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김없이 안전 안내 문자에서 사람을 찾는다는 메시지가 온다. 하루에 1~2건은 예사다. 무슨 사연이 있길래 그녀와 그는 집을 찾지 못해 가족의 애를 태울까? 또 본인은 낯선 곳에서 얼마나 두려움을 느끼고 있을까?
20년 전 신촌 현대백화점 1층은 들고 나는 사람들로 무척 붐볐다. 부끄러움이 많은 딸아이를 위해 문화센터 ‘구연동화’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또래 친구 네 명과 함께 보냈더니 큰아이는 그곳을 정말 좋아했다. 하루는 수업을 마치고 둘째 아이 유모차를 반납하고 돌아섰는데 큰 아이가 없었다. 그 잠깐 새 아이를 놓치고 말았다. 일행의 아이들은 모두 엄마 손을 잡고 있거나 동생이 있는 아이는 엄마 옆에 얌전히 서 있는데 내 딸만 안 보인다.
언뜻 봐도 대단한 인파라서 ‘찾으면 되지!’란 생각보다는 절망감이 먼저 들었다. 다리가 후들거린다. 머릿속이 하얘지고 등이 쭈뼛 서는 느낌이다. 어디서부터 찾아야 할지 뇌가 정지돼 버렸다. 일단 떨리는 목소리로 큰아이 이름을 부르며 간신히 발걸음을 뗐다. 키 큰 어른들 틈에서 4살 꼬마를 찾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사람들로 꽉 차서 앞으로 한 발짝 나아가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아이를 찾는 엄마의 부르짖음과 대조적으로 세상은 좀 전과 다름없이 여전히 잘 돌아간다. 그 속에서 나만 진공상태에 빠져버렸다. 몇 초가 지났을까? 그만 그 자리에 주저앉고만 싶었다. 그때 일행 중 한 명이 “내가 밖에 나가볼게.” 하며 재빠르게 나갔다. 밖에 인파도 만만치 않았는지 수 분이 지나서야 뒷짐 지고 서 있는 큰 아이를 발견했단다. 다행히 친구의 기지로 딸을 찾았다. 빨리 발견해 놓치지 않은 것에 평생 가슴을 쓸어내리며 이 이야기를 하고 또 하며 별일 없이 돌아온 것에 대해 감사함을 줄곧 말해왔다. 그 짧은 시간 동안 극심한 스트레스로 영혼이 빠져나간 것 같았다.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을 맛봤다.
가족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온몸의 피가 순식간에 말라버려 생각을 정지하게 만들어 버린다. 실종 문자를 보냈을 가족들도 다르지 않은 마음이리라. 그렇다면 길을 잃은 그 많은 사람들은 과연 무사히 가족 품에 안겼을까? 사람을 찾는다는 문자는 수도 없이 받고 있지만 정작 사람을 찾았다는 문자를 받은 적이 없다 보니 늘 궁금했기에 찾아봤다.(지난 실종 경보 문자 링크를 눌러보면 찾았다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실종 경보 문자는 실종 당시 18세 미만 아동, 지적·자폐성·정신장애인, 치매 환자들 대상으로 보호자의 동의하에 보낸다고 한다. 정말 대단한 건 경찰청에서 보내는 실종 경보 문자의 10건 중 3건은 시민 제보가 해결할 정도로 관심도 높고 성과도 좋다고 한다. 실종 사건이 접수된 후 실종아동 등을 발견하기까지 평균 31시간 20분이 소요되지만, 실종 경보 문자를 받은 시민의 제보로 실종자를 찾는 데는 평균 4시간 23분이 걸려 발견 시간이 7분의 1로 단축되는 효과를 얻는다고 한다. (그 외 실종 사건의 경우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경찰 자체적인 수사 또는 자발적 귀가로 일부 해결이 어려운 사건을 제외하면 98.4%는 해결된다고 한다)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지역 주민의 관심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들의 도움으로 실종자가 가족의 품에 안기게 된다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실종 경보 문자에 대해서 알아보다가 한 가지 알게 된 것은 메시지에 포함된 링크(URL)를 한 번 더 누르면 실종자의 사진을 볼 수 있다는 것. 실종 경보 문자가 스팸 문자처럼 귀찮게 느껴지고 때로 예사로 넘길 때도 있다. 하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절실한 문제임을 너무 잘 알기에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실종 안내 문자의 효과가 있다는 게 증명된 만큼 좀 불편해도 안전한 사회를 위해 여유로운 마음가짐을 갖는 게 중요할 것이다. 안전 안내 문자를 열고 어제의 실종 경보 문자의 링크를 눌러보니 “시민 여러분의 관심과 제보로 실종자를 안전하게 발견했습니다. 감사합니다.”란 메시지가 실종자 얼굴 대신 나온다. 세상은 아직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