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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der Apr 22. 2024

옆 사람은 얼마나 벌까?

연봉 공개 하면 변하는 것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옆사람은 얼마를 버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나랑 비슷한 학벌을 가진 데다가 나이도 비슷하고 회사 들어온 지도 비슷한 내 옆사람, 나랑 비슷하게 벌까? 가끔은 모르는 게 약이라고 생각할 때도 있다. 괜히 내 옆사람이 나보다 많이 벌면 마음만 상할 텐데, 알아서 뭐 하나? 하는 생각에서다. 또 내 동료가 내가 얼마나 버는지를 알면?


실제로 내가 한국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었을 때 인사과에서 실수로 직원의 연봉이 담긴  문서를 전체 직원에게 실수로 이메일을 보낸 일이 있었다. 그때 뭐, 난리가 났었다. 한 6개월 동안 우리가 사 내외에서 한 이야기는 월급 얘기뿐이었던 것 같다. 그러고 나서 달라진 점은? 내 기억엔 별로 없었다.


한국말로는 '급여 투명성', Pay Transparency는 사실 유럽에서는 많이 보편화되었고 미국에서도 현재 4개 주가 시행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를 예로 들면 여기서는 구인 공고를 낼 때 연봉 범위를 공시해야 한다. 또 자신의 연봉을 공개하거나 다른 사람들의 연봉을 가지고 회사에 더 높은 연봉을 요구할 수도 있다.


급여 투명성의 진실

급여 투명성이 한국에서도 어느 정도 보장되어 있지만 유럽에서는 아주 흔하다. 현재 71%의 OECD 국가들이 급여 투명성을 보장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현재 캘리포니아, 매사추세츠, 콜로라도, 메릴랜드 그리고 오레곤 주가 약간 다른 느낌의 급여 투명성에 관한 법이 정립되어 있다.


참고로 이 이야기의 주요 골자는 Is Pay Transparency Good? 논문에서 가져왔다. 이 논문은 급여 투명성이 법으로 규정된 주에서 얼마나 이 법이 급여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나? 를 조사한 논문이다. 우선 계속해서 이 글을 읽으시기 전에 결과를 좀 예상해 보셨으면 한다.

급여가 공개된 곳에서 직원들의 전체 월급이 올라갈까?

급여가 공개되면 남/녀 또는 인종의 월급 격차는 좁아질까?


개인적으로 이 논문을 읽기 전에 나는 직원들의 전체 월급이 올라가고 인금 격차도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예상외로 전체 직원들의 월급은 내려갔다. 얼마나? 2%. 왜?

1. 고용주들이 더 임금협상을 심하게 함. 한마디로 부서에서 한 사람 급여가 높아지면 고용주는 그것을 메꾸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임금을 낮추는데 집중함.

2. 임금이 얼마로 책정돼야 하는지 몰라서 예전에는 직원이 요구하는 데로 줬었는데 다른 회사들이 제시하는 것을 보고 그만큼만 주면 되겠구나 하고 맞춤.

그리고 또 좋지 않은 점으로 직원들 사이에 쓸데없는 경쟁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2% 전체적인 급여는 내려갔어도, 좋은 점도 있다.

1. 남/녀/인종간 월급 격차는 당연 좁아졌다. 연봉이 공개가 되었으니 이제 대놓고 낮은 연봉을 제시할 수가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2. 회사 전체의 급여가 공개되면 내 옆에서 일하는 사람뿐 아니라 윗사람들 연봉까지 공개한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 전체적으로 사람들이 진급에 의지를 불태우고 성과가 올랐다. 또 어느 정도는 윗사람들도 자기네 보너스나 연봉 채정시 직원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급여 투명성"과 "제로섬 게임"

제로섬 게임(Zero-sum-game)이란 얻는 사람이 있으면 잃는 사람도 있다. 즉 얻고 잃는 것을 합치면 제로라는 뜻이다. 즉 내 옆이 진급하면 나는 진급 못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이런 급여 투명성이 가져온 쓸데없는 경쟁은 바로 이런 제로섬 게임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우리가 이렇게 경쟁을 하는 까닭은 은근히 이런 분위기를 부추기는 사회 분위기 탓이다. 나와 동료가 정해진 보너스를 가지고 싸우는 것에 집중하고 회사 간부들이 직원들보다 백배, 천배의 이익을 가져가는 것에는 불만을 갖지 않게 우리는 알게 모르게 교육받아왔다.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몰빵식 소득 분배'를 당연하게 여기는지 '급여 투명성'을 논의할 때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이 논문을 쓴 경제학자는 급여 투명성을 법적으로 보장하면서 모두에게 이익이 되게 정책을 쓸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러한 전체적인 급여의 삭감은 이런 정책이 자리를 잡는 과정의 하나라고도 말한다. 자리를 잡으면 급여 투명성은 당연 직원들에게 큰 이득이 될 수 있다. 가장 궁극적인 제도의 목표는 전체적인 급여의 발란스와 급여를 적게 주는 사업자의 급여 조절이다. 연봉을 대놓고 적게 주면 그만큼 좋은 인재를 고용할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면 아무래도 돈을 올려줄 수 밖에는 없다.


실제로 급여 투명성이 시행되고 있는 캘리포니아에서 살면서 느끼기에는 급여 투명성이 실시된 후로 우선은 내 가치가 얼마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게 되었다. 다른 회사들에서 나와 비슷한 경력과 기술이 있는 사람들을 얼마를 주고 채용하는지 확연하게 보이기 때문에 내가 이 보다 덜 받고 있으면 이직을 고려하거나 관리자에게 이런 증거를 가지고 인금 인상을 요구할 수 있게 된 점이다.


역시 정책 하나만 가지고는 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수는 없다. 전체적인 문화와 사회적인 분위기가 뒷받침 되어야 좋은 생각을 가지고 시작된 정책이 빛을 낼 수 있다.


대문은 Photo by Jonathan Chng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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