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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앞에 당당하라!

by 낭만박사 채희태

대부분의 인간은 벌레를 혐오한다. 방금 공중화장실 소변기에서 세기도 싫을 만큼 다리가 많은 벌레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그 놀람의 감정은 분명 혐오일 것이다. 난 모처럼 나에게 혐오감을 안겨 준 벌레를 응징하려다 이내 그만두었다. 나를 인지해 흘러내리기 시작한 소변기의 물로 인해 버둥거리는 벌레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더 무서울까, 저 벌레가 더 무서울까?


내가 지금 하고 있는 혐오의 행위에 있어 강자는 혐오의 대상인 벌레가 아니라 혐오의 주체인 나다. 아니 혐오는 그 기준이 무엇이든 강자가 느끼는 감정일 수밖에 없다. 대상이 나보다 강하다면 혐오 대신 공포를 느끼는 것이 맞다. 그러니 우리는 혐오 앞에 보다 당당해야 하고, 혐오의 대상에게 오히려 측은지심을 가져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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