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이 닥쳐오는 늑대의 시간
『카르페 디엠 』 호라티우스 읽기(3)
'내일 무슨 일이 닥칠지 묻지 마라
운명이 가져다주는 날들은 덤이라 셈하라
청춘이 달콤한 사랑을 마다할쏘냐?
너도 춤을 추어라
푸르른 너에게 아직 침울한 백발은
저 멀리에 머문다'
시작된 존재에게 이미 들어와 있는. 무엇보다 불확실한 사건은 우리에게 주어졌다. 달콤한 사랑, 춤추는 계절의 짙푸른 이면. 침울한 백발을 잊은 자는 다가올 파국을 외면한다. 느닷없이 닥쳐오는 늑대의 시간. 약속한 적 없는 순간은 나보다 먼저 약속되었을 뿐이다. 완강히 버틸수록 확실히 보이는. 모호하기만 한, 텅 빈 그곳. 검은 얼굴은 비로소 새하얀 이빨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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