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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백수 채희태 Nov 08. 2020

연애에 대한 예의?

네이버 웹툰, “유미의 세포들” 후기 3

난 웅이파다. 내가 말을 하거나 글을 쓰며 이렇게 입장을 먼저 밝히는 경우는 흔치 않다. 난 일반적으로 입장을 숨기거나 아예 정하질 않는다. 입장이나 가설을 미리 정하는 연역적 태도가 진리의 객관적 접근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웹툰의 주인공 중 누굴 더 좋아하거나, 지지하는 건 가치가 아닌 취향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제부터 나의 주관적 취향에 보편적 가치를 얹어 보겠다.


유미가 웅이를 만난 건 31화부터다. 그리고 158화에서 유바비를 처음 만난다. 그리고 206화에 유미는 구웅과 공식적으로 헤어진다. 유미는 구웅과 176화 동안 연인 상태였다. 유미가 구웅과 헤어진 이유는 구웅의 자격지심 때문이다. 사업 실패로 유미에 집에 얹혀살게 된 구웅은 바비로 인해 마케팅 부서로 자리를 옮긴 유미, 그리고 바비와 같이 버스에서 내리는 유미를 보며 자격지심에 빠진다. 평소 자격지심으로 똘똘 뭉쳐 있는 필자는 그런 구웅의 처지에 누구보다 공감했다.


답답하지만 공감이 갔던 구웅과의 연애... 그리고, 웅이와의 연애 종료


반면 유미는 158화에 만나, 159화에서 경계를 푼 바비와 224화에서 공식적인 1일을 시작한다. 구웅과 달리 바비는 여자의 심리를 매우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고, "유미의 세포들"의 독자들은 빠르게 웅이를 잊고 세심하게 여자 친구를 배려하는 바비를 받아들였다.

왼쪽부터 158, 159, 224화

유미와 구웅 사이에는 웅이의 대학 동창이자 오랜 동료였던 새이가 있었고, 한참 잘 나가던 유미와 바비 사이에는 금사빠 알바생 다은이가 뜬금없이 끼어들었다. 웅이가 자격지심을 견디지 못해 사랑하는 유미에게 이별을 고했다면, 바비는 자신에게 빠져있는 알바생, 다은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유미의 질문에 0.1초 안에 답을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단호하게 이별당한다.


389화 마지막 질문...

"유미의 세포들"은 컷툰이라는 형식의 웹툰이다. 한 컷 당 한 장면이 나오고, 다음 장면을 보기 위해 아래가 아닌 옆으로 화면을 쓸어야 한다. 389화의 마지막 장면은 두 컷에 이어져 있다. '우리" 한 컷, "헤어지자" 한 컷... 난 이 장면을 보고 핸드폰을 집어던질 뻔했다. 그런데 댓글들의 반응은 나와 달랐다. 주로 여성으로 보이는 독자들은 유미의 선택에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하고 나섰다. 평소 이성에 대한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해 온 나지만... 이 장면은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얼마 전 유튜브를 통해 본 "코미디 빅리그"에서 여자 친구랑 같이 있을 때 예쁜 여자가 지나가면 쳐다본다, 아니다를 주제로 이상준과 이국주가 논쟁을 벌인 적이 있었다. 코미디 빅리그는 관객의 반응이 재미를 더하는 독특한 컨셉으로 공중파 개그의 양대산맥 개콘과 웃찾사를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개그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은지 꽤 되었다. 자신은 절대 눈을 돌리지 않는다는 남자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섹시한 아이돌 한 명이 무대 뒤에서 나와 남자 관객 앞을 지나갔다. 그리고, 자신의 여자 친구 앞에서 남성 관객은 쓰레기가 되었다.


