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섞갈린 영원 같은 찰나

「바쇼의 하이쿠」 마쓰오 바쇼 읽기(12)

by 김요섭



1.

여명이여

하얀 뱅어 하얀 빛

한 치(一寸)의 빛남

- 바깥에서 도착한 손님. 우발적으로 마주친 순간, 단 한 번의 사건은 시작된다. 한 치 앞도 모르기에 가능한 하얀 빛. 우리가 섞갈린 영원 같은 찰나.


2.

늘 보던 말을

새삼스레 바라보는

눈 내린 아침

-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의 변용. 새삼스러움은 유일무이한 감정이다. '입 속의 검은 혀'를 잘라내며, 뚝뚝 떨어지는 새빨간 피. 눈 내린 정원은 시리도록 하얗다.


(124~12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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