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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백수 채희태 Sep 22. 2019

영화, "Yesterday" 보셨나요?

Beatles가 사라진 세상, 대신 그분이 살아 있다!

원래부터 음악 영화를 좋아하긴 했지만, “Bohemian Rhapsody”를 보고 음악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높아진 것 같다. “보헤미안 랩소디”를 두 번이나 볼 동안,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Rocket Man”을 보지 않은 것은 혹시라도 그 기대감에 스크래치가 나기 싫었던 이유도 없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Elton John인데… 뒤늦게 영화관을 뒤졌지만 “로켓맨”은 이미 막을 내린 후였고, 넷플릭스에 있을까 싶어 찾아보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올레  TV에서 유료로 볼 수도 있었지만, 개봉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영화를 TV를 통해 유료로 볼만큼 강심장은 아니다. 우리 집에서 유일한 반(?)정규직 노동자인 내가 기껏해야 담뱃값 언저리의 비용을 쓰는데 가족들의 눈치나 보고 있다니, 참... 익숙하지 않은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이렇게나 어렵다.


보헤미안 랩소디에 대한 감동이 잦아들고, 음악 영화에 대한 적당한 갈증이 느껴질 즈음 영화, “Yesterday”의 개봉 소식을 접했다. 무려 Beatles라니… 스토리도 제법 흥미가 당겼다. 한 삼류 음악가가 비틀즈를 혼자만 기억하고 있는 서프라이즈 한 상황에 놓인다는… 사류도 아니고, 한때 오류 음악가로 음악으로 밥을 벌어먹고 살 계획을 세웠을 때 수십, 수백 번도 더 꾸었던 꿈같은 상황이 영화로 만들어지다니… “Back to the Future”를 보며 타임머신을 타고 1968년으로 돌아가 Led Zeppelin보다 먼저 “Stairway to Heaven”을 부르는 상상을 얼마나 많이 했던가! 왜 내가 만들었어야 할 주옥같은 명곡들이 이미 다 만들어졌는지, 그 후에도 많은 명곡들이 탄생하는 걸 보며 난 왜 음악적 재능을 타고나지 못했는지, 최소한 그러한 상상을 영화의 스토리로 만들 생각은 또 왜 못하고 살았는지… 이래서 범부는 평생 범부로 살아야 하나보다.


어쨌든, 난 드디어 오늘 아침 조조로 영화 “예스터데이”를 보고 왔다. 영화를 보고 나오니 마음속에서 호와 불호가 논쟁을 벌인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박스 오피스의 순위도 그저 그런 것 같다. 단순 비교를 하는 것이 어리석어 보이지만 적어도 영화를 통해서 만큼은 예수보다 위대하고, 록의 모짜르트라고 일컬어지는 비틀즈는 퀸에게 완패했다. 평소 평론질에 거부감이 있는 나지만, 불호를 주장하고 싶은 이유를 몇 가지만 짚어보자.


첫째, 예스터데이는 음악 영화가 아니다. 음악 영화를 표방한 로맨스 영화일 뿐이다.

둘째, 그래서 그런가? 주옥같은 Beatles의 노래들은 그저 BGM으로 전락한다. (All you need is love~ 빰빠 바바바~ ㅠㅠ)

셋째, 사실 Beatles의 노래가 제대로 나오지도 않는다. 대충 나오다 만다. “Let it be”는 앞부분만 세 번 부르다 말고, 제대로 들을 수 있는 노래는 엔딩 크레딧에 나오는 “Hey Jude(Dude?)”가 전부다.

문제시 삭제하겠습니다. ㅠㅠ

띵작까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영 글러먹은 영화는 아니다. 적당한 기대를 가지고 봐도 돈과 시간을 낭비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비틀즈를 한 사람(사실 몇 명 더 있지만…)만 기억한다는 판타지한 설정이 나쁘지 않다.

둘째, 충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비틀즈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셋째, 두둥~ 그분이 나온다는 것… 차마 스뽀라 말은 못 하겠고… 난 정말 순간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그랬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 비틀즈의 노래가 아니라 그분의 노래를 들었다. 그분의 노래를 들으니 가슴이 더 아려 온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기타를 꺼내 비틀즈의 "Yesterday"를 불러 보았다. 듣거나 말거나…

Beatles의 띵곡 중의 띵곡 "Yesterday"

그리고 마지막, 사족으로 영화에 등장하는 Guitar 이야기를 해 보겠다.

주인공 잭이 병원에서 퇴원한 후 친구(들?)로부터 기타를 선물 받는데, 그 기타가 바로 그 유명한 마틴의 CEO-7이라는 기타다.

3.299불, 우리나라 돈으로 약 4백만 원에 육박한다. 나도 그 정도 기타를 선물로 받으면 기분이 얼마나 째질까? 아디론닥 상판에, 마호가니 측후판... 내가 좋아하는 OM보다 살짝 날씬해서 보기도 좋은... 한때 우리나라 최고의 통기타 커뮤니티에서 중고가 2백만 원 언저리에서 거래가 되었었는데, 영화가 기타 중고시세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다.

영화 “예스터데이”에는 마틴 외에 한 대의 기타가 더 등장한다. 바로 그 유명한 ‘Ed Sheeran’이 들고 나왔던 “Lowden(로우든)” 기타이다.

핑거스타일 기타를 추구하는 기타리스트라면 기타 여행의 끝에 선택한다는 기타, Lowden... 가격대는 아마 앞에 소개했던 마틴 CEO-7의 두 배에서 시작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에드 시런은  기타에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 같은 연산 기호를 붙여 자신의 영역 표시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누가 로우든을 선물해 주면 기분이 두 배로 째지겠지? 안타깝게도 내 주변엔 엘리(Lily James)같은 친구가 없다. 그 이유는 나 또한 누군가에게 엘리 같은 친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back2ana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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