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과 정재승의 비트코인 토론 감상...
어느 의과대학에서 교수가 학생에게 질문을 했다.
"한 부부가 있다. 남편은 매독, 아내는 폐결핵을 앓고 있다. 이 가정에는 아이들이 넷 있는데, 하나는 며칠 전에 병으로 죽었고, 남은 아이들도 결핵으로 누워 살아날 것 같지 않았다. 이 부인은 현재 임신 중인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그러자 한 학생이 "낙태수술을 해야 합니다.”하고 소리쳤다.
그러자 교수가 말했다.
"자네는 방금 베토벤을 죽였네.”
살면서 한 번쯤은 들었음직한 에피소드다. 이 에피소드는 사실이 아닐 뿐만 아니라, 심각한 논리적 오류가 있다는 것쯤은 나도 알고 있다. 나는 가톨릭 냉담자이긴 하지만 낙태 반대론자는 아니다. 내가 이 에피소드를 가지고 온 이유는 유시민과 정재승의 비트코인 찬반 논쟁을 이해하는데 다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나만 더 부탁하자면 낙태 찬반에 대한 가치도 걷어내고, 그냥 비트코인을 이해하는 틀로서 이 에피소드를 대해 주었음 한다.
지난 1월 18일, 손석희의 뉴스룸에서는 최근(?) 가장 핫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가상화폐, 즉 비트코인을 주제로 긴급토론을 편성했다. 김어준은 정규 편성된 ‘블랙하우스’를 견제하기 위해 손석희가 꼼수를 부렸다고 주장하지만, 그건 지극히 김어준다운 발상이고... 암튼, 많은 사람들이 이 긴급토론을 본 거 같다. 토론의 사회자가 손석희고, 평소 같은 편(?)이라고 믿어왔던 유시민 작가와 정재승 교수가 서로 다른 견해로 썰전을 벌인다고 하니, 아마 비트코인에 대해 관심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만사 제쳐 놓고 본방을 사수했으리라... 이미 답을 정해 놓고, 자기주장만 되풀이하는 진상 토론에 익숙했던 대한민국 국민들은 아마 심판 손석희, 청코너 유시민, 홍코너 정재승이라면 뭔가 제대로 된 토론을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했을 것이다.
토론을 보며 유시민과 정재승은 아직 맹아 상태로 존재하고 있는 비트코인을 본질적으로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느꼈다. 관점만 다른 것이 아니라 사고의 레이어도 서로 심하게 어긋나 있었다. 유시민은 지금까지 인류가 경험해 온 인문학적 통찰을 근거로 비트코인은 마치 ‘자본’처럼 인류에게 절망만 안겨줄 기형아니 낙태를 시키자고 주장했다. 반대로 정재승은 아직 비트코인이 어떤 아이로 성장할지 모르니 잘 자랄 수 있도록 함께 지켜보자고 주장했다. 여기에 베토벤 에피소드를 대입해 보면 비트코인에 대한 유시민과 정재승의 입장이 얼추 이해가 될 것이다. 그럼, 두 사람의 주장을 분석해 보기 위해 토론의 내용을 한번 복기해 보자.
❏ 제1회전 : 용어 정리
긴급토론의 정확한 제목은 “가상통화, 신세계인가, 신기루인가”이다. 심판 손석희는 역시 노련했다. 비트코인에 대한 본격적인 토론에 들어가기 전에 ‘개념에 대한 합의’부터 시도했다. 이런 건 좀 배우자! 개념에 대해 동상이몽을 하고 있으면 단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우리는 토론이라는 걸 할 때 가장 중요한 이 부분을 스킵한 채 디립다 싸우기부터 한다.
이 부분은 의외로 쉽게 정리가 되었다. 하지만 관점의 차이는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정재승 진영은 ‘가상’이 아닌 ‘암호’에 방점을 찍었고, 유시민은 쿨하게 받아들이는 척 얘기했지만, 같은 진영의 한호현 경희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그래도 자신은 가상화폐라고 생각한다고 말끝을 흐렸다.
