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페 디엠 』 호라티우스 읽기(4)
'검은 죽음에 양보한 건 육신이라 했건만
당신이 자연과 진리의 훌륭한
증인이라 했던 그도. 끝없는 밤이 모두를
한 번은 가야 할 저승길이 기다린다
분노는 모진 마르스의 일을 만들어내고
바다는 선원들의 죽음을 탐한다
늙고 젊은 죽음으로 묘지는 가득하다'
오직 각자만 걸어갈 수 있는 좁은 길. 새하얀 복도는 짙은 어둠으로 가득 차 있다. 잔인한 운명을 기다릴 뿐인, 수많은 묘지. 뒤늦은 몸짓은 질질 끌려가며, 외마디 비명을 지른다. 차가운 열정과 불굴의 의지마저 무화되는 텅 빔. 희미한 빛마저 찾을 수 없는 그곳은 부재로 넘쳐난다. 기다리지 않은 기다림 속에 가득 찬 영광. 오직 단 한 번, 당신을 향한 수직적 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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