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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백수 채희태 Apr 13. 2021

바로크 메탈, 그리고 Lost in Hollywood

난 음악 평론가도 의견가도 아니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은 "음악 오지라퍼"? 바로크 메탈이라는 록, 그중에서도 헤비메탈의 한 장르가 있다. 바로크 메탈이라는 장르를 떠 올리면 생각나는 대표적인 사람은 바로 기타로 바흐의 “Bourree” 연주한 잉베이 맘스틴이다. 나중에 살이 쩌 뚱베이 맘스틴이라고 불리던 잉베이의 풋풋한 얼굴을 볼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_6NtzMe_1CI

“Coming Bach”, 피킹 할 때 볼륨을 줄이는 볼륨 주법(1분), 양 손으로 지판을 두드리는 라이트 핸드(1분 45초) 등 일렉기타의 현란한 주법을 감상해 보시라!


바로크 메탈은 말 그대로 메탈에 클래식을 접목한 것이다. 7080 세대는 잉위 맘스틴보다 존 로드와 리치 블랙모어가 키보드와 기타로 경합을 벌였던 딥 퍼플이 먼저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헤비메탈의 표준, Deep Purple의 Highway Star! 2분 즈음에 나오는 존 로드의 키보드 솔로와, 3분 30초에 나오는 리치 블랙모어의 기타 솔로를 비교해 들어보자.

내가 바로크 메탈에 대해 아는 체를 하기 위해 이 두 곡을 소개한 이유는 오늘 아침에 들은 Rainbow의 "Lost in Hollywood"라는 노래 때문이다. 리치 블랙모어는 딥 퍼플의 음악 세계를 지배하려고 했던 존 로드와 사사건건 부딪히다가 결국 투어 중 만난 불세출의 보컬 "로니 제임스 디오"와 "Rainbow"를 결성하며 딥 퍼플을 탈퇴한다. 딥 퍼플이 키보드의 존 로드, 기타의 리치 블랙모어를 필두로 드럼의 이언 페이스, 베이스의 로저 글로버 등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멤버 구성이었다면 레인보우는 철저하게 리치 블랙모어가 지배하는 밴드였다. 그래서 1집의 앨범의 제목도 "Ritchie Blackmore's Rainbow"다.


앨범 이미지를 구하기 위해 구글링을 했더니 한국의 아이돌 그룹 "Rainbow" 이미지만... ㅠㅠ

Rainbow는 리치 블랙모어가 독재한 밴드라고 할 수 있다. 리치 블랙모어의 맘에 안 들면 멤버들은 마구 갈아 치우는 걸로 유명했다. 비틀즈와 레드 제플린 같은 그룹들을 떠 올리면 그 멤버들이 함께 떠 오르지만, 레인보우는 리치 블랙모어와 그 독재의 구조 안에서 삐져나온 낭중지추(囊中之錐) 몇이 있을 뿐이다. 글의 주제에는 벗어나지만 그중 "로니 제임스 디오"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로디 제임스 디오는 레인보우에서 탈퇴(쫓겨났나?)한 후 블랙 사바스의 보컬로 전성기를 구가한다.


락의 상징이 된 로큰롤 사인의 원조는 디오라고 알려져 있다. 어릴 적 할머니에게서 배웠다는 악마의 눈을 찔러서 쫓아내는 손동작.

애초에 말을 꺼내지 않았으면 모르겠지만, 일단 로니 제임스 디오를 언급했으니 이 노래를 안 듣고 그냥 지나칠 재간이 없다. 바로 블랙 사바스의 "Heave & Hell"이다. 163Cm의 단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로니 제임스 디오의 묵직한 보컬을 한번 감상해 보자!


Heaven&Hell, 얼마 전 싱어게인에 나와 헤비메탈의 생존을 알린 "정홍일"이 방송에서 이 노래의 인트로 부분을 살짝 부르기도 했었다.

로니 제임스 디오끕은 아니지만, 난 레인보우 보컬 중 "그레이험 보넷"을 꽤 좋아한다. 레인보우 시절 리치 블랙모어의 눈치를 안 보고 그 당시 유행하던 짧은 머리로 무대에 올라 리치 블랙모어에게 공연 중 기타로 머리를 맞았대나 어쨌대나... 암튼 그레이험 보넷은 디오가 떠난 레인보우에 영입되어 전성기를 이어가는데, 그레이험 보넷을 영입한 후 발표한 음반이 바로 "Down to Earth"이다. 이 당시 드러머는 무려 코지 파웰이었다. 코지 파웰은 한때 약물 중독으로 사망한 Led Zeppelin의 드러머 존 보냄을 대체할 유일무이한 드러머로 추대되기도 했었다. 존 보냄이 없는 Led Zeppelin은 상상할 수 없다는 기존 멤버들의 의리로 인해 Led Zeppelin은 결국 록 역사의 뒤안길로 추락했지만...

