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화하여 사업을 구상하다.
<게스트하우스 창업기> 외, 회사 때려치고 나온 자영업자 하찮은 회사원의 글뭉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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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의 실제 현장에서 숙박업의 가능성을 보았다. 이제 사업의 필드는 게스트하우스 사업으로 정했다. 다만 그 가능성을 실감하면서도, 사업을 하는 데에는 가장 큰 문제가 하나 있었으니...
바로 사업 경험도 1도 없는 회사원과 대학생이 만나, 생각만 있었지 무엇부터 할지 전혀 몰랐다는 것.
일단 머릿속에 수많은 물음들이 꼬리를 물었다. 돈이 되는 아이템이라고 무조건 해야 하나? 사업 경험이 없는 우리가 잘할 수 있을까? 어떤 비용이 나가게 될까?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지? 무작정 불러낸 친구는 세계 일주를 했지만 나는 여행 경험도 적은데 여행객들의 마음을 잘 헤아릴 수 있을까?
어떻게 시작할지 몰라 머리를 싸매고 있을 때, 한 가지 단어가 머리를 스쳤다.
에어비앤비. 세 명의 친구들이 집세를 벌기 위해 아파트를 여행객들에게 임대하는 것에서 시작한 플랫폼. 호스트가 거주하고 있는, 혹은 유휴 공간을 여행객들에게 일정 금액을 받고 공유하는 것. 활용 가능한 공간과 Airbnb 계정만 있으면, 누구나 공유 숙박을 제공하는 호스트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의 플랫폼.
Airbnb가 세상에 나온 지 10여 년이 지난 2017년 현재는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공유 숙박 플랫폼이자, 매월 8천만 명가량이 방문하고, 시장가치는 300억 달러에 이르는 유니콘 기업이 되었다. 그러나 고작 2년 전인 2015년에만 해도 한국에선 아직 생소한 개념이었다. Airbnb가 정식으로 한국 지사를 설립하고 진출한 것이 2014년 초였으니 말이다.
아직 시장에 보편화되지는 않았지만, 트렌드를 다루는 각종 블로그와 소셜 미디어에서는 Airbnb를 비롯한 Uber와 국내의 SOCAR 등 공유경제 플랫폼의 가능성을 예찬하고 있었다. 큰 규모의 부동산 없이 방 하나만 있어도 숙박업을 열고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영업할 수 있는 기회. 돈도 경험도 없는 2인의 풋내기들에겐 Airbnb야말로 소자본 소규모 창업에 적격인 플랫폼이었다.
에어비앤비를 떠올리고 나서, 학생과 회사원은 얘기를 시작했다. 그렇다면 어떤 공간을 여행객에게 임대해줄까? 내가 거주하고 있는 자취방은 위치가 동대문 근처라 적합했지만 너무 작았고, 내 생활공간도 넉넉지 않았다. 친구의 집은 강서 지역이라 관광객을 유인하기 어려운 위치였다. 그럼, 관광객이 즐겨 찾는 위치에 적당한 규모의 월세 공간을 얻어서 에어비앤비를 열어보자는 결론을 냈다.
어떤 사업이든 영업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허가와 등록이 필요하기에 관련 법률을 뒤져 보았다. 호스텔이나 관광호텔 등 일정 규모 이상의 숙박업소가 아니라, 소규모의 홈스테이나 B&B(Bed&Breakfast) 숙소를 운영하는 데 적합한 '외국인 전용 도시민박업'이라는 업종을 발견했다. [문체부 가이드라인 참고]
단독주택 또는 다가구주택, 아파트, 연립주택 또는 다세대주택 등에서 가능하며 오피스텔이나 근린생활시설(일반 상가 혹은 고시원 등)에서 영업하는 것은 [불법]이다. 사족을 붙이자면, 2017년 현재 에어비앤비에 올라온 수많은 오피스텔이나 레지던스 숙소는 대다수가 무허가 불법 영업 중이라고 보면 된다.
어찌 되었든, 도시민박업 허가를 받을 수 있는 적당한 규모의 부동산을 얻어 에어비앤비를 내기로 대결론을 내고, 어느 지역에 어떻게 할지 구체적인 소결론은 일단 추후 협의하기로 했다.