난 적어도 깨어있는 남성이라면 가부장제 속에서 살아온 여성에 대해 미안함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그 여성이 나와 인생을 함께할 배우자라면... 오죽하면 나의 프로포즈는 "결혼해서 미안하다."였다. 아이를 낳아야 하는 역할로 인해 결혼은 여성들에게 많은 희생을 요구한다. 유교의 잔재가 특히 가족 관계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대한민국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난 결혼을 하지 않은 여성들에게 국가가 육아와 출산을 책임지기 전까지 출산 파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동시에 남성들에게 주어진 저주스러운 원죄에 대해 배려까지는 아니더라도 이해를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남성과 여성은 다른 성적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간다. 여성의 생식기는 28일 동안 하나의 난자를 정성껏 생성한다. 그리고 가임기 여성은 생리라는 불편함을 어쩔 수 없이 안고 살아간다. 반면 남성의 생식기는 매일 2억 마리가 넘는 정자를 만들어 낸다. 여성이 시켜서 남성들이 정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듯, 여성 또한 남성들이 시켜서 생리를 하는 것이 아니다. 여성이 후각에 더 민감하듯, 남성은 주로 시각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유미의 세포들"에서 바비는 사랑하는 연인 유미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바비는 금사빠 다은이에게 흔들렸기 때문이 아니라, 0.1초 안에 유미의 질문에 답을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별을 통보받는다.


앞에서 난 웅이파라고 밝힌 바 있다. 유미가 바비에게 이별을 통보하기 전까지 많은 여성들은 바비를 마치 백마를 탄 왕자님처럼 동경했던 것 같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에서도 비하인드로 소개가 되었는데, 왕자들이 백마를 타고 여기저기를 떠돌았던 이유는 장자가 아닌 왕자들은 부모인 왕으로부터 왕국을 물려받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왕위를 물려받지 못해 백마를 타고 떠돌아야 하는 왕자들은 왕위를 물려받을 수 있는 공주를 만나야 잘난 혈통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웅이의 자격지심도 문제지만,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백마 탄 왕자 콤플렉스로 인해 많은 남성들은 평생을 오징어로 살아간다. 웅이의 자격지심을 보며 공감하기보다는 자신의 로망 안에 있는 존재하지 않는 남성들을 쫓는다. 바비처럼 여성의 심리를 꿰뚫어 보기 위해서는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거칠 수밖에 없다. 자신과 결혼할 남성이 카사노바여도 상관이 없다면 모르겠지만...

적어도 만화 속에서나 존재하는 캐릭터였던 바비는 "유미의 세포들"에서 다른 여성에게 한눈을 팔지 않았고, 유미에게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바비는 그저 남성이라는 이유로 차였다. 내가 이렇게까지 흥분하는 이유는 나 또한 저주받은 남성이기 때문이다.


바비를 만나는 중간중간에 웅이가 등장할 때마다 나는 가슴이 뛰었다. 다시 유미가 현실 속 남성 캐릭터인 웅이와 잘 되기를 바랐다. 웅이는 유미가 헤어진 후 더 찌질하게 살다가, 결국 자신이 개발한 게임이 대박이 나면서 크게 성공한다. 자격지심에서 벗어난 웅이가 촉망받는 신인 작가로 성장한 유미와 다시 만나 과거의 얘기를 오순도순 나누며 연예를 이어가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리고 바비와 헤어진 유미는 399화에서 드디어 웅이와 만나게 되었다.

1편에 나왔던 유미 맞아? 유미, 작가도 되고 용도 됐다!


유미는 결국 순록이라는 제3의 남자와 결혼을 하며 2015년 만우절날 연재를 시작했던 "유미의 세포들"은 장장 5년간의 연재 끝에 2020년 11월 6일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이동건은 유미의 이 황당한 선택에 개연성을 부여하기 위해 엉뚱하게 운명을 끌어들였다. 미래에서 보낸 메시지에 영향을 받아 운명의 상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433~438화 당신이 받고 있는 시그널 중

어쨌든, "유미의 세포들" 나를 웹툰의 세계로 인도한 고마운 작품이다. 유미의 귀여운 세포들을 보며 충분히 즐거웠고 행복했다.  고마움을 담아  가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오해를 풀고 가겠다. 유미의 세포들을 뒤늦게  독자들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알려진 "인사이드 아웃" 표절했다고 오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사이드 아웃" 미국에서 2015 6월에 개봉했고, 우리나라에서는 7 9 개봉했다. , 둘은 아이디어가 비슷하긴 하지만 표절과는 무관하다. 심지어 대중들에게 공개된 날짜는 "유미의 세포들" 먼저.


마지막으로 "유미의 세포들"에 대한 아쉬움을 담아 5년 동안 바뀌어 왔던 타이틀 이미지를 모아 소개한다. 안녕, 유미~ 그리고 "유미의 세포들"에 등장했던 수 많은 세포들... 그동안 정말 즐거웠어~, 그리고 좋은 작품 그려 주신 이동건 작가님 고맙습니다~


"유미의 세포들" 타이틀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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