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투시하는, 전적인 사랑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영화 읽기 (5)

by 김요섭



1.

또 다른 멀티버스에서 알파 웨이먼드의 죽음. 다중 우주를 넘나들며 온갖 빌런들을 막아내던, 그의 마지막은 이제 돌이킬 수 없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조부 투파키와 추종세력들의 총공격이 시작되고. 국세청 로비로 수많은 적들이 중무장한 채 밀려들어온다. 그러나 그들을 상대하기에 너무도 무능한 남편 웨이먼드와 에블린.



둘 밖에 남지 않았으나 그들 안에도 위기가 닥쳐있다. 이미 조부 투파키의 공허에 마음을 빼앗긴 에블린. 아버지에게 버려진 해소되지 않은 상처를 꿰뚫어 본, 악의 유혹에 그녀의 마음은 다시 닫히고 말았다. 언제 공격당할지 모를 절체절명의 위기. 여전히 혼란스러운 그녀를 향해, 웨이먼드는 대화를 시도한다. 다시 고착된 높음을 향해 호소하는, '할 수 있을 수 없음'이자 가장 낮음의 다가감.



"내가 아는 거라고는 다정해야 한다는 거야.

에블린, 제발 다정함을 보여줘.

특히 뭐가 뭔지 혼란스러울 때는..."



역전된 존재론적 남성성과 여성성. 그들의 기이한 엇갈림은 에로스의 시차를 불러온다. 결코 동등할 수만은 없는, 둘의 관계. 낯선 연결은 에블린의 진정한 사랑을 다시 일깨운다. 가장 약함 가운데, 높음을 받들었던 존재로의 해체적 귀환.



2.

조부 투파키의 명령에 기다렸다는 듯이 에블린을 향한 집중 포격이 시작된다. 최악의 위기 속에 현현한 약함이자 전적인 사랑. 에블린에게 도착한 높음은 그녀를, 무한을 향한 복수적 단수로 변신시킨다. 동시에 그녀 앞에서 집결하듯 멈춰버린 단수성.


에블린은 자신을 관통하려 했던, 총알들 중 하나를 돌려, 자신의 이마 정중앙에 붙인다. 갑자기 눈알로 바뀌고 마는 억센 물질성. 이는 영화 초반 웨이먼드가 세탁물에 붙였던, 장난감 눈알과 동일한 모습이다. 이미 죽고 없는 알파 웨이먼드를 향한 애도의 시선이기도 한.



그녀를 각성시키는 '돌이킬 수 없음'은 '새로운 눈'을 선물한다. 성가시고 쓸모없는 장난일 뿐이라 치부했던 눈알. 그러나 그 '불용'이 지금 이 순간, 최고의 무기가 된다. 결코 숫자로 환원될 수 없는 절대적 '사랑'의 신현(神顯). '신정의사랑아름다움'의 도착을 받든, 그녀의 심안은 이제 모든 것을 '투시'한다. 전적인 사랑의 힘으로 모든 것을 관통하는, 오직 당신을 향한 직관.



"당신은 사랑스러워요.

사랑스러운 점들은

언제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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