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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빽지 Aug 20. 2023

결국 자기와 닮은 회사를 찾아간다

IT업에서 시작하여 플랫폼 스타트업과 유통업을 지나 광고업에 정착했다.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어버린 광고업에 벌써 11년째 기생 중이다. 광고라는 하나의 분야에서 바이럴광고회사, 스타트업광고회사, SNS광고회사, 디지털광고회사, 퍼포먼스광고회사, 독립광고회사를 경험했다. 최근에 또 한 번 이직을 하게 되어 현재는 외국계 종합광고대행사에서 기획자로 투병 중이다.


나는 가끔 하나의 전제조건을 두고 이런 생각을 한다. '현재 수준의 연봉 또는 현실적인 수준의 인상된 연봉으로 전에 다녔던 회사 중에 돌아가고 싶은 곳이 있는가?' 현 수준보다 좋은 연봉이라고 하니 과거 좋은 인상을 심어준 회사와 동료들이 떠오른다. 구미가 당기고 군침이 돈다. 하지만 내 대답은 NO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때의 나는 그곳이 맞았지만 지금의 나는 그곳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당시 그 회사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을 배웠다. 더 배울 수 있는 것이 남아 있는지 검토했고 없다고 판단되어 기존 가치관에 새로운 비전을 더하여 이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한 것이다.


한때는 중요한 것이 기본기였다. 한때는 중요한 것이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는 것이었다. 한때는 중요한 것이 권한이었고, 한때는 중요한 것이 사람과 친밀한 관계였다. 현재의 나에게 중요한 것은 체계적인 시스템이다.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며 친구는 끼리끼리 친해지고 연인은 사랑할수록 닮아가는 것처럼 회사도 마찬가지로 나를 투영하는 곳이다. 가장 기본적인 생활력부터 생각의 수준, 태도의 형태, 추구하는 지향점, 행동의 근거, 가치관과 비전 등 현재의 나에게 적나라하게 잣대를 들이밀고 스스로를 바라보게 해주는 곳이 회사이기 때문에 현재의 나와 닮은 곳을 찾아갈 수밖에 없다.


물론 현재의 나보다 더 높은 회사를 들어갈 순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십중팔구 맞지 않는 옷이라 생각하여 자진해서 나오거나 둘러둘러 쫓겨난다. 현재의 나보다 레벨이 높은 회사라고 생각하면 아껴두었다가 향후 실력을 쌓고 지원하는 것을 추천한다. 회사마다 들어갈 수 있는 기회는 한번 정도인데, 섣부른 판단으로 좋은 회사 하나를 인생에서 날려먹지 말라는 뜻이다.



-과거에 나는 정장을 입고 다녔다. 나에게 맞지 않다 생각하여 자유로운 복장의 회사를 다녔다. 컬러도 많이 쓰고 개성 강한 옷을 입었으나 이는 점차 나를 나태하게 만들어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목줄이라 생각했고 현재의 나는 단정한 캐주얼 복장을 입고 다닌다.


-과거에 나는 체계적이고 보수적인 회사를 싫어했다. 나의 업무 능력을 극대화하려면 자유롭고 자율성이 최대한으로 보장되는 회사여야만 했다. 과거 그런 곳에서 실력을 키워나갔으나 이젠 체계가 없으면 업무 능력이 저하된다. 현재는 능동적으로 일할 수는 있으나 구체적인 체계로 인해 가이드라인이 명확한 곳을 선호한다.


이렇듯 사람은 겉으로 보면 크게 바뀌지 않으나 미세하게 그리고 아주 느리게 내면의 변화가 일어난다. 이를 스스로 감지하고 변화한 자신의 모습에 따라 원하는 것을 얻게 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인지하지 못하고 자신은 정도에 있다 착각하며 살아가는 것이 현실이다.


온갖 회사욕은 다하면서 수년째 다니고 있다면, 무엇으로 그 회사를 욕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부분이 사실은 자신과 너무 잘 맞기 때문일 수 있다. 나 자신은 성역이고 다름을 넘어 그들과 틀리다고 생각하는 자기 합리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결국 사람은 자신과 닮은 회사에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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