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백고 Jan 15. 2019

더럽고 힘든 일은 사장님이 합시다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일은, 책임이 큰 사람이 먼저 나서기로.

어느새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자영업자가 된 지 만 3년이 되었네요. 자영업자로서 고객들에게 나의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고, 돈을 벌고, 좋은 피드백을 받는 과정은 즐거웠지만 그만큼 정신적/육체적으로 어렵고 힘든 순간도 많았습니다.


그중에서도, 예기치 못하게 '손을 더럽혀야 하는' 일들이 생기곤 합니다.

손님들이 시설을 엉망으로 사용하고 도망갔다거나, 시설이 노후화되어 터지는 크고 작은 문제들 때문에 말이죠. 특히 시설(수도, 전기, 가스, 각종 가구와 인테리어)은 보통 가정용보다 영업용으로 사용하면 시설의 노후화가 훨씬 빠르게 진행됩니다. 가정에 비해 영업장은 많은 사람들이 번갈아가며 사용하고, 시설을 쉬게 해주는 시간도 없기 때문입니다.




문제의 예: 게스트하우스 온수 물탱크가 터져버린 날.


이렇게 손을 더럽혀야 하는 문제가 생기면, 아무리 다양한 문제를 경험한 베테랑이라 할지라도 긴장하게 되고, 경험이 일천한 사람이라면 더욱 당황하게 됩니다.

단순히 손님의 불만 사항에 응대하고 보상하는 문제나, 일상적인 청소에서 조금 더 부하가 걸리는 정도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건 둘째치고  당장 눈 앞에 펼쳐진 아수라장을 정리해야 합니다.


위에 예시 영상을 올려놓긴 했지만, 지금까지 세 곳에서 장사를 크고 작게 해 본 경험으로는 건물의 시설 중에 가장 부하가 많이 걸리고 문제가 심각하게 발생하는 곳은 수도-상수와 하수/오수, 난방을 포함한-시설입니다. 전기나 가스 시설은 처음 설치할 때에 안전하게 잘 설치해두면 웬만해서는 문제가 생기지 않고, 가구나 인테리어는 문제가 생기더라도 교체가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에요.

수도는 잘 설치되었다 하더라도, 부식과 산화 등 시설 노후화의 원흉(!)이 되는 물이 상시 지나다니는 통로이고, 기온이 낮아지면 예상치 못하게 동파가 발생하기도 하며, 하수관이나 오수관은 고객들이 상상을 뛰어넘는 각종 폐기 투척물을 변기와 하수구에 쏟아 넣어 금세 망가지기도 하죠.




가장 좋은 상수(上手)는 역시 전문가에게 아웃 소싱하는 겁니다. 시설에 문제가 생긴 경우 다양한 문제 케이스를 알고 해결해본 전문 업자들에게 의뢰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확실하고, 후환도 방지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평소에 실력 있으면서도 출장비가 저렴한 업자를 알아두면 도움이 되죠. 물론 그런 업자들을 가려내기 위해서는 그만큼 수많은 문제를 겪고 많이 의뢰해보면서 경험을 쌓는 수밖에 없지만요. 흑흑.


그러나, 이러한 업자들에게 의뢰하는 건 비용이 적잖이 들고, 만일 아웃소싱을 결정했다 해도 그들이 출장을 나와 해결해주기 전까지 눈 앞에 펼쳐진 아수라장을 일단 정리해야 합니다.

당장 눈 앞에서 물탱크가 터져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업자가 나올 때까지 손 놓고 기다리다간 온 시설이 물바다가 되겠죠.




이렇게 '손을 더럽혀야 하는 일'에서 제 원칙이 있다면 무작정 직원에게 맡기지 말자는 것, 사장이 먼저 나서서 하자는 것, 적어도 같이 힘든 일을 나눠 하자는 것입니다. 불시에 터진 문제에 대해 직원에게 대고 무턱대고 '네가 어떻게든 해봐'라는 식으로 떠넘기는 건 무책임한 행동입니다. 나는 직원과 계약한 관계이지 주종관계는 아닙니다. 내가 하기 싫고 더럽고 힘든 일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입니다. 


사장이 직원에게 돈 줬으니 어떤 더럽고 힘든 일이든 다 시킬 권리가 있다는 식의 접근은 곤란합니다. 적어도 같이 손을 대고 같이 손을 더럽히는 입장은 되어야죠.


터진 물탱크에서 새어 나온 물을 혼자 터덜터덜 쓸어 담고 퍼냅니다.
화장실 오물 배관이 터졌을 때 손수 폐기물도 퍼내고요.

운영권을 가지고 있고, 장사 운영을 통해 창출되는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권리를 소유했다면, 그만큼의 책임도 있다는 말입니다.


단순히 당위성만 가지고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며칠 일 시키고 끝내는 관계가 아니라면 직원과 사장은 최소 수개월 간 중장기적인 관계를 유지하게 될 텐데, 더럽고 힘든 일을 직원에게 '네가 알아서 해봐!'라며 책임을 떠넘기는 사장이라면 직원도 평소에 마땅히 책임질 일상 업무를 기꺼이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이렇게 손 더럽히고 더럽고 힘든 일을 사장이 먼저 하다 보면, 우습게도 이 또한 익숙해집니다. 저 또한 장사 시작하기 전에는 뚜러뻥으로 변기 뚫는 것조차 낯설어했는데, 만 3년 동안 닳고 닳은 이제는 화장실 오물 배관에서 쏟아져 나온 폐기물 청소도 손수 할 정도니까요... 써놓고 보니 조금은 서글픈 적응이긴 합니다.


사실 이렇게 운영자가 솔선수범 하여 힘든 일을 하는 모습을 보면, 최소한의 동료의식이 있는 직원이라면 스스로 나서서 어떤 부분에서라도 돕고자 할 겁니다.

누구도 하기 싫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더러운 일에 사장이 먼저 뛰어들어서 하는 책임감에, 직원들도 곧 공감하고 따라올 것이라는 얘기죠.




상기한 모든 일은 단순히 물리적으로 힘든 일 뿐 아니라 사무실에서 일어나는 일에도 적용됩니다. 불시에 예상치 못한 큰 사태가 벌어졌을 때, 누구도 하고 싶지 않지만 누군가는 맡아서 '손을 더럽혀야 할' 일이 생겼을 때, 기업/가게/조직에서 많은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먼저 나서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말입니다.


더럽고 힘든일을 사장님이 먼저 나서서 한다면, 상식적인 공감 능력과 동료 의식을 갖고 있는 동료들과 직원들은 그 솔선수범에 공감하고 공동체 의식이 강해질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게스트하우스 창업기04-관찰하다.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