오해가 있을 것 같아 부연을 하자면, 여기서 추락이라는 표현은 Led Zeppelin에 대한 헌사의 의미를 담은 단어 선택이다. Eric Clapton과 Jeff Beck이 떠난 야드버즈를 외롭게 지키고 있던 Jimmy Page가 그룹 이름을 정할 때 추락하는 zeppelin 비행선을 보고 밴드 이름을 Led Zeppelin(원래는 Lead Zeppelin이었다고...)으로 지었고, 역사적인 Led Zeppelin의 1집 앨범도 zeppelin 비행선이 추락하는 사진이다. 동시에 의리를 위해 기꺼이 밴드의 해체를 선택한 멤버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기 위한 표현이기도 하다. 하나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열매를 맺듯, Led Zeppelin은 추락을 통해 록음악의 전설이 되었다. Atlantic Record의 설립자였던 Ahmet Ertegun을 기리기 위해 2007년 영국의 아레나에서 열렸던 Led Zeppelin의 '임시 결합' 공연에서 존 보냄의 아들 제이슨 보냄이 드러머로 참여하며 Led Zeppelin은 전설과 의리를 이어갔다.


Led Zeppelin 1집 앨범 커버


자신의 음악을 추구하기 위해 딥 퍼플에서 나온 리치 블랙모어...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리치 블랙모어는 존 로드가 추구하고자 했던 바로크 음악을 더욱 발전시켜 앞에 언급한 잉베이 맘스틴에게 그 유산을 전달해 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Down to Earth에 들어있는 대부분의 곡들은 파워풀하면서 클래시컬하다. 그 대표적인 곡 중 하나가 바로 먼길을 돌고 돌아 소개하려고 하는 "Lost in Hollywood"다. 중간에 삽입되어 있는 키보드 간주는 리치 블랙모어의 레인보우가 존 로드의 영향력과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게 해 준다. 백언(言)이 불여일문(聞), 한번 직접 들어보자!


Rainbow의 "Lost in Hollywood", 그레이험 보넷이 아니라 제임스 딘이 노래 부르는 줄~

"Lost in Hollywood"는 그 이후에도 내내 그레이험 보넷을 따라다녔는데, 그때마다 리치 블랙모어에게 저작권료를 지불했는지 확인할 길은 없다. 다음은 바로크 메탈을 완성시킨 잉베이 맘스틴의 "Alcatrazz" 시절 그레이험 보넷이 부른 "Lost in Hollywood"다. 리치 블랙모어는 공연 때도 얌전하게 기타만 치기로 유명한데, 반대로 리치 블랙모어의 영향을 받은 잉위 맘스틴은 리치 블랙모어와 달리 공연 때 온갖 깨방정을 다 떤다. 공연 중간에 깨방정을 떨다가 기타에 이상이 생겨 그레이험 보넷이 혼자 고전하는 부분이 나온다. 화를 낼 수도 없고... 노래를 부르며 헛웃음을 짓는 그레이험 보넷의 얼굴이 자주 포착된다. 깔끔한 머리를 한 그레이험 보넷의 머리를 기타로 내려친 리치와는 다르게 신세대(?) 기타리스트인 잉베이는 머리 스타일이 마음에 들었는지 꽤 친한 척하는 모습이 공연 영상에 그대로 담겨 있다. 하긴 둘의 나이 차이가 띠동갑을 훌쩍 넘으니... 중간에 짤리긴 하지만 잉베이의 기타는 언제 들어도 참...


https://www.youtube.com/watch?v=7N29MzwwcxE

한때 잉베이가 기타 치는 걸 보고 리치가 기타를 접기도 했다는 후문이, 그런데 정작 잉베이는 자신에게 가장 영향을 준 기타리스트가 리치라고 말했다고...

다음 영상은 1947년생인 그레이험 보넷이 적어도 70 전후의 나이에 부른 "Lost Hollywood"라고 추정된다. 앞의 공연에 비하면 학예회 같은 느낌이 나기도 하고, 세월은 흔적이 그레이험의 얼굴을 가득 메웠지만, 목소리에 남은 열정과 파워는 여전하다. 고단한 생계에서 벗어나게 되면 전국을 떠돌며 버스킹을 하는 것이 꿈인 나도 그레이험 보넷처럼 살 수 있을까?


그레이험 보넷, 당신의 노년을 응원합니다!

지금까지 들은 "Lost Hollywood"가 레인보우 시절 리치 블랙모어의 편곡을 그대로 계승한 곡이라면. 마지막으로 소개하는 "Lost Hollywood"는 아마도 그레이험 보넷이 리치의 그늘에서 벗어나 혼자 밴드를 이끌면서 녹음한 곡으로 추정된다. 보컬이 좀 더 강조가 되었고, 기타는 깔끔하지만 밋밋하고, 드럼은 악기라기보다는 비트박스 같은 느낌이 든다.


대학원 과제도 해야 하고, 다음 주 연재할 칼럼도 써야 하는데... 이러고 있으니, 나도 참...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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