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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der Jan 29. 2024

시대의 사기극

폰지부터 홈즈까지

오랜만에 한국에 와서 친구들과 수다를 떨다 보니 역시 대화의 주제는 미국이나 한국이나 비슷하다. 집값과 투자다. 미혼으로 부모님과 살고 있는 친구들은 독립을 하기 위해 아파트를 사거나 전세를 구하는 게 관심사고 그렇지 않은 친구들은 투자가 가장 큰 관심사다. 경기도 하남시에서 태어나서 평생을 이곳에서 산 친구들이 좋은 직장 다니면서 아무리 돈을 모아도 하남시에 집을 못 사고 조금 더 외진 곳으로 이주를 고려한다는 이야기는 참 마음을 아프게 한다.


서울에서의 평균 년간 소득이 4680만 원인데 서울의 평균 아파트 가격은 12억 9490만 원(2023년 7월 기준)이라는 말은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27년 벌어서 집값을 내야 한다는 말이다. 월급에서 이것저것 떼고 생활비로 쓰고 실제적으로 계산해 보면 50 - 70년을 넘게 벌어도 서울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서울에서 집을 사기 힘들다는 뜻이다.


현실이 이러니 부모님이 집을 물려주는 경우가 아니면 자연히 투자에 눈이 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투자로 재미 본 사람들 주변에 많지 않다. 주식, 비트코인등 투자 안 하면 바보라고 연상 언론에서 떠들어도 실제로 돈을 번 사람들은 많지 않다.


나도 주식투자를 10년 정도 했는데 처음 8년 동안 번 돈은 지난 2년 동안 다 잃었고 지금도 은근히 회복을 기대하며 처분 못하고 움켜쥔 것들도 꽤 된다. 주식에서 돈을 잃고 나서 요즘은 누가 투자에 대해서 물으면 수익률이 낮아도 무조건 상장지수펀드(ETF)만 추천한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친구들끼리 또는 가족끼리 투자에 관해 묻고 대답하는 것은 문화나 언어에 상관없이 어디서나 흔하게 보는 일이다. 그러나 서로 정보를 주고받고 도와주려고 하는 좋은 의도에서 시작된 투자 조언이나 추천이 가끔은 좋지 않은 결과를 부를 때도 있다.


폰지사기(Ponzi Scheme)

한국에서도 많이 알려져 있는지 모르지만 미국에서 폰지라고 하면 투자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중요하고 유명한 사건이다. 찰스 폰지라는 사람이 시작한 이 역대의 사기는 간단히 '아랫돌 빼서 윗돌로 올리고 어느 정도 목돈이 모이면 튄다'는 피라미드식 사기다. 폰지는 년간 수익률 50%를 보장하면서 투자도 아무에게나 권유하지 않고 꼭 친구나 가족을 통해서, 즉 '선택한 사람들만' 투자할 수 있는 고 수익의 투자 상품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었다. 수익은 어떻게 내는 거냐고 물으면 항상 대답은 '너무 복잡해서 설명이 힘들다. 그래서 돈을 벌 수 있는 것이다'라는 식으로 얼버무렸다. 1920년 폰지는 결국 사기죄로 고소되고 이 사건은 그 이후 100년이 넘게 투자 사기의 교과서로 불려졌다. 이런 폰지의 특성, 즉 고액의 수익, 아는 사람들을 통한 피라미드식 투자망 확보, 불 투명한 투자 상품은 지금도 투자 사기의 기축이다.


요즘 나오는 신종 투자 사기들도 결국 들여다보면 백 년 전 폰지 사기랑 똑같다. 요즘엔 50% 수익이라고 하면 믿지 않으니 조금 현실적으로 15% 정도라고 하지만 그 나머지 수법은 동일하다. 얼마 전에 친구의 부모님이 암호화폐(Crypto Currency)에 투자하셨다가 연금의 상당수를 잃으셨다.


똑똑한 분이 잘 알지도 못하는 암호화폐에 무슨 생각으로 덜컥 큰돈을 투자하셨을까?

