, 국세청 직원 폭행한 중범죄자가 되고 말 운명에 처하고 만다. 절체절명의 위기, 에드먼드가 디어드리에게 무엇인가 호소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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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에 에블린을 풀어주라는 이상한 결정. 디어드리는 세탁소 밖 의자에 앉았고, 에블린은 그녀를 따라 나온다. 남편에게 이혼서류를 받은 자신의 기억을 되살리며, 도리어 에블린을 위로하는 디어드리. 불가능한 이해는, 고압적이기만 했던 국세청 직원의 연약함 속에 갑작스레 도착했다. 서로의 깊은 상처의 공명으로 무마된, 도저히 수습될 수 없었던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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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영화는 손가락이 핫도그로 변하는 멀티버스로 다시 얽힌다. 자신의 검지를 서로의 입에 집어넣는, 에블린과 디어드리. 케첩과 머스터드는 사방으로 폭발하며, 상대의 얼굴을 적신다. 결코 사랑할 수 없었던 둘의 관계. 그러나 기이한 시차 속 그들은, 오직 사랑으로 충만할 뿐이다. 계산될 수 있음 저 멀리, 결코 계산될 수 없음의 전적인 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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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무능할 것이라 생각했던 남편의 진실한 대화에 응답한 디어드리. 결코 이해할 수 없음에 다가가는 무한한 대화는, 높음과 낮음을 거침없이 움직인다.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처럼 멀티버스를 넘나드는 그의 약함. 다시 시작된 에로스의 시차로 인해, 세탁소의 장소성은 완전히 탈바꿈된다. 낯선 화해로 충만한 공간이자, 무엇보다 아름다운 사랑의 신현(神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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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한편, 여전히 그들의 경계에 머무르는 조이에게. 에블린의 약함은 다가간다. 단 한 번도 시도된 적 없는, 발화의 시작. 그러한 그녀에게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조이. 그럼에도 계속된 에블린의 두드림에, 상처 입은 딸의 파르헤지아는 비로소 열린다.


"뭐든 될 수 있고, 어디든 갈 수 있잖아

왜 그런 곳으로 가지 않는 거야?

이곳은 그래봐야 상식이 통하는 것도

한 줌의 시간뿐인 곳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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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곳의 멀티버스와 달리, 아직 해결되지 못한 이곳의 상처. 텅 빈 부재로부터 공허한 울림은 에블린에게 전해진다. 거칠고 메마른 마음을 향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가서는, 오직 사랑 안의 주체. 그녀는 모든 부정성을 품으며 응답할 따름이다.


"그럼, 그 한 줌의 시간을

소중히 할 거야"


'그 모든 거절과 그 모든 실망'이, 가족을 위험하게 만들었던 만큼. 결코 이 순간을 부정하지 않는 아모르파티(Amorfati). 다시 한번 긍정하는 몰락이자 전적으로 다시 태어남은, 오직 사랑 그 자체인 모성 안에 머문다. 이 순간, '모든 것(everything)'을 이해하고 '모든 곳(everywhere)'을 품는 존재로부터, '단 한 번 발화되는(all at once)'.


"어디든 갈 수 있지만,

난 너와,

여기 있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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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곳에 있는 모든 것. 진리이자 사랑이며, 정의이자 아름다움은 지금 이곳에 충만하다. 단 한 번의 '올 앳 원스'로 인해, 마지막 남은 검은 베이글마저 산산조각 나고 만다. 전적인 부정성도 어쩔 수 없는, 저 너머에서 도착하는 어떤 절대. 진실한 사랑은 이제, 텅 빈 원형 거울 안을 가득 채운다. 다시 한번, 영원회귀로 향하는 멀어짐의 시간. 그럼에도 계속된 어루만짐은 그곳을 향하며, 기다릴 것이다. '당신으로부터 떠나는 것을 사랑하라'는 이상한 계시일 수 있는, 어떤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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