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논문 마치고, 긴 슬럼프에 빠져 있습니다.
쓰고 싶은 글은 차고 넘치는데,
막상 글을 쓰려고 하면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예전에 썼던 글들을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아! 예전엔 내가 이렇게 자유롭게 글을 썼었구나...
바둑으로 비유하면 논문 글쓰기는 변에서부터 두는 줄바둑인 것 같습니다.
한 칸이라도 벌렸다간 지엄하신 교수님들의 태클이 들어옵니다.
예전에 전 천방지축 두 칸, 세 칸 벌려 가며 글을 쓰기도 하고,
심지어 뜬금없이 천원(天元)에서 글을 시작하기도 했었던 것 같습니다.
각각의 장점과 단점이 있겠죠...
논문은 논리가 탄탄하긴 하겠지만,
특정 찻잔 속에만 머무는 경우가 많으며,
자유로운 글쓰기는 여기저기 넘실 댈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자칫 아무 말 대잔치가 될 수도 있습니다.
박사가 되었다고 어디 불러주는 곳도 없고,
집에 있기도 답답해서 습관처럼 공부하던 카페에 아침 일찍부터 나와 있습니다.
어제는 카페 사장님이 뜬금없이 복분자주를 주셨는데,
몇 잔 홀짝였더니 금방 취기가 오르더군요.
술기운을 빌어 예전부터 불러보고 싶었던
Elton John의 "We all fall in love somtimes"를 불러 보았습니다.
요즘, 조금만 말을 하면 목이 갈라지는데,
술을 먹고 노래를 부르니 더 심한 것 같습니다.
노래를 부르는 중에 눈도 자꾸 감깁니다.
우리는 모두 때때로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또 슬럼프에 빠지기도 합니다.
어떻게 해야 이 슬럼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