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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백수 채희태 Oct 17. 2019

평론(=언론?)이 지배하는 사회…

언론의 영향력과 그 책임성에 대하여

복잡해진 산업 사회 속에서 그 복잡함을 설명해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이는 마치 농경사회에서 이해할 수 없는 자연현상을 설명해 줄 제사장이 필요했던 이유와 다르지 않다. 현대사회에서 평론가는 과거 제사장의 지위를 점하고 있는 듯하다. 자본주의의 주인인 인격화된 자본마저도 평론가의 펜 끝을 총이나 칼보다 두려워한다. 평론은 자본화되거나 자본과 결합한다. 협의의 평론은 평론 그 자체이지만 광위의 평론은 언론과 나아가 미디어로 확장된다. 평론은 우연의 결과를 필연으로 포장한다. 또한 평론은 평론의 대상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패드를 시장에 내놓았을 때 성공을 예견한 평론가는 많지 않았다. 오히려 아이패드의 그 애매한 포지션을 비판했다. 디바이스 혁신의 아이콘인 스티브 잡스는 전문성이 필요한 미디어 생산보다 미디어 소비 생태계에 관심을 가졌다. 이는 디지털 음원 시장의 생태계를 바꾼 아이팟의 철학과도 일맥상통한다. 디지털 시대가 만든 편리함에 익숙해진 대중들은 CD 마저도 불편하게 느끼기 시작했다. 디지털 음원인 MP3가 빠르게 확산되었지만, MP3 음원을 P2P로 확산시키고 있었던 냅스터가 미국음반협회와의 저작권 소송에 패하면서 디지털 기술의 결과인 MP3는 갈 길을 잃게 되었다. 스티브 잡스는 2001년, MP3 유통 앱인 iTunes와 MP3 플레이어인 iPod을 내놓으며 앨범 중심의 CD가 장악하고 있던 음악 생태계를 곡 중심의 MP3 디지털 음원 시장으로 완벽하게 바꿔 놓았다. 주지하다시피 iPod은 스마트폰 신드롬을 일으킨 iPhone의 전신이다.
스티브 잡스는 iPod, iPhone에 이어 iPad 론칭에도 성공했다. 아이패드의 출시에 비판적 견해를 밝혔던 평론가들은 이제 앞 다퉈 아이패드의 성공요인이 가지고 있는 필연성을 쏟아냈다. 아이패드의 실패를 예견했다고 일자리를 잃은 평론가나 문을 닫은 언론사가 있다는 얘길 들어보지 못했다. 평론은 그 어마어마한 영향력에 비해 매우 빈약한 책임을 지고 있다. (@back2ana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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