❏ 제2회전 : 비트코인, 화폐인가, 아닌가
본격적인 논쟁에 들어갔다. 이런저런 현학적이고 전문적인 말들이 오고 갔다. 자세한 내용은 다시 보기에서 확인하기 바란다. 나의 관심사는 오로지 토론을 통해 “무엇을 합의"했고, “무엇이 이견"으로 남아있는지 여부이기 때문이다. 양쪽 진영은 모두 현재까지 비트코인이 화폐가 아니었다는 점에 합의했다. 하지만, 유시민은 과거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화폐가 아닐 것이고, 화폐가 되어서도 안된다고 주장한 반면 정재승은 그건 화폐에 대한 근대적 접근이고 앞으로 새로운 개념의 화폐로 쓰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정재승 진영의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 대표는 화폐의 역사를 정리하며 화폐의 1단계가 상품 기반이었고, 2단계가 정치기반이었다면, 3단계 화폐, 즉 비트코인은 알고리즘 기반의 미래 화폐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의 견해를 말하자면... 일반적으로 우리는 지금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이 과거에도 당연했고, 미래에도 당연할 것이라는 착각에 익숙하다. 현재 당연한 것은 단지 현재의 합의일 뿐이다. 화폐가 거래의 수단이고, 가치의 척도인 것은 맞지만, 화폐라는 것이 있기 전에도 그랬을까? 멀리 갈 것도 없다. 만약 우리가 오만 원짜리 지폐를 가지고 15년 전으로 돌아가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이게 오만 원짜리 지폐니 당신이 가지고 있는 만 원짜리 4장과 바꾸면 당신이 1만 원 이익이라고 주장한다면 그 사람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참고로 오만 원권은 2009년부터 시중에 유통되었다. 이 부분에 대해 유시민은 현재까지의 합의는 미래에도 계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셈이고, 정재승은 기술의 발전이나 사회의 변화에 따라 화폐의 기능은 바뀔 수도 있다고 여지를 열어놓았다. 정재승 진영에서 적절하게 대응하지는 못했지만, 이 부분은 정재승 진영의 판정승이라고 생각한다.
❏ 3회전 - 블록체인의 범용성 문제와 비트코인과의 분리 문제
3회전에 들어 양쪽 진영의 논리는 본격적으로 어긋나기 시작한다. 나는 마치 다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만나 논쟁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다만 양쪽 진영 모두 블록체인이 미래의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는 지점에는 동의를 했다. 가장 큰 이견은 유시민 진영은 비트코인 없어도 블록체인은 미래의 핵심 기술이 될 수 있다는 것, 정재승 진영은 비트코인 없는 블록체인은 한마디로 앙꼬 없는 찐빵이라는 것...
유시민 : 사토시 그룹이 블록체인이 작동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제일 효율적인 구현 형태를 잡은 것이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이다. 우리가 비트코인에 눈이 꽂히면 안 된다. 블록체인이 작동 가능하다는 걸 확인하는, 성공의 증거로 삼는다는 기술적 목표, 또는 사회적 효용에 비해서 이것이 현실의 욕망의 세계에서 일으킨 소용돌이가 너무 치명적이기 때문에 대책을 세우자는 것이다. (블록체인)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다.
정재승 : 선생님(유시민) 말씀하신 것처럼 블록체인이라는 것은 좋은 기술인데, 이것을 현실화하기 위해 암호화폐라는 방법을 생각해 냈는데, 암호화폐가 없더라고 블록체인이 돌아갈 수 있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이 자체가 국가라는 중앙권력 통제를 벗어나서 개인과 개인이 거래함에도 불구하고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의 금융경제 시스템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그 안에선 어떤 방식으로든 화폐가 필요하다. 그 화폐조차도 안정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그 경제 시스템은 화폐가 필요 없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블록체인 기술도 훌륭하지만 그 기술의 발전만이 아니라 그 생태계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암호화폐의 존재가 매우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 부분은 판정을 유보한다. 나도 유시민과 같은 문과생인 데다가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의 메커니즘을 도통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이 부분부터 문과적 상상과 이과적 상상의 차이로 인해 눈에 보이게 양쪽 진영의 견해가 어긋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진실과 무관할지도 모르는 유시민의 ‘인정투쟁’이 조금씩 설득력을 갖기 시작한다. 단지 우려가 되는 것은 유시민의 인정투쟁이 근대 절대이성이 저지른 실수를 되풀이할지도 모른다는 것? 유시민은 블록체인이라고 하는 미지, 또는 미래의 영역을 철저하게 자신이 인지하고 있는 수준의 지적 능력과 상상력의 가이드라인 안에서 이해하려는 듯 보였다. 과학기술을 대하는 문과적 관점의 한계를 반복적으로 인정하면서도 상대방의 주장에 대해선 잘못된 것이라는 강한 확증(이 둘은 서로 이율배반적이다.)의 태도를 보였다. 인간은 자신이 아무리 똑똑하다고 하더라도 인간으로서의 미숙함을 인정할 때 발전의 여지가 생기는 법이다. 마치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을 통해 인간의 무지를 깨닫게 되었고, 그 무지의 인정이 빛나는 과학기술 발전으로 이어졌듯이... 자고로 미지의 영역은 개척의 대상이므로, 섣부르게 내가 알고 있는 단편적인 지식에 가두어서는 안 된다. 이는 마치 장님이 코끼리의 한 부분을 만지고 그것이 코끼리의 전부라고 인식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문과적 관점에선 이과의 영역이 개척 대상이고, 이과적 관점에선 문과의 영역이 개척 대상이다. 과학 기술의 발전이 문과적 관점으로 이과 영역을 이해하는 것을 점점 더 어렵게 만들고 있고, 개인으로 분화된 포스트모던 사회를 이과적 관점으로 이해하는 것 또한 만만치는 않게 되었다. 만약 이해할 수 없다면 서로 보완하며 신뢰의 영역을 넓혀갈 일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유시민이나 정재승 모두 양쪽을 넘나들 수 있는 대한민국에서도 몇 안 되는 지식인이라는 점이다.