대답은 간단하다. 대기업 중견 간부로 계시는 오래된 친구분의 추천. 물론 처음에 돈을 좀 버셨던 그 친구분도 끝에는 돈도 잃으시고 친구분들도 많이 잃으셨다.


실리콘밸리에서도 테라노스라는 생명과학 회사가 피검사 하나로 수 천 가지의 병을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들겠다는 사명을 가지고 유니콘 회사로까지 등극했지만 결국 CEO인 엘리자베스 홈즈가 사기죄로 고소당하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이 사건도 역시 자세히 들여다보면 같은 수법이다. 어떻게 이런 기술을 만들 수 있느냐 보다 개발이 되면 얼마나 큰 대박이 날까 를 꿈꾸며 많은 개인 투자자들, 기업들이 돈을 쏟아부었다. 나도 미국에서 의료(healthcare) 업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업계에서 입을 모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CEO의 카리스마 또 너무 많은 사회적 관심 때문에 다들 넘어갔다. 또 이것은 실리콘밸리의 최근 20년 정도의 투자 경향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예다.

상품이 가능하다는 증거는 필요 없다.
투자하겠다는 사람들만 있으면.

나도 아마 기회가 되었으면 테라노스에 투자했을 것이다. 다행히 이런 대박의 기회는 나 같은 빽 없는 사람에게는 오지 않았다.


테라노스의 사기가 폰지에 비해 조금 더 지능적인 면이 있다면 바로 'make you feel good' 효과다. 즉, 사람들이 투자를 할 때 좋은 일을 한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 비싼 의료보험료가 오랫동안 사회 문제인 미국에서 만원($10) 정도의 피검사로 모든 병을 진단하는 기술은 미국, 더 나아가 전 세계 인류를 위해 좋은 투자라는 여론이 사람들의 지갑을 더 쉽게 열게 만들었다. 요즘은 이런 식의 '마음이 좋아지는 투자'가 사람들을 사기로 끌어들이는 경우가 많다.


암호화폐의 경우가 좋은 예다. 여태껏 국민들의 주머니 사정에 관심 없이 자기네 배만 불려 온 은행, 각종 금융기관들 그리고 무능한 정부를 거치지 않고 믿을 수 있는 기술을 바탕으로 사람들끼리 믿고 쓸 수 있는 통화. 투자하시겠습니까?


인공지능은 또 어떤가. 전 세계를 쥐고 흔드는 미국의 대기업들 - 마이크로소프트, OpenAI, 구글등에 맞서 우리 힘으로 개발한 인공지능? 듣기만 해도 가슴이 벅차다.


친환경 에너지? Please take my money!!!

물론 이런 상품들이 다 사기라는 뜻은 아니다. 또 지인들이 추천하는 투자 상품들이 다 거짓이라는 말도 아니다. 이런 곳에 투자를 할 때 꼼꼼히 살펴봐야 하는 몇 가지가 있다.

어떤 기술이 사용되었는가?

어떻게 이율을 창출할 것인가?

시장에서 어떤 회사들이 현재 비슷한 일을 하고 있고 기존의 상품과는 무엇이 다른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질문, 얼마나 현재 개발이 진행되어 있는가? 를 물어야 한다. 그리고 가능하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개발된 상품을 투자 전에 세심히 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자꾸 캐내고 물으면 정말 좋은 투자 상품에서는 성의 있고 의미 있는 대답이 나올 것이고 사기꾼들은 슬금슬금 투자 제의를 거둔다. 괜히 이런 깐깐한 사람에게 사기 쳤다가 고소 당하거나 언론에 노출될 확률이 커서 그렇다.


오랫동안 열심히 번 돈을 나쁜 놈들에게 털어준 분들이 주위에 좀 계신다. 안타까운 사연이 많아서 오늘은 좀 긴 이야기를 쓰게 되었다.


그나저나 한국 집값이나 좀 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투자 생각 안 하고 저축이나 하며 맘 편히 살게.


사진은 제가 합성했습니다. 둘 다 위키 피디아에서 온 사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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