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세상을 살다보면 어떻게든 '어떤 사람, 물건, 행위, 감정, 컨텐츠 등'에 달라붙게 됩니다.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돈을 모아 물건을 사거나, 끈임없이 열등감으로 자신을 괴롭히거나, 즐거움을 주는 컨텐츠에 지속적으로 중독되게 됩니다. 30년 정도 끈지 못하고 있는 담배도 결국 스트레스라는 단어에, 도파민이라는 단어에 즉각적인 반응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합니다.
제가 살아온 경우를 되짚어 보면 즐거움과 괴로움 모두 이 '천착'에 원인이 있는 것 같습니다. 처음으로 결혼승낙을 받았던 그날, 그렇게 가지고 싶었던 꼬마주택을 몇억의 대출을 받더라도 구매를 하기로 결정햤던 그날, 제 인생에는 잊기 어려운 날들이 있습니다. 거꾸로 잊고 싶은 날도 너무 많습니다. 부당하게 타인을 대했던 기억들, 내 고집 피우느라 배려심에 '배'자도 없이 보내온 날들,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다들 그렇지 않나요? 왠지 나도 모르게 이리 끌리고, 저리 끌리고 또는 밀쳐내는 타인에게 화를 품거나 슬퍼하게 됩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인생은 무엇과도 너무 가깝거나 멀거나 하면서 파동이 커진다는 것 입니다. 그래서 내가 아무리 좋아하는 것이라도, 싫어하는 것이라도 너무 달라붙거나, 너무 밀쳐내지 말고 약간의 거리를 둔채 그저 바라보면서 시간을 보내야할 때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너무 즐겁거나, 괴로운 경험은 우리를 지치게 합니다. 방향을 잃어버리게 합니다. 거리를 지키면서, 시간을 보내며 바라보다보면 어느 순간에는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디로 가야하는지 깨닫게 되는 순간들이 오는 것 같습니다. 제 경우에는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