❏ 4회전 - 비트코인 독점의 문제
비트코인 논쟁의 하이라이트!!! 양쪽 진영의 관점과 문제의식을 여지없이 드러낸 한판이었다. 결론과 합의는 불가능했다. 아쉽게도 양쪽이 어긋난 주장을 하는 사이 정해진 시간이 모두 지나가 버렸다. 정재승은 비트코인이 국가가 통제하는 화폐 시스템의 한계를 벗어나 민주주의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고, 유시민은 국가가 통제하지 않는다면 강자가 독점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시민 : P2P가 중앙시스템에서 떨어진다는 점은 기술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적어도 화폐에 관한한은 정교수의 아이디어 자체에 반대한다. 화폐 발행은 국가 독점이다. 국가는 여기서 많은 이익을 누린다. 기축통화인 달러의 경우에는 미국 정부가 동안 달러를 발행해서 엄청난 이익을 해마다 누려왔다. 지난 70년 동안... 그 점에 대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점이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관리 감독, 통제가 없는 화폐가 있는 화폐보다 더 신뢰할만하다. 혹은 더 좋고 볼 수 있는 근거가 하나도 없다고 본다. 그래서 국가의 통화 발행권을 민간의 공학자나 기업이나 과학자에게 넘기는 것을 반대한다.
정재승 : 저는 지금 (유시민)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것과 완전히 반대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하면 선생님이 생각하고 있는 건 전통적인 국가주의다... 국가가 화폐를 통제해야만 올바르게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개인이 수수료를 없애고 개인 간의 직접 거래를 통해서 지금 새로 만든 기술들은 국가라는 중앙통제 시스템의 권력을 분산해서도 유지될 수 있는데, (유시민 끼어 듬 : 분산이 아니라 다른 민간의 큰 손들에게 넘겨주는 것이다.) 민간의 큰손들에 넘겨주는 것처럼 일시적으로는 보이나... (유시민 : 일시적이 아니라 항구적이다. 우리 인류의 역사를 보면 항구적으로 자원을 독점한 자가 계속 자원을 가지게 되어 있다. 그건 인간을 너무 믿는 것이다.) 블록체인의 기술은 본질적으로는 개인과 개인 개인에게 완전히 예를 들어 방송 1인 미디어 시대가 되었듯이 개인에게 그런 권한들이 옮겨가는 방향으로 이 기술이 작동할 수 있다. 완벽히 이것 때문에 국가 경제체제가 무너지는 것이 아니다. 국가는 실물 경제 시장을 운영하고, 그런데 전적으로 독점했던 금융의 권력을 이제는 기업이 나눠 갖기도 하고 작은 기업이 나눠갖기도 하고 심지어 개인이 가져가고 조금씩 조금씩 와해되는 모습들을 보이는 것이다. (유시민 : 그것이 좋다는 것이냐?) 저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무슨 얘기냐 하면, 그렇다고 해서 관리되지 않기 때문에, 국가의 통제를 벗어났기 때문에 그 시스템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방식으로 민간에 의해서 통제받아서 잘되는 분야가 있고, 국가의 통제를 받아서 더 잘되는 분야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유시민 : 화폐는 전형적으로 국가가 통제해야 잘 되는 분야다.) 지금까지는 그래 왔으나 앞으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유시민 : 저는 오히려 거꾸로 본다. 어떤 학자들은 21세기는 지구제국이 만들어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유럽 연합은 20 이상의 국가가 하나의 통화를 사용하고 있다. 통화주권을 다 양도했다. 언젠가가 되면 인류 전체가 하나의 통화를 사용하는 일이 올지도 모른다. 그때가 돼도 지구제국의 정부가 통화를 관리해야 한다. 그걸 하지 않으면 국가 소유의 권력이 시민들에게 골고루 배분되는 것이 아니고, 힘센 개인에게 집중되게 되어 있다. 필연적으로...
