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고 Oct 10. 2017

게스트하우스 창업기02-갈피 잡다.

삶의 두서(頭緖)를 잡기 위해 머리를 싸매다.

<게스트하우스 창업기> 외, 회사 때려치고 나온 자영업자 하찮은 회사원의 글뭉치:
brunch.co.kr/magazine/hahoetal


하찮은 회사원은 회사 밖으로 눈을 돌렸다.

이직은 답이 아니었다. 다른 어떤 직장을 가더라도 피고용자로서의 내 위치는 변하지 않는다. 고로, 타의에 의해 내 생사가 결정되는 것 또한 변하지 않는다.

고시나 자격시험은 체질과 맞지 않았다. 짧아도 1~2년, 길면 수년간을 책상 앞에 앉아 단 하루의 시험날을 위해 일상을 포기하고 공부하는 것은 내 적성과 맞지 않는다. 

학업에는 관심이 없었다. 공학 전공으로 학부과정을 이수하는 4년 동안에도 전공에 흥미가 적어 경영학이나 심리학, 사회학 같은 다른 학문을 기웃거렸는데, 이제야 공대 대학원 과정에 들어가는 것은 넌센스였다.


내 사업을 하고 싶다.



일생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거나, 세상을 바꾸고 싶어서라거나, 어떤 거창하고 원대한 포부를 품어서가 아니다. 그저 내 손으로 내 생존을 책임지고 싶었다. 거대한 회사의 손에 내 운명을 의탁하지 않고 내 손, 내 생각과 행동에 의해 살아남거나 혹은 몰락하고 싶다.


그런데, 이 생각에 다다르자 가장 큰 문제가 있었다. 무슨 사업을 해야 할까? 아니, 사업이란 건 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나는 어릴 적부터 사회의 거대한 시스템에 순응하면서 사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왔다. 학창시절에는 교과과정 대로 공부하고, 정해진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성적을 잘 받아 괜찮은 대학교에 입학하고, 대학교에서는 각종 활동기록을 모아 스펙을 쌓고, 번듯한 직장에 들어가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렇게 약 27년을 살았다. 아마 그대로 그런 삶을 계속했다면 적당한 때에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융자를 내어 집을 장만하고. 그렇게 살았겠지. 마치 반듯하게 뻗어있는 철로를 따라 정거장을 하나씩 지나치듯, 정형화된 삶을 살아왔다.


하지만 사업을 하려고 마음먹으니 지금까지 겪어온 모든 것과 달랐다. 출발하는 곳도 가는 길도 방법도 모두 내가 정한다. 사업을 구상하는 것은, 누군가의 말마따나 0에서 1을 만들어내는 것이나 같았다. 학생 때 학문적이고 이론적인 근거를 찾아 글을 작성하던 습관과는 전혀 다르다. 혹은 회사원으로서 크고 작은 주제를 잡아 사실과 데이터를 조합해, 상사의 의견을 여쭙는 품의, 보고, 결재의 과정과도 달랐다. 사업은 어떤 이론도, 체계도 없이 날것이 서로 맞부딪히는 세계다. 규칙은 이해타산, 적자생존의 룰뿐이다.

오솔길조차 없는 허허벌판에 떨어져, 심지어 어디를 향해 가는지도 모르는데 일단 걸어 나아가야 하는 막막함과 두려움이 엄습했다. 호젓하게 내 생존과 몰락은 내 손으로 책임지겠다고 한 주제에, 정작 뭘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지는 막막한 아이러니. 내 사업은 그 모호함과 두려움의 한 복판에서 출발했다.




나는 무엇을 팔 것인가? 누구에게 팔 것인가? 어디서, 어떻게? 가격은, 밸류는, 차별화는, 브랜드는? 비즈니스 모델은 어떻게 그려야 하지? 그동안 대학교 경영학 수업이나 각종 마케팅 서적에서 보고 들었던 온갖 용어와 질문들이 떠올랐다.

아니, 모든 걸 제쳐 두자. 일단 가장 단순한 질문부터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 그리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하찮은 회사원의 탈출기> 중 게스트하우스 창업기 글 목록:

게스트하우스 창업기-프롤로그:        https://brunch.co.kr/@backgo/1

게스트하우스 창업기 1-눈 뜨다.        https://brunch.co.kr/@backgo/2

게스트하우스 창업기 2-갈피 잡다.    https://brunch.co.kr/@backgo/3

게스트하우스 창업기 3-공상하다.     https://brunch.co.kr/@backgo/7

게스트하우스 창업기 4-관찰하다.     https://brunch.co.kr/@backgo/4

게스트하우스 창업기 5-구상하다.     https://brunch.co.kr/@backgo/8

게스트하우스 창업기 6-만남.            https://brunch.co.kr/@backgo/5

게스트하우스 창업기 7-설레다.         https://brunch.co.kr/@backgo/6

게스트하우스 창업기 8-숨 고르기.     https://brunch.co.kr/@backgo/9

게스트하우스 창업기 9-계산.             https://brunch.co.kr/@backgo/10

게스트하우스 창업기 10-헤매다.       https://brunch.co.kr/@backgo/11

게스트하우스 창업기 11-첫삽 뜨기.  https://brunch.co.kr/@backgo/33

게스트하우스 창업기 12-만들어지다.https://brunch.co.kr/@backgo/37

게스트하우스 창업기 13-그랜드오픈.https://brunch.co.kr/@backgo/38

게스트하우스 창업기-에필로그:         https://brunch.co.kr/@backgo/39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