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신뢰기재로서 "블록체인"

by 낭만박사 채희태

내가 블록체인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정확히 2018년 1월 18일부터이다. 그 이전까진 블록체인뿐만 아니라 비트코인에 대해 단 1도 관심이 없었다. 2017년 말부터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사행성 논란이 확산되었고, 급기야 jTBC 뉴스룸에서는 "가상통화, 신기술인가 신기루인가"라는 제목의 긴급 토론을 편성했다. 심판은 믿음직한 손석희가 맡았고,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한 토론 대결의 청코너에는 요즘 들어 더더더 뜨고 있는 유시민이, 그리고 홍코너에는 인문학적 지식을 갖춘 카이스트 교수 정재승이 출전했다. 당시의 관전평은 이미 브런치에 글로 남겨 두었으니 관심 있는 분은 읽어 보시기 바란다.



암튼,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이 '부족'한 나는 그때부터 비트코인이 아니라 블록체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미 세계 많은 나라들이 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내가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비트코인으로 돈이나 벌고자 하는 생각(그 생각에 대해 비난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다.)이 있어서가 아니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 갈수록 확대되어가는 불신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어느 지점에서 블록체인을 만났기 때문이다.

인류는 적어도 신의 존재를 보편적으로 의심하기 전까지 자신이 증명할 수 없는 우연의 영역을 신에게 의존했다. 행운은 신의 은총이고, 불행은 신의 시험이라고 믿었다. 신은 그 존재 유무를 떠나 인류에게 미지의 영역에 대한 안심기재로서 더 큰 역할을 해 왔다. 그런데 한껏 잘나게 된 인간이 신을 부정하기 시작했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신의 영역이었던 기적이 사라지고, 인류는 우연의 뒤에는 필연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그 자리를 인간 전문가가 대체하기 시작했다. 전문가 시스템은 어느 정도 무난하게 인류를 이끌어 왔다. 하지만 전문가도 인간이었다. 대표적으로 독립된 헌법기관이라고 인정한 판사에게 법의 판단 권한을 위임했지만, 판사는 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판단을 하기보다는 한낱 인간인 자신의 신념에 이익이 되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법과 제도로 작동되는 현대사회에서 그 정점에 있는 전문가인 판사가 그러할진대, 다른 전문가는 거론해 무엇하랴!

인간이 인간을 믿지 못하는 시대, 관계로 시작된 인류에게 새로운 신뢰기재가 필요하다. 인공지능 알파고가 금단의 영역이었던 바둑을 넘어선 시대, 나 같은 일반인은 도저히 알 수 없는 복잡한 IT 시스템이 만든 블록체인에게 신뢰의 권한을 위임하는 것은 어떨까? 그래서 이 시대 가장 신뢰가 필요한 민과 관의 소통 플랫폼으로 블록체인을 제안하는 연구를 하게 되었다. 첨부하는 문서는 그 고민에 대한 부족한 결과이자, 새로운 시작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전문직을 중심으로 한 '자격'과 '내용' 논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