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호흡에 사업의 속도를 맞추는 것.
개인적으로 요가를 수련한 지 거의 2년이 되어갑니다. 요가를 처음 접한 것은 2016년 1월, 우연인지 제가 참여한 사업이 첫 사업장을 오픈한 것과 같은 달입니다.
당시 회사원 신분으로, 사업에 투자해 이중으로 신경쓰고 있던 저는 늘 스트레스에 잔뜩 절어 있었습니다. 회사에서 업무적으로 쫓기는 기분이 드는 것은 물론이고 적지 않은 돈을 투자한 사업의 성패도 불투명했고, 앞으로 내 진로는 어떻게 될지도 큰 고민거리였으니까요.
이런 스트레스가 몸에서도 나타나는지 늘 어깨에 돌덩이를 얹은 것처럼 무거웠습니다. 그 당시에도 건강 유지를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마라톤은 하고 있었지만 몸에서 나타나는 스트레스를 풀 만큼은 못 되었죠. 그래서, '스트레칭 겸 몸을 풀어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요가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요가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깊이 있는 자아성찰의 활동이었습니다.
그전까지 해왔던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유산소 운동, 격투기와 같은 운동은 외부에 보이는 근육을 키우고, 경쟁적으로 단련하고 때로는 자기파괴적일 정도로 탈진할 때까지 자신을 밀어붙이곤 했습니다. 물론, 자신의 한계에 도달할 때 느끼는 짜릿함과 성취감이 즐거웠고 흔히 얘기하는 '근성'도 키울 수 있었죠.
그러나 요가는 조금 달랐습니다.
요가의 자세를 일컫는 '아사나(Asana)'는 몰아붙이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접근하고 머물면서, 호흡을 가다듬으며 차근차근 수련합니다.
처음엔 이런 수련 방식이 매우 어색했습니다. 하나의 자세에 5분 10분씩 머무르면서 천천히 호흡하는 것도 낯설었고 무엇보다 특정 자세를 잘 못하는 자신을 자꾸 자책하고 답답하게 여겼죠. 힘으로, 억지로 자세를 잡으려고 하다가 넘어지거나 근육통에 시달리기도 하고요.
하지만 수련을 계속할수록 신체와 정신이 합일된 '요가'의 가치관을 조금씩 이해하게 됐습니다. 내 몸 상태를 스스로 바라보고 모자란 부분을 인정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자신을 몰아붙이지 않고, 내 호흡의 속도에 맞춰 아주 조금씩 자세에 돌입하고, 통증이 심하면 잠시 멈춥니다. 명상으로서 내 몸 상태를 돌아보고, 괜찮은 것 같으면 몸 상태를 바라보면서 한 발짝 전진합니다. 몸 구석구석의 근육과 균형감각을 느끼고 조정합니다.
머리로 물구나무를 서는 살람바 시르사사나(Salamba Sirsasana-속칭 헤드 스탠드)는 제일 욕심이 생기면서도, 답답할 정도로 잘 되지 않는 자세였습니다. 처음엔 머리 박는 자세 만으로도 힘들고 몸이 후들거렸죠. 괜찮다 싶어 폴짝거리며 점프하거나 무리하면 넘어지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나, 내 몸의 상태를 인정하고 매일 어제보다 조금씩 진보하고, 몰아붙이지 않고, 내 몸을 컨트롤하며 천천히 접근하는 연습을 하다보니 근 2년이 지난 요즘에서야 이 자세와 만났습니다. 신기한 것은, 마치 늘상 해왔던 것처럼 훅, 하고 자연스럽게 자세에 돌입했다는 거죠.
사업하는 사람에게도 이렇듯 요가하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의욕이 넘치는 사업가들이 앞만 보고 무작정 달리면서 무리한 과욕을 부리는 경우를 간혹 봅니다. 눈 앞에 보이는 기회를 잡기 위해, 혹은 맞닥뜨린 위기를 피하기 위해 성급하고 그릇된 판단을 하는 경우도 있지요. '이것만 잘 되면 대박이야' '이것만 넘기면 기사회생할 거야'라는 조급한 생각에, 평소 같았으면 하지 않을 큰 실수를 하기도 합니다.
자기 사업의 현재 상태를 차분하게 바라보고 모자란 부분을 인정하며, 지금 내 사업이 가진 자원과 역량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차분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특히 규모가 작고 다달이 생존의 기로에 서는 소규모 기업이나 자영업일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지금 내 사업의 방향이 맞는 것인지 성찰하고 사업의 규모는 내 자본과 인력으로 감당 가능한 수준인지, 사업의 내실이 단단한지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마치 명상하는 것처럼요.
사업가는 무조건 열정적이고 늘 근성과 의욕으로 타오르는 사람이 아닙니다. 때로는 천천히 심호흡하며 내 모습을 돌아보고, 차분한 마음가짐으로 사업이 나아갈 길을 짚어보는 자세도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