길거리에 오가는 외국인들을 보며 '관광객 대상 사업을 해야겠다'는 막연한 공상에서, 발로 뛰어 시장의 모습과 수요의 실체를 확인하여 데이터를 획득하고 나니, '적당한 규모의 부동산에서 관광객 대상 도시민박업을 하는 것'으로 구체화된 구상이 만들어졌다.
친구와 헤어진 후에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어찌 되었든 에어비앤비를 열기 위해 부동산을 임대해야 하니, 보증금에만 적어도 수천만 원 단위의 적잖은 돈이 들 것이다. 각종 인테리어와 소품을 들여놓고, 안정화가 되기 전 초기 운영비용까지 생각하면 더 큰돈이 필요하다. 경험도 자금도 부족한 학생과 직장인 둘이 하는 것보다는, 이왕 하는 것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서 하자. 그리고, 각자의 본업이 있어 100% 기여가 어려우니 여럿이 품앗이처럼 일정 %의 기여를 나눠서 하도록 하자(물론 이런 이상적인 분업은 실제 해보면 잘 이뤄지지 않는다).
그런 생각에 다다르자, 주변에 관심을 가질 만한 누구에게든 계획을 말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조그만 사업을 열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것, 동대문에서 꽤나 떨어진 내 자취방까지도 관광객이 올 정도로 수요가 있다는 것, 실제로 발품을 팔았을 때에는 더욱 확실하게 수요를 확인했다는 것, 도시민박업 허가를 통해 작은 규모의 숙소로도 영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
비록 거창한 사업 계획이 아니라 그저 구두로 전하는 구상 수준이었지만, 주변에 말하고 다니는 행동은 내 계획을 알리는 것 이상이었다. 관심 있는 사람들을 끌어들일 기회가 될 뿐만 아니라, 내 스스로 말하면서 생각과 계획이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고, 결심이 굳어지고 마음을 다잡는 기회가 되었다.
그렇게 3개 정도의 지인 그룹과 접촉하던 때였을까, 한 친구에게서 답이 왔다. 자신은 아니지만 대학교 후배를 소개해 주겠다는 것. 그 후배는 이미 2014년 서울역 근처에 에어비앤비 숙소를 열어, 이미 1년가량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작은 규모의 에어비앤비에서 관광 숙박업의 가능성을 이미 발견했기에, 본격적으로 '게스트하우스' 숙소를 창업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했다.
이런 인연이 이어진 것은 우연일까, 필연일까? 소소하게 B&B 숙소를 운영하는 정도에서 갑자기 일이 커지는 것 같아 두려운 마음은 들었지만, 만나도 손해 볼 것이 뭐 있겠는가.
<하찮은 회사원의 탈출기> 중 게스트하우스 창업기 글 목록:
게스트하우스 창업기-프롤로그: https://brunch.co.kr/@backgo/1
게스트하우스 창업기 1-눈 뜨다. https://brunch.co.kr/@backgo/2
게스트하우스 창업기 2-갈피 잡다. https://brunch.co.kr/@backgo/3
게스트하우스 창업기 3-공상하다. https://brunch.co.kr/@backgo/7
게스트하우스 창업기 4-관찰하다. https://brunch.co.kr/@backgo/4
게스트하우스 창업기 5-구상하다. https://brunch.co.kr/@backgo/8
게스트하우스 창업기 6-만남. https://brunch.co.kr/@backgo/5
게스트하우스 창업기 7-설레다. https://brunch.co.kr/@backgo/6
게스트하우스 창업기 8-숨 고르기. https://brunch.co.kr/@backgo/9
게스트하우스 창업기 9-계산. https://brunch.co.kr/@backgo/10
게스트하우스 창업기 10-헤매다. https://brunch.co.kr/@backgo/11
게스트하우스 창업기 11-첫삽 뜨기. https://brunch.co.kr/@backgo/33
게스트하우스 창업기 12-만들어지다.https://brunch.co.kr/@backgo/37
게스트하우스 창업기 13-그랜드오픈.https://brunch.co.kr/@backgo/38
게스트하우스 창업기-에필로그: https://brunch.co.kr/@backgo/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