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10개의 빵이 있다. 오랜 시간 동안 한 사람은 10개의 빵 중 9개를, 다른 한 사람은 1개의 빵을 먹어 왔다. 어느 날 1개의 빵을 먹던 사람이 공정하게 5개씩 나누어 먹자고 제안한다. 평소 상대방보다 더 많은 빵을 먹으며 미안한 감정을 품어 왔던 한 사람은 그러자고 했다. 이 인간... 좀 특이하다. 보통은 익숙해진 자신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발악을 하는데...
1개의 빵을 먹던 사람은 갑자기 5개의 빵을 먹으니 신이 났다. 그런데 빵을 5개나 먹다 보니 1개의 빵을 먹으며 지냈던 지난날들에 대한 분노가 일었다. 분노의 대상은 불공정한 분배 구조가 아닌, 본의 아니게 그 구조의 특혜를 누려 온 상대방이다. 9개 먹던 빵을 5개로 줄이기 위한 상대방의 노력은 안중에도 없다. 그리고... 왜, 언제부터 빵을 불공정하게 분배했는지에 대한 사회 구조적인 이유 따위엔 더더욱 관심이 없다. 9개의 빵을 먹어왔던 사람은 갑자기 5개의 빵을 먹으며 견디자니 고통스럽지만, 자신의 의도와 무관하게 더 많은 빵을 먹어왔던 지난날에 대해 반성하는 마음으로 그 상황을 받아들였다.
시간이 지나...
9개의 빵을 먹던 사람은 점점 배가 고파 굶어 죽게 되었고, 1개의 빵을 먹던 사람은 조금씩 배가 불러 결국 배가 터져 죽게 되었다. 소비에 의해 조급해진 인간들은 '대충'을 감지할 능력이 감퇴되었다. 느닷없는 주장과 또는 비자발적 강제 수용으로 한 방에 공정한 세상이 열릴 것이라고 착각한다. 시계가 없던 시절보다 인간은 시간에 대한 관용이 훨씬 줄어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