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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백수 채희태 Nov 30. 2021

이준석, 이재명을 따돌리다!

“옥소폴리틱스”라는 온라인 정치 커뮤니티가 있다. 나도 오래전에 재미 삼아 가입을 했었는데, 가입하면 정치 성향 테스트를 한 후, 그때그때 옥소가 마련한 정치 현안에 대해 찬반 투표를 하거나 다양한 의견을 남길 수 있는 구조다.

메뉴는 심플하다. 그리고 나는 극단적으로 분배를 지향하는 정치성향을 가지고 있다.

보통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정치와 종교 이야기를 금기시 하는데, 그 이유는 싸워봤자 답도 없고, 정치 외 목적으로 만든 커뮤니티가 정치와 종교 이야기로 두 동강이 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종교는 주로 개독과 반개독으로 두 동강이 나고, 정치는 보통 진보와 보수로 두 동강이 난다. 둘 사이에는 존중은 말할 것도 없고, 인정 자체도 존재하지 않는다. 종교야 그렇다 쳐도 정치까지 그런 취급을 받는 건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정치의식이 보편적으로 매우 천박하기 때문이다. 정치 이야기를 금지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정치 행위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정치를 혐오하고 금지하는 정치만 허용된다.  


옥소폴리틱스 앱을 설치하면 정치 현안에 대한 피드백을 달라는 알람이 적당히 귀찮을 정도로 오는데, 그동안 쭈욱 무시해 오다가 오늘 오랜만에 앱을 열어 보았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도래하지 않았는가!) 그동안 소소한 업데이트가 있었던 모양이다. 가장 먼저 “실시간 정치인”이라는 메뉴가 눈에 들어왔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옥소(oxo, 옥소폴리틱스에서 주는 포인트)를 선호하는 정치인에게 후원(?)하면 폴디(Politician Director)가 될 수 있는데, 놀랍게도 국힘당의 이준석이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었다.

이준석은 폴디 수로도, oxo 양으로도 2위 이재명을 가뿐하게 넘어섰다. 새로운 물결의 김동연이 6위를 차지한 것도 인상적이다.

20 대선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30  반독재민주화 투쟁의 주역이었던 586 만능감에 취해 후속 세대 양성을 게을리해 왔던 여당으로선 곤욕스러운 선거가  것이라는  중론인  같다. 마치 정성을 다해 사랑으로 키운 자식이  엇나가는지 모르는 부모처럼, 여당은 등을 돌리고 있는 민심에 대한 답답함도 가지고 있는  같다.


나도 검찰총장에서 정치인으로 포장지를 바꾼 윤석렬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아니 솔직히 말해 내 관심 밖의 인물이라 사실 잘 모르지만, 그건 가치가 아닌 그저 나의 취향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윤석렬이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망할 거라는 호들갑에는 잘 동의가 되지 않는다. 트럼프가 미국을 적당히 말아먹긴 했지만, 그렇다고 미국이 망하지는 않았다. 대통령 하나 때문에 망할 나라라면 차라리 빨리 망해 버리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더 큰 문제는 진영과 진영 사이를 오가며 증폭되는 혐오가 시민의 성장과 정치의 발전에 더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마을공동체를 목 놓아 외치면서도 그 공동체 안에 나와 다른 정치적 견해를 가진 사람을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아이러니는 도대체 언제까지 계속될까?


옥소폴리틱스에서 상대적으로 이준석의 주가가 높은 이유는 아마도 젊은 층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정치 이야기를 금지하는 정치 행위를 일삼는 온라인 커뮤니티나, 뻑하면 생각이 다른 사람을 차단하거나 삭제해 스스로 필터 버블에 갇히는 SNS와는 다르게 옥소폴리틱스에는 다양한 정치적 견해들이 있는 그대로 모여 있어 그나마 한국 정치의 실낱같은 희망을 볼 수 있다. 우리는 여전히 부모님이, 또는 자식이나 배우자가 나와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면 가족이라는 공동체에 금을 내는 것도 불사하는 전근대적 계몽주의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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