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영화 읽기 (6)
1.
타자를 향한 발걸음은 고착된 높음을 향한다. 계단 꼭대기에 있는 조부 투파키. 단 한 번도 오직 그녀인 채로 사랑하지 못했던 딸을 향해, 에블린은 걸음을 내딛는다. 길을 가로막는 빌런에게, 더 이상 폭력으로 응대하지 않는 사랑체(體). 기이한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은 계단을 올라서며, 각각의 마음을 꿰뚫는다. 그녀에게 직관되는 심연 깊숙이 숨겨진 고통. 에블린은 볼 수 없음 속에 도착하는 어떤 절대와 함께, 모든 것을 본다.
깊은 상처를 입은 이들을, 그인 채로 환대하는 에블린의 처방. 전적인 사랑을 선물 받은 이는 감당하지 못하고, 계속 쓰러져간다. 죽은 아내의 향기를 한 번이라도 맡고 싶어 하는 이에게는 향수를 뿌려주고. 사랑했던 라쿤을 잃어버린 이를 위해서는 그의 방식대로 찾아 나서는. 그들은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황홀한 구원의 순간을 맞이한다. 오직 불가능한 사랑을 향해있는, 그녀의 모든 어루만짐.
2.
라쿤을 찾아 나선 이의 다리 힘이 풀리자, 그를 업고 뛰는 다중 우주 속 에블린. 이 순간, 모든 곳에 모든 것과 함께 있는 그녀는 오직 사랑 그 자체가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에블린의 바깥에 있는 조부 투파키. 심지어 알파 조이는 계단 꼭대기에 생성된 검은 베이글 안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돌덩이처럼 무감한 존재가 되려는 사랑 없음.
에블린이 이를 저지하려 하자, 갑자기 손을 뻗는 것을 막아서는 아버지. 절대 악이 완전한 무로 수렴하도록 내버려 두자는 말에, 에블린은 그를 빤히 쳐다본다. 비로소 시작된 파르헤지아의 순간. 그녀는 단 한 번도 물어보지 않았던 말을 시작한다. '그때, 왜 나를 버리셨냐'라고 묻는, 딸에게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하는 아버지. 그녀의 손을 놓으며, 조부 투파키에게로 가도록 물러날 뿐이다.
3.
검은 베이글 속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에블린은 조이의 팔을 잡는다. '그 모든 거절과 그 모든 실망'이, 자신을 '이곳으로 이끌었던' 것을 서늘하게 인정하며. 그녀는 다시 한번 강하게 딸을 끌어당긴다. 억세게 저항하며, '그저 돌이 되려 하는' 조부 투파키. 그러나 에블린은 그녀를 향해 몸을 던진다. 자신을 피하려다가 절벽으로 떨어진 돌이 된 딸을 향해, 함께 투신하고 마는, 전적인 건너감.
그러나 에블린의 몰락으로도 다 막아지지 않는. 이미 시작된 완강한 부정성은, 계속해서 베이글 안으로 둘을 끌어들인다. 속수무책으로 끌려 들어가는 딸과 엄마. 바로 그때, 뒤에서 누군가가 에블린을 감싸 안는다. 병약한 아버지의 '약한' 두 팔. 사랑의 시차는 새로운 양자 얽힘으로 그들을 연결시킨다. 다시 뒤를 이어 빌런이었던 자가, 아버지를 감싸 안는. 계속 뒤잇는, 오직 그곳을 향한 끌어당김. 기이한 연대는, 타자에게 무감한 전적인 공허로부터 모두를 구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