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면허프로젝트(5)by위씨아자씨

염소와 고양이

by Damien We

# 현상유지적인 삶

주말에도 출근을 하면서 일을 해야하는 '을의 현상유지'라는 것은 행복한 일은 아니다. 더군다나, 우리가 보내는 현재 상황과 관계없이 계속 뭔가를 '요구'하는 주변인들은 참 많다. 해외여행가자는 아내, 미친듯이 들어가는 딸내미 학원비. 물론 다 나의 나와바리이기 때문에 그들의 행복과 안위 그리고 미래를 위한 나의 노력은 당연하다.



#과도한 요구를 하는 사람들

그래도 가끔은 주변에서 나에게 외치는 수많은 '요구'들을 묵살하고 싶을 때가 있다. 사실 난 올해 계획이 없다. 다들 놀랄 수는 있지만, 무슨 계획을 가지고 살아서 그 계획을 달성해 본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전후사방 고하를 막론하고 들려오는 '무책임할 정도로 단편적인 말들'. 이 말이 솔직히 난 사람을 죽인다고 보게 되었다. 몇 년전 그냥 치고 들어왔던 '호흡곤란과 4년간의 공황장애'로 인해 사실 나는 많은 변화를 겪어야 했으나, 실제로 바뀐 건 거의 없다. '마음가짐'만 바뀌었을 뿐이다.


내가 숨을 못 쉬어도 세상은 돌아가며, 내 주변은 끈임없이 나에게 요구를 했다.'헐' 정말 드런 세상이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일년 약 3,000시간 가까운 근무를 하면서 남은 건 과도한 흡연과 폭발적인 음주 정도일까나... 뭐..이제 술은 거의 안먹으니까라고 위로를 해도, 세상을 대하는 내 태도가 바뀌게 된 것은 몇 가지 '기술'을 익혔기 때문이다.


#신경끄기도 기술인가?

일단 '신경끄기의 기술'이다. 물론 드럽게 어렵다. 단지 내 작은 Radom Memory에 올리는 메시지의 양을 줄일 뿐이다. 내려놓은 메시지는 언젠가는 다시 올라온다. 이때의 포인트는 '무진장 많은 양의 메시지가 머리를 정복하려 할 때, 잠시 온 신경을 쏟을 수 있는 다른 곳에 잠시 집중해야한다는 것'. 근데 이게 참 어렵다. TV와 그 수많은 SNS에 나오듯이 과연 내가 '뭔가 다른 곳에 몰입을 할 수 있는 긍정적/정서적/올바른 인간인가?'라는 질문 때문에 정작 내가 뭘 좋아하는지 찾기가 하늘에 별 따기라는 것이다.


나만의 신경끄기 기술을 익혀가는 중...



가끔은 모멸감을 느낄 때도 있었고, 바로 날아가버릴 것 만 같은 휘발성 칭찬들, 계속 욕먹을 수 밖에 없는 직급/직책. 멍 하니 있고 싶어도 계속 울리는 전화와 메시지 그리고 보고서 독촉, 디스카운트 요청..헐. 우린 뭐 먹고 살라고 그러냐?라고 외치고 싶으나, 한국적 관계망 특성에 나의 용기없음이 겹쳐져서 이 모양으로 살고 있다.


아직 다 찾은 건 아니다. 뭘 해야 만족스러운 '메시지 홍수 blocking이 가능할까'라는 생각은 항상 머리 속 포스트 잇 가장 윗단을 차지하고 있다. 사람들이 속을 긁는 방식은 사실 무지하게 다양하다. ㅋㅋ


내가 이야기하고 있을 때 화제바꾸기

근처에 가면 방어적 자세 취하기

1초 거리에서 문자보내기

필요한 거 있으면 얼굴보고,

없으면 바쁘다고 해대기

만들어지는 카톡방에서 지

컴퓨터 켜기싫다고 내일 일정 물어보기

상황 모르는 척 하면서 돈쓰게 만들기

오라고 할때는 안오다가,

상황 안좋아지면 가능하냐고 물어보기

등등 정말 구구절절하다.



#멍때리는 염소와 고양이의 사회적 거리

그래서 난 염소와 고양이가 좋다.
염소는 풀만 먹는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살아가고

우는 소리도 조용하다. 그리고 표정이 없다.

사람을 쫏아다니지 않는다.


고양이 역시 매력적이다.

높은 곳, 낮은 곳 등 일단
메시지 차단의 달인이다.

부르면 도망가고

필요할 때만 슬쩍 조심스레 다가온다.

일단 개처럼 무턱대고 들어오지 않는다.

개도 귀엽긴 하나..ㅎㅎ


한 동안 고즈넉한 동네의

고양이의 조그마한 산책 길을 상상한 적이 있다.

미야자키하야오의 애니를 보듯이

먼 발치에서 사람들 간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영역이란 걸 만들기를 바랬다.


물론 지금처럼 강제적인 거리를 원한 건 아니다.

사회적 거리를 잘 유지하는 고양이씨. 살짝 살짝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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