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이 이 노래가 저한테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한번 불러보라고 해서 공부하는 와중에 틈틈이 연습해 보았습니다. "Pale Blue Eyes"는 <The Velvet Underground>의 노래로 영화 <접속>을 통해 소개가 되면서 꽤 인기를 끌었던 곡입니다. 이 노래는 <밸벳 언더그라운드>에서 기타와 보컬을 맡고 있는 "루 리드(Lou Reed)"가 애인인 "셀리 앨빈(Shelley Albin)"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만들었다고 합니다.
가사를 찬찬히 들어보면 안타까운 내용이 많이 등장합니다. 연애를 하다보면 행복하기도 하지만, 슬프기도 하고 또, 가끔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미치게 만들기도 하죠.
Somtimes I feel so happy, sometimes I feel so sad. But mostly you just make me mad.
얼마나 사랑했으면, 애인을 거울 속에 담아 지켜보고 싶었을까요?
I'd put you in the mirror, I put in front of me.
결국 셀리는 다른 남자와 결혼을 했고, 루 리드는 친구로라도 남고 싶었지만 그걸 죄악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네요.
The fact that you are married, only proves you're my best friend. But it's truly, truly a sin.
노래는 총 5절까지 있는데, 3절 부터는 도저히 가사가 안 외워져서 1절과 2절만 불렀습니다.
오늘은 OTT를 뒤져 오랜만에 영화, <접속>을 한번 봐야겠네요.
Pale Blue Eyes를 부른 후, 영화 <접속>을 찾아서 다시 봤습니다. "전도연"과 "한석규"가 주인공인 건 알았는데, 비중 있는 조연으로 "추상미", "김태우"도 나오고, 그리고 막장 배우 "김철호"도 잠깐 등장하네요.
예전엔 영화를 보며 "Pale Blue Eyes"의 가사는 신경도 안 썼었는데... 가사 내용을 알고 나니 영화, <접속>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 것 같네요.
영화 <접속>에는 복잡한 애정 관계로 얽혀 있는 두 그룹이 등장합니다. 한 그룹의 중심에는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 PD인 동현(한석규)이, 다른 한 그룹의 중심에는 텔레마케터 수현(전도연)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두 그룹은 우정과 애정이 섞여버린 묘한 삼각 관계로 얽히게 됩니다. 우정 사이에 애정이 개입하게 되면 그 우정은 "Pale Blue Eyes"의 가사처럼 더이상 우정이 아닌 죄악(it's truly, truly a sin)이 되어 버리죠.
우정과 애정 사이에서 "어쩌다 죄인"이 되어버린 한석규와 전도연 사이에는 "Pale Blue Eyes"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노래가 있었고, 그 노래를 매개로 한석규와 전도연은 PC 통신을 통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영화, <접속>에서 PC 통신은... "구질구질한 과거"로 부터의 탈출구이자,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관계 방식"의 시작을 상징하는 것 같습니다. 어느날 선배에게 선배가 사랑하는 여자와의 관계를 들켜버린 한석규는 "구질구질한 과거"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호주로의 이민을 결심하게 되고, 친구의 애인을 향한 자신의 마음을 들켜버린 전도연은 그동안 PC 통신을 통해 속내를 주고받았던 한석규와의 "새로운 관계"에 매달리게 됩니다.
영화의 스토리텔링 방식이 늘 그렇듯 두 사람은 아슬아슬하게 우연을 비켜가며 관객의 애를 태우다가, 마침내 영화가 끝나기 바로 직전 우여곡절 끝에 만나게 되는데, 그 순간 "Pale Blue Eyes"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노래, "A Lover's Concerto"가 울려 퍼집니다. 순간, "Pale Blue Eyes"가 구질구질한 과거를 상징하는 노래라면, "A Lover's Concerto"는 마치 새로운 시대를 활짝 열어재끼는 축제같은 노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한국 음악의 가장 큰 획은 <들국화>가 그었고, 한국 영화는 <접속>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생각합니다. 그룹 <들국화>는 곡의 완성도 뿐만 아니라 음악의 완성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믹싱 또한 이전과는 다른 경지를 개척했는데, 당시 <들국화>가 개척했던 경지는 정규 음반 1집과 2집 사이에 내놓았던 라이브 음반을 들어보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서태지가 굳이 미국에 가서 음반 작업을 한 이유도 녹음 장비가 아닌, 그 장비를 다루는 한국의 믹싱 엔지니어 능력이 미국을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죠.
1997년에 개봉했던 <접속>이 나오기 전까지 한국 영화는 야리꾸리한 제목의 성인영화나, 쌈박질 하는 영화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영화 <접속>은 당시 인기를 끌기 시작했던 PC 통신이라는 주제를 통해 식상한 주제로 범벅이 되어 있던 케케묵은 한국영화와의 작별을 고하고 새롭고 다양한 주제를 찾아 떠나는 항해의 돛을 힘차게 올렸습니다.
자! 여러분도 영화, <접속>을 보며 지긋지긋한 무더위와 작별을 고하고, 곧 다가올 시원한 가을을 맞이해 보시면 어떨까요? 참고로 <접속>은 넷플릭스와 티빙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