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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der Nov 18. 2024

동양인 의사가 더 좋을까?

미국 흑인 영아 사망률과 백인 의사

미국 흑인 영아 사망률은 백인 영아 사망률의 두 배(2 - 2.5배)에 이른다. 이 데이터만 봐도 미국의 인종에 관한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올 수 있다. 그리고 아직은 인종과 사회적 지위와 부(Socio Economic ststus)의 차이가 연관되어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흑인 인권운동이 미국을 들썩일 2020년,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데이터가 저명한 의학지 PNAS에 의해 보고 되었다.

흑인 신생아가 흑인 의사의 진료를 받을 때 사망률 격차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놀랍게도 이러한 효과는 더 복잡한 사례에서, 그리고 병원이 더 많은 흑인 신생아를 돌보는 경우에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은 흑인 아이가 태어날 때 의사가 백인일 경우 영아의 사망률이 높아지고, 흑인 의사일 경우 사망률이 반으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 연구가 나왔을 때 미국은 뒤집어졌었다. 가뜩이나 인종차별에 대한 여러 가지 반발의 목소리가 퍼지고 있을 무렵 이 연구는 더 많은 사람들을 좌절과 허망에 빠뜨렸다. 많은 미국의 언론도 이 연구를 주시했고 후에 많은 병원과 의학계에 여러 방향으로 파동을 일으켰다.


한국이야 이런 인종문제가 생소하지만, 미국이나 캐나다처럼 '다 인종 사회'에서는 '인종'이 중요한 요소다. 이런 점은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도 중요하지만 개인적 결정을 내릴 때 역시 중요한 요소가 된다.


언젠가부터 나도 의사를 고를 때 아시아인 여성 의사를 선호하게 되었다. 이왕이면 나와 비슷한 나이, 여자, 같은 인종의 의사가 내가 의사를 고르는 기준이 되었다. 예전 같으면 좋은 학교를 나온 순서라든지, 내가 가지고 있는 병이나 질환에 연구를 한 기록이 있는 의사 또는 우리 집과 가까운 병원에서 의사를 찾았지만 언젠가부터 내 주위에서도 여러 가지 이유로 의사를 고를 때 인종을 보게 된다는 이야기를 꽤 접하게 되었다.


이것은 예전과는 좀 달라진 현상이다. 예전에는 무조건 백인 의사들이 인기가 많았다. 나와 함께 근무하는 전직 의사 동료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은 특히 전문분야에서 더 크게 나타난다. 예를 들면 일반 내과보다는 수술과 의사를 선택할 때 백인 전문의가 압도적으로 인기가 많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이 최근 몇 년간 많이 줄었다고 한다. 아시아인들은 동양 의사를, 흑인은 흑인 의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미국 의사의 인종과 전체 인구에 따른 비율은 어떨까? 현재 미국의 전체 58%가 백인이고 의사의 56%가 백인이다.

의사 56.2% White - 인구 58.4%

의사 17.1% Asian  - 인구 6.4%

의사 5.8% Hispanic - 인구 19.5%

의사 5% Black - 인구 13.7%


수치상으로는 미국에 사는 아시아인들은 아시아계 의사를 찾는 데 문제는 없겠다. 물론 의사의 타입, 즉 전문인의 비율을 보면 또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가령 아시아 의사의 절반이 성형의나 피부과 전문의라고 가정하면 쉽게 상상이 갈 것이다.


이런 현상은 치과 의사나 시력 검사를 하는 검안사(Optometrist)를 찾을 때도 마찬가지다. 특히 실리콘밸리 같은 큰 도시에서 동양인으로서 동양인 전문가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흑인이나 히스패닉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 될 수 밖에는 없다.


동양인 의사. 정말 더 나을까?

먼저 앞에서 소개한 언짢은 흑인 영아 사망률에 관한 해명부터 해야겠다. 2024년 같은 의학지에서 2020년에 내놓은 조사의 문제점을 바로잡을 수 있는 조사가 나왔다.


9월에 발표된 이 새 조사에서 2020년에 나온 연구에 관련된 자료를 좀 더 깊게 분석한 결과 '흑인 영아가 백인 의사의 손에 죽을 확률이 높다는 설'은 설립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는 것.


태어난 아이들 중 큰 위험군의 아이들은 더 큰 병원이나 소아가 특수 전문의에게 보내지게 되는데 이런 전문의의 대부분인이 백인 의사라는 점이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되었다.


즉, 백인 의사가 흑인 아이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 군에 있는 아이들의 생존율이 낮은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이것을 의사의 인종과 연관 짓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 이 논문의 골자다.


물론 왜 특수 전문의들은 백인이 더 많으냐, 또는 왜 큰 병원에 있는 의사의 대부분이 백인이냐라는 것은 미국 사회가 대답해야 할 정당한 질문이다. 그러나 최소한 백인 의사가 흑인 아이들을 더 죽음으로 몰아넣는다는 섬뜩한 오해는 이 논문을 통해 사라지기를 바란다. 


내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딱히 동안인 의사를 만났다고 더 좋은 서비스를 받은 기억은 없다. 인종과 나이에 상관없이 환자를 편하게 보는 의사, 이것저것 대화를 나누려고 노력하는 의사, 복잡한 의학정보를 친절하게 쉬운 말로 설명해 주는 의사, 내가 하는 말에 귀 기울여 듣는 의사가 좋은 의사였지, 동양인 의사라고 해서 더 나은 것도 없더라.


지난번 낙태와 범죄에서도 그렇지만, 데이터를 가지고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세상을 보는 관점이 바뀔 수도 있고, 인종차별주의자라는 오해를 살 수 있다.


미국 의사 비율 - https://www.aamc.org/data-reports/workforce/data/figure-18-percentage-all-active-physicians-race/ethnicity-2018

전체 인구 - https://www.census.gov/quickfacts/


대문은 Photo by Patricia Prudent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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