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oder Nov 11. 2024

낙태와 범죄

데이터로 보는 미국 사회

요즘도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미국의 총기 관련 사건 / 사고들이나, 잔혹한 범죄들 때문에 '미국'하면 떠올리는 단어가 자유, 평화보다는 '범죄'나 '약물중독' 그리고 끊이지 않는 '노숙자 문제'등인 것 같다. 그러나 사실 미국 사회는 예전에 비하면 많이 안전해진 편이다.


이런 트렌드는 비단 미국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이나 다른 많은 선진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른들이 '참 살기 험악한 세상이다'라는 말을 자주 하시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들이 살던 세상보다 지금이 더 안전하다.


지난달 FBI가 내놓은 2023년 미국 전체 범죄에 관련된 데이터를 보아도 2023은 지난 50년 자료를 비교해 보았을 때 가장 범죄가 줄어든 평화로운 해였다.

2023년 미국 범죄 데이터

살인 - 전년 대비 11.6% 감소

강간 - 전년 대비 9.4% 감소

폭력, 강도 - 2.8% 감소

절도 - 0.3% 감소

70년대와 80년대와 비교해 봐도 그렇지만 90년대와 비교를 해도 많은 차이를 두고 미국의 범죄율은 낮아졌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92년 LA 폭동은 63명의 사망과 2천 명도 넘는 사상자를 냈다. 그때 미국, 특히 LA에 거주하고 있었던 한인 교포들은 아마 그 공포의 순간을 아직도 기억하시리라 생각된다.

미국의 살인율(1950 - 2

그럼 무엇이 미국을 좀 더 안전한 나라로 만들었을까? 정책, 경제, 교육등 여러 가지 복잡한 이유 가운데 오늘은 흥미 있는 낙태에 관한 이론을 소개하려 한다.


낙태가 범죄율을 낮췄다?

낙태에 관한 법은 최근 다시 도마에 올랐다. 한국에서도 들어봤을 만한 Roe vs Wade(로와 웨이드 공방) 덕분에 대법원의 판례로 50년 전인 1973년 미국은 낙태를 법적으로 허용했었다. 낙태 결정은 '의사와 낙태를 원하는 여성의 결정'이라는데 원칙을 두고 있다.


그러나 2022년 미국 대법원은 1973년의 결정을 기각함으로써, 낙태는 다시 이제 주 정부의 결정으로 되돌아간 상태다. 즉, 각 주 정부가 낙태의 합법성을 결정할 수 있다.


이런 대법원의 변심 때문에 자연스럽게 여러 사회학자들은 낙태에 대한 흥미로운 데이터를 얻게 되었다. 그중 가장 돋보이는 데이터에 관련한 이야기는 2014년 시카고 대학 저명한 경제 학자 Steven D. Levitt에 의해 소개된 1990년대의 범죄율 저조 현상의 이해: 4가지 밝혀진 이유와 6가지 이론들이라는 논문이다.


이 논문은 '73년 이후 원치 않는 아이(Unwanted Child)를 대상으로 한 낙태가 90년대의 범죄율이 낮추는 원인 중 하나다'라는 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논문은 나오자마자 많은 관심과 함께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전체적인 데이터나 활용이나 논문의 골자는 과학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손색이 없는 합당한 이론이라는 것이 학계의 보편적인 시각이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부모가, 특히 엄마가 준비가 안되어있거나 아이를 키울만한 여건이 되지 않는 다면 차라리 낙태를 선택하는 것이 본인이나 아이에게 더 나을 것이라는 것, 특히 이런 결정이 사회에도 바람직하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 설이다. 물론 도덕적인 면에서는 수긍이 안되더라도 범죄학이나 경제학적으로는 납득이 되는 설명이다. 그리고 데이터가 이것을 입증하고 있다.

이 논문은 당시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했다

당연 종교업계에서는 논문의 취지를 좋게 보지 않았고 일반인들에게도 이 논문은 어딘가 꺼림칙한 느낌을 주었다.


이 논문이 백인 우월주위에서 나왔다는 설도 심심치 않게 돌았다. 범죄율을 인종으로 분리해서 보면 백인보다는 유색인종이 많기 때문에 이 논문은 '그럼 백인 말고 저소득 유색인종은 다 낙태를 하라는 말이냐?'라는 식의 주장을 낳았다.


물론 논문의 저자는 이런 해석이나 뉘앙스에 대해 거듭 반발했다. 논문은 그저 90년대의 낮은 범죄율이 70년대의 원치 않는 임신의 중절과 관련이 있는가? 에 관한 이론을 뒷받침할 뿐이라고 해명했다.


데이터의 해석

실리콘밸리 테크회사에서 인공지능이나 여러 가지 데이터에 관한 일을 하는 나는 같은 데이터를 가지고 여러 명이 각각 다른 해석을 하는 일을 자주 본다.

어떤 사람은 한 가지를 보고 세 가지를 추측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데이터가 주는 직접적인 설명만 믿는다. 또 어떤 이는 아무 의심 없이 데이터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어떤 사람은 여러 관련 데이터를 뒤져가며 다른 해석을 찾거나 데이터의 학점을 찾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 놓일 때마다 또는 의견이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마다 '적절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의견을 내놓거나 결정을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느끼고 또 느낀다. 상품을 만드는 개발자나 데이터 분석가가 아니더라도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백신을 맞아야 할지, 어떤 학교를 가야 할지, 무슨 전공을 해야 할지, 어떤 투자를 해야 하는지, 먼 미래를 위해서 어떤 회사에 지원해야 하는지. 더 기본적으로는 누구에게 질문을 해야 할지, 누구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지 등 기업의 입장에서나 개인의 입장에서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지, 어떤 채널을 통해서 지식을 습득하고 데이터를 얻어야 하는지가 앞으로 성공과 실패를 좌우할 가장 큰 요인이 되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 논문의 골자인 '낙태와 범죄율'은 흥미 있는 경제학적, 사회학적 이론이다. 범죄율의 저조화 현상을 데이터로 접하고 그것을 20년 전의 낙태의 합법화와 관련을 지은 점은 내가 생각에 기발하고 창의적인 데이터 활용이 아닌가 싶다. 이 이론이 나오고 그것을 우성학(Eugenic)과 관련지은 독자들도 기발하다.


이런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점은 데이터의 습득과 해석이라는 부분이다.

데이터가 믿을만한가?

이 데이터가 시사하는 바가 무엇일까?

필요시 데이터를 꼼꼼히 볼 수 있는 능력이 우리에게 있는 것일까?

데이터를 토대로 어떤 결정이나 이론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이런 점을 더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미국의 살인율 - 출처

대문사진은 Photo by Maxim Hopman on Unsplash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