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여유’의 산업화에 대한 전망
현대인은 바쁘다. 산업이 발전하고 기계화가 진행되고, 심지어 인공지능까지 등장한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인은 여전히 ‘여유’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문명의 총체적인 발전은 앞으로 인간을 더욱더 바쁘게 길들일 것이다.
이러한 미래를 예견해서였을까? 지금으로부터 약 20여 년 전 한 통신사는 “또 다른 세상을 만날 땐 잠시 꺼 두셔도 좋습니다.”라는 역설적인 카피로 묻 사람들의 마음을 조용히 흔들었다.
우리가 바빠진 이유는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을 통해 늘 온라인에 ‘접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어떻게 스마트폰의 노예가 되었을까? 언제나처럼 대략 세 가지를 꼽아보고자 한다.
첫째, 스마트폰이 알람시계를 대체했다. 자기 전에 알람시계를 쳐다보며 잠을 못 이루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알람시계를 대체한 스마트폰은 우리의 수면을 방해하는 동시에 알람시계보다 더 정확한 시간에 우리를 깨우는 기능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마치 연필 끝에 달린 지우개처럼... 예전 같았으면 시끄럽게 울며 잠을 방해하는 알람시계를 집어던졌겠지만, 지금은 알람을 끄기 위해 집어 든 스마트폰에 차고 넘치는 콘텐츠를 보기 위해 자신을 잠 못 들게 한 스마트폰을 다시 집어 든다.
안녕, 내 사랑? 날 깨워줘서 고마워~
둘째, 스마트폰이 우리의 ‘여유’를 앗아갔다. 유투브라는 플랫폼 안에 들어 있는 무한의 콘텐츠 사이를 자유롭게 유영하다 보면, 정작 해야 할 일을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유투브를 보는 그 자체가 여유 아니냐고? 그런데 그게 그렇지가 않다. 여유라는 것은 우리에게 익숙한 모든 것을 떠나야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그런데 유투브를 포함한 다양한 콘텐츠를 스마트폰으로 보는 것은 이미 우리의 일상이 되어 버렸다.
스마트폰은 스마트하게도 나의 취향을 나보다 더 정확히 간파한다. 나의 위치, 지인, 그리고 활동들을 끊임없이 분석해 내가 보고 싶은 콘텐츠를 알아서 푸시한다. 마치 인류를 그저 전달의 도구로 삼은 이기적인 유전자처럼 스마트폰은 멍청한 인간들을 비웃으며 날이 갈수록 스마트하게 진화하고 있다.
셋째, ‘여유’를 빼앗긴 것뿐만 아니라 심지어 우리는 스마트폰의 노예가 되었다. 마치 어느 우화 속 원숭이가 신발의 노예가 된 것처럼... 지금 시각 새벽 12시 32분... 나는 이 글을 잠자리에 누워 스마트폰으로 쓰고 있다. 언제 마무리될지는 모르지만 난 이 글을 늦어도 오늘 출근 전까지는 써서 올려야 한다. “매일 아침 써 봤니?”의 저자 ‘김민식’이 블로그 포스팅은 출근 시간에 해야 가장 높은 트래픽을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기 때문이다.
난 스마트폰으로 쓰고 있는 이 글이 스마트폰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질 수 있도록 무진 애를 쓰고 있다. 시간 날 때마다 확인하는 내 글의 조회수는 내가 글을 쓰는 동기이며, 가끔씩 알람으로 알려주는 공감수는 글을 더 많이 쓰라는 채찍질이다.
스마트폰 비판 글을, 스마트폰으로 쓰면서, 스마트폰으로 읽혀지길 바라는 나는 스마트폰의 노예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태양의 흑점이 지구 방향으로 폭발하여 지구 상의 네트워크를 방해하지 않는 이상, 나를 포함한 인류는 인간이 만든 스마트폰에 스스로 노예가 되는 이 멍청한 악순환의 고리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골목에 차가 없는 것을 상상하지 못하듯, 우리는 스마트폰이 없는 단 1초도 상상할 수 없게 되었다. 우리가 다시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스마트폰에서 해방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예견 하나 해 보겠다. 미래 선업의 주도권은 스마트폰이 앗아간 이 ‘여유’를 되찾는 경쟁을 중심으로 일어날 것이다. 두고 보시라! (@back2ana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