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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der Nov 05. 2024

고등학교 강의 가서 느낀 점

세상을 밝게 보는 힘

얼마 전 하남시 한 고등학교에서 1 -2 학년을 상대로 강의를 했다. 미국에서도 개발자 부트캠프등을 돌아다니며 강의를 하고 있음으로 그 프레젠테이션을 그대로 써서 한국의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면 어떨까 하고 선생님으로 재직 중인 친구에게 제안을 했고 출국 하루 전 드라마틱한 타이밍으로 일이 성사되었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한바탕 축구를 하고 들어온 아이들은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하고 강당으로 들어섰다. 나는 수차례 연습한 데로 강연을 이어갔다. 강연의 제목은:

세상을 보는 다른 시각

단순히 Half Full and Half Empty라는 긍정적 그리고 부정적 시각을 떠나서 평소 한국사람들의 좁은 '성공'에 관한 관점이 나는 오랫동안 거북했었다.


특히 내가 외국에서 살고 일한 지 20여 년 동안 배우고 느낀 "다양한 방법으로 세상을 보는 법"을 통해 '성공'을 조금 넓게 보는 방법을 아이들에게 맛보게 하고 싶었다.


그래도 실리콘밸리에서 개발자로 일하는 사람이니 조금이라도 기술적인 내용을 넣어야겠다 싶어서 IT에 관련된 내용 - 개발자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앱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어떻게 하면 우리의 정보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인공지능에 대해서도 야심 차게 강의에 넣었다. 그런데 이런 내용은.. 재미가 없었나 보다.

인공지능, 인터넷 뭐 이런 이야기는 재미없었나 보다

강의가 끝나고 아이들에게 강의에 대한 설문을 했는데 80여 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참여해서 귀한 한마디도 써줬다. 지난주에 미국에 다시 돌아오고 출장을 가느라 시간이 없어서 열어보지 못한 이 내용을 오늘에서야 보았다. 그리고 마음이 참 따듯해졌다.

희망적인 강의가 되어서 정말 기쁘다

세상을 보는 다른 시각

내가 열심히 공을 들여서 강의에 넣은 사항은 "다양성"에 관한 이야기였다. 나처럼 미국에서 다양한 인종이랑 일하는 것만 다양성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다양성은 사실 여러 가지 면이 있다는 것을 조금 다른 방법으로 알려주고 싶었다. 그리고 다양성을 알아야 성공도 다양한 방법으로 할 수 있다.


나이가 적은 사람, 많은 사람, 나처럼 ADHD를 가지고 사는 사람, 장애를 가지고 사는 사람들도 그렇지만 다른 배경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 - 이들 모두가 사실 '다양성'에 들어간다. 그러나 사실 이런 다양성은 쉽게 이해라도 간다.


같은 피부색에 같은 말을 쓴 사람들과도 우리는 가끔 참.. 벽대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대화하기가 힘들어진다. 종교관이 다른 사람들, 정치적으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 이런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랑 말을 섞는 것조차 요즘은 힘들다.


한국도 그렇지만 내가 지금 살고 있는 미국도 참 분열되어 있다. 이런 분열이 단순하게 인종이나 나이로만 갈라진다면 그나마 쉽게 해석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차이는 정말 여러 가지 요소가 복잡하게 뒤 섞여있다. 문제는 이렇게 분리된 생각의 중간점을 찾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러한 시각의 양극화 현상은 계속될 것이고 미국뿐 아니라 어느 나라에서도 이런 정치적, 사회적 다른 시각이 사회를 혼란시키고 발전을 더디게 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https://www.bbc.com/news/world-us-canada-67285325

내일은 미국 대선이다

참고로 미국은 대선이지만 국경일은 아니다. 그래서 미국에서 투표를 하는 사람들은 본인의 시간을 쪼개서 선거에 참여하거나 무급휴일을 쓰고 투표를 하러 간다.


그래서 미국에서 투표를 하는 사람들은 참 대단해 보인다. 우리처럼 정책이 잘 되어있고 체계가 잘 잡혀있는 나라는 상상도 못 할 일이지만 때에 따라, 사는 지역에 따라 투표를 하기 위해 3-4시간씩 줄을 서는 경우도 여기서는 흔하다.


미국은 대선이 보통 각 주(State)가 관리를 하기 때문에 주에 따라 복잡하고 다른 투표 절차를 거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주는 연방정부가 가지고 있는 정보, 즉 누가 미국 국민이고, 이민자고 잠깐 몇 년 사는 사람인지 구별할 방법이 사실은 없다. 그래서 더 투표를 할 수 있는 사람을 고르는 일, 거르는 일 그리고 정반적인 '투표권의 행사'라는 의미가 어렵고 모호하다.


나는 오늘밤,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밖은 어둡고, 비바람이 친다.

미국의 몇몇 큰 도시는 선거에 관련한 폭동이나 싸움이 생길까 봐 바짝 긴장하고 있는 중이다.


나는 이렇게 비바람 치는 어두운 밤, 아이들이 써준 감사한 말들을 읽고 또 읽으며 그들의 또롱또롱한 눈망울을 기억한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세상이 좀 더 희망적으로 보인다'라고 써준 그 답변을 읽고 또 읽으며 내일을 기다린다.


강연을 원하시면 연락 주세요. 듣는 분들의 시각을 좀 바꿔 드리겠습니다.


대문은 Photo by Erik Mclean on Unsplash

미국 대선 사진은 bbc 출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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