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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백수 채희태 Nov 25. 2019

어쩔 수 없어서 열심히 살았다

‘열심히 했다’와 ‘잘 했다’의 차이...


우리는 일상 속에서 ‘열심히’와 ‘잘’을 혼동해서 사용한다. ‘열심히’는 내가 하는 것이지만, ‘잘’은 전적으로 평가자의 몫이다. 즉, 두 행위는 주체가 다르다. 그런데 가끔 자신이 잘했다고 주장하거나, 열심히 했으니 잘했다는 평가를 해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 없는 경우’가 있다.

사실 내가 열심히 살려고 했던 이유는 잘 했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잘 하지 못했을 경우 받을 비난이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2014년 12월, 서울형혁신교육지구 공모를 준비하면서 혼자 사무실에서 3일 정도 밤을 새워가며 계획서를 정리했다.  졸리면 그냥 맨 바닥에서 잤다. ㅠㅠ 떨어지면 접시물에 코 박으라는 자발적(?)압박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시대 소위 ‘공모’라는 것을 하며 가장 두려운 것은 평가의 공정성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기준이 공모 참여자가 아닌 공모 주체만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열심히’와 ‘잘’이 어느정도는 인과관계에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완벽하게 분리된 채로 존재하는 것 같다. 즉, 열심히 한다고 되는 시대가 아니다.

설시굑청에서는 혁신교육지구 박람회를 준비하며 아예 일주일 동안 집에 안 들어갈 생각을 하고 짐을 싸 가지고 출근을 했다. 당시 팀장님은 사흘째 찬 사무실에서 잠을 자는 날 보고 몸 상하겠다며 집에 들어가서 자고 오라고 했다. 난 행사가 펑크 날까봐 무서워서 집에 못 들어가겠다고 했다. 팀장님은 자기가 책임 질테니 집에 가서 하루라도 자고 오라고 했다.

진짜죠~ 행사 잘 못 되면 팀장님이 책임지실 거죠?


난 그저 비난이 두려울 어쩔 수 없이 열심히 살았을 뿐이다. 내 삶에 대해 칭찬은 바라지도 않는다. 그러나 열심히 한 결과가 비난이라면 견디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너희는 칭찬을 받기 위해 살았지만,
난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해 살았다. 만화 “용비불패”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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