이야기를 정리해 보면 적어도 유시민과 정재승의 인문학적 목표는 같아 보였다. 단지 정재승은 인터넷과 모바일을 비롯한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이 정보의 독점을 해소해 민주주의에 기여한 것처럼 비트코인도 화폐의 중앙 독점에서 벗어나 장기적으로 민주주의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유시민은 화폐가 가진 특수성으로 인해 국가 통제를 벗어나면 강자의 독점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논쟁의 승패는 가장 흥분하고, 가장 확신에 차 있고, 가장 말을 많이 한 유시민 쪽으로 기운 것처럼 보이지만... 지금은 기술의 발전이 복잡성과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는 포스트모던 시대이므로 이 부분에 대해 나는 여전히 “의심하고, 주저하는” 태도를 취하고자 한다.
❏ 마무리 - 국가 정책의 문제
유시민 : 단기적으로 온라인 도박 규제에 준하는 규제를, 중기적으로는 중계소를 폐쇄해야 한다. 중계소는 비트코인이 실패했다는 증거다. 장기적으로는 P2P 거래를 허용해 주되 당장 폐지를 할 필요는 없고 장기적으로 논의하자. (한마디로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을 분리하자는 얘기...)
정재승 : 국가의 규제가 당연히 필요하다. 피해자를 최소화하면서 이 기술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잡초를 뽑는 역할을 해야 한다. 불법적인 요소를 근절하고 정보를 투명화하고 잘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예전 닷컴버블의 규제처럼 잘못 규제해서 생태계 자체를 무너뜨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 결론을 대신한 개인적 견해...
역시... 비트코인은 매우 기술적이고 전문적인 영역이라 나 같은 문과생이 감히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비트코인에서 채굴 행위가 가지는 의미, 51%의 선의, 퍼블릭과 프라이빗 블록체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차이 등등...
이견의 핵심은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의 관계에 관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유시민 진영은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은 분리할 수 있고, 분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정재승 진영은 블록체인의 기술발전과 생태계를 위해 분리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전히 누가 옳은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심증은 가지고 있으나 물증을 제시할 수 없어서 마음속으로만 옹알거릴 뿐...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 세 가지만 정리하겠다.
첫째, 비트코인을 블록체인과 분리하여 돈을 벌려고 하는 사람은 언젠가 반드시 쪽박을 찰 것이다. 비트코인이 어려운 이유는 비트코인에 대한 사심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비트코인으로 일확천금을 노려보겠다는 사심과 기대를 걷어내면 비트코인이 가지고 있는 본질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을지 모른다.
둘째, 우리 사회가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의 관계에 대해 선한 합의를 도출해 내지 못한다면, 블록체인 기술 생태계에서 배제당하거나, 반대로 투기 광풍으로 인해 어마어마한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다. 마치 부동산과 주식처럼...
셋째, 난 이번 토론회를 통해 문과적 상상과 이과적 상상이 가지고 있는 한계와 가능성을 보았다. 둘의 상상력이 서로를 대체하기 위해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기 위해 작동한다면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역사는 계산 가능한 필연의 결과도, 필연이 배제된 우연의 결과도 아니니 말이다. 이 지점에 대해서는 아이러니하게도 문과를 대표하는 유시민의 입장과 이과를 대표하는 정재승의 입장이 묘하게 뒤바뀐 것 같기도 하다. 논리적인 것 같지만 문과적 상상력을 가진 유시민은 다소 필연으로 경직되어 있고, 이과적 상상력을 가진 정재승은 미래 기술의 가능성에 우연이 출입할 수 있도록 뒷문을 살짝 열어 둔 것처럼 보였다. (@back2ana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