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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백수 채희태 Dec 07. 2019

불심사 선언!!!

2019 서울형혁신교육지구 평가 후기

P.S (Pre Script) :

자칫 나의 하잘것 없는 견해로 인해 상처받을 누군가가 있을지 몰라 뒤늦게 덧붙인다.  글은 우리가 하고 있는 각자의 최선이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성찰하기 위해  글이다. 마르크스가 자본론 서문에도 밝혔듯이  관계의 피조물일뿐인 개인에게 사회문제의 책임을 전가할 생각이 전혀 없다.   이외의 누군가를 평가할 자격도, 변화시킬 능력도 없는 일개 개인일 뿐이다. 내가   있는 일은 그저 하찮은 이나 끄적이며  스스로를 성찰하고, 성찰의 결과 1년에 1mm씩이라도 익숙하지 않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내가 변하는 것이다.


유명 정치인들의 불출마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나도 선언을 하나 하고자 한다. 내가 할 선언은 “불심사 선언”이다!


어제 난 하루 죙일 서울형혁신교육지구 심사를 위해 서울교육연수원에 있었다. 한 자체구에 민과 관, 그리고 (거버넌스의 주체로 동의는 하지 않지만)학이 1년 동안 있었던 갈등과 합의를 30쪽 남짓의 보고서와 50분 정도의 면담을 통해 평가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그 불가능한 일을 신도 아니고 소위 전문가 집단에게 위임하는 것은 과연 옳은 일일까? 더더더군다나 난 전문가도 아닌 나태를 지향하는 부족한 개인일 뿐인데...


2015년 서울형혁신교육지구 공모할 때도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은 처음에 5개 자치구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학급당 학생수 감축을 위해 한 자치구 당 최소 20억은 필요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25개 자치구 중 5개를 선정하고, 그 안에 포함되는 것이 선정된 자치구 입장에선 더 명예로울 수 있다. 은평구는 일찍이 2012년부터 마을과 학교가 협력하는 교육콘텐츠 연계 사업을 추진해 왔고, 당당히 5개 자치구 안에 포함될 자신이 없지 않았다. 난 경쟁으로 말아먹은 교육을 또다시 경쟁 방식으로 해결한다는 발상은 문제가 있다며 반발했고, 다른 자치구의 교육정책보좌관들과 연대해 지구지정 확대를 요구했다. 결국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은 2015년 7개의 혁신지구형과 4개의 우선지구형, 그리고 6개의 예비지구를 선정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사사건건 브레이크를 거는 내가 꼴뵈기 싫었는지 그럼 네가 와서 직접 해봐라라는 심정으로(농담이다~ ㅎㅎ) 나를 서울시교육청에 불러 들였다. 난 2년 2개월 14일 동안 서울시교육청에 있으면서 서울형혁신교육지구 확대를 위해 노력했다. 서울형혁신교육지구의 성과를 위해 잘 되는 곳만 끌고 가자는 일부 의견에 반대해 나는 기반이 취약한 곳을 먼저 끌어올려야 한다며 기반구축형 지구를 중심으로 지원을 다녔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경쟁이 아닐지도 모른다. 경쟁이 아닌 새로운 방법이 찾아지지 않았다고 관성적인 경쟁의 수레바퀴 위에 그냥 앉아 있어선 안된다. 잠시 멈춰서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얼마 전에 청소년 축제 심사위원을 부탁받았다. 난 모든 선발에 반대한다고 했고, 만약 내가 심사를 하게 되면 작년처럼 모든 참가자에게 만점을 주겠다고 했다. 그런데도 사정을 해 거절하지 못했다. 심사란 참 고약한 것이다. 나의 주관적 취향과 가치 기준에 나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재능, 노력, 그리고 열정을 평가해 줄을 세우려니 심리적 에너지 소모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나 더... 얼마 전 서울시에서 지원하고, 서울시 25개 자치구에서 추진하고 있는 구정연구단(은평구는 정책연구단) 단장 연석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다. 그중에 평가와 보상 얘기가 나왔다. 서울시는 25개 자치구의 구정연구단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과 자격을 갖고 있을까? 더 놀라운 건 한 자치구의 단장이 평가를 통해 잘하는 자치구에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난 서울연구원에서 평가와 줄 세우기가 실직적인 구정연구단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지부터 먼저 연구해 보라고 조언했다. 지난 서울연구원 연구 과제 지원에 내가 단장으로 있는 은평구청이 최다 과제에 선정되어 제일 많은 예산을 받게 되었다. 난 보도자료를 내자는 비서실의 제안을 거부했다. 자치구 간 정책 경쟁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 서울시 참여 예산 한마당처럼 당장은 득이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 더 큰 불이익이 돌아올 수 있다. 은평구는 2012년 서울시에서 주최하는 참여예산 한마당에서 최대 예산을 확보했으나 이듬해부터 타 자치구의 견제 때문에 지금까지도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지역의 정책을 연구하는 구정연구단이 자칫 경쟁에 휘말리게 되면 정작 지역이 필요로 하는 정책 연구는 물 건너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농담처럼 얘기했지만, 진짜 우리는 경쟁이 어떤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가 있는지 깊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거에 유효했기 때문에 현재까지 유효하다고 확신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앞서 나가는 자가 불확실한 미래를 개척하고, 그 길을 대중이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가는 방식은 이제는 폐기해야 할 근대적 사고방식이다. 지금은 많은 사람이 그 길을 따라가 혜택을 받더라고, 따라가지 못하는 한 사람을 살펴야 할 때다. 아니면 남아있는 이들은 증오심을 축적하며 버려진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규합해 자신을 버리고 간 그 잘난 인간들의 뒤통수를 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증거 사진 하나 투척한다. (@back2analog)

시대에 남겨진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분노’ 이외에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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