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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요섭 May 16. 2024

섞일 수 없는 것이 섞갈리는 순간

『카르페 디엠 』 호라티우스 읽기(5)



'육중한 대지와 그 위를 흐르는 강

스틱스 강과 무서운 타에나리스

아틀라스의 강역도 그 소리에

진동합니다. 위아래가 뒤바뀌고

빛이 어둑해지고, 어둠이 환해진 건

신의 조화입니다. 섬뜩한 괴성으로

모든 걸 앗아가는 운명은, 내주었던

왕관을 가져가길 즐깁니다'


  섞일 수 없는 것의 섞갈림. 지극히 높음은 느닷없이 그곳에 도래한다. 모든 왕을 폐위하며, 유일무이한 사건을 만드는. 섬뜩한 운명은 가장 약한 순간에 무엇보다 강함으로 머문다. 우리 관성을 균열시키며 이전의 존재를 앗아가는. 타나토스는 비로소 에로스를 욕망한다. 낯선 왕관을 쓴, 작은 죽음으로 완성된 기괴한 단독.


(7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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