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끝이 보이는 관계에 나는 어떻게 대처했나

by 글쓰는 백구
담백한 이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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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츠네오라는 대학교 졸업반인 학생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츠네오'라는 인물과 나는 비슷한 연령대여서 인지 쉽게 감정 몰입을 할 수 있었다. 그가 '조제'를 사랑하게 되는 과정에서 나의 감정도 함께 가고 있었다. 그가 '조제'를 한 순간 사랑하게 된 것은 아니었다. 처음 그녀가 해준 계란말이, 다리가 불편한 그녀의 태도, 그녀의 가정환경 등 여러 요소가 있지만, 딱히 무엇 때문에 사랑한다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없었다.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관심을 갖게 되고 감정이 서서히 커져나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동명의 단편소설집에 실린 원작이 있으며, 한국에도 출판되었다. 원작과 영화는 결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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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영상화하는 작업은 쉽지 않다. 글을 이해하는 방법이 사람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내가 이해한 문장과 옆사람이 이해한 문장은 같은 문장이라도 다르게 다가오기 마련이다. 내가 KBS아카데미를 다니면서 만든 단편 '메모리'는 일본 원작 소설 '옛날의 내가 죽은 집'을 각색해서 만든 것이다. 각색하면서 느낀 것은 환경을 책에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책보다 더 완벽하게 만들어야 했다. 사실상 제작하면서 책 내용을 그대로 실현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각색 수준이 아니라 거의 창작 수준으로 만들었다.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는 원작보다 더 뛰어나다. 글로 이루어져 있던 장면을 글보다 더 섬세하게 다룰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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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장면 몇 가지를 꼽자면, 첫 번째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츠네오가 조제의 집으로 다시 온 장면이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조제는 쓸쓸히 혼자 지내고 있었다. 세상에 혼자 남겨진 조제는 츠네오가 온 것이 동정심이 아니라 사랑이길 바랬다. '가, 빨리 가'라고 조제가 말하자 츠네오는 집을 나서지만, 바로 조제는 츠네오를 잡고 말한다.


가라고 했다고 진짜 갈 사람이면 빨리 가버려

조제의 진솔한 사랑고백이었고, 속으로 조제를 사랑하고 있었던 츠네오의 감정도 표출시키는 대사였다. 둘은 그 전에도 사랑하고 있었지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첫 장면이다. 사랑을 쉽게 시작하지 못했던 그들의 마음 때문에 뭉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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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츠네오와 조제가 호랑이 앞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호랑이 앞에 온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좋아하는 남자가 생기면 가장 무서운 걸 보고 싶었어


세 번째는 할머니에 의해 세상과 소통하지 못했던 조제가 벽을 뚫고 나오는 장면이다. 츠네오라는 남자를 통해 용기를 얻고 사랑을 통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을 극복하는 조제의 마음을 가장 잘 드러내 주는 장면이 아닌가 싶다. 이동진 영화평론가는 '사랑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장면이라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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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난 뒤에 남은 먹먹함이 있었다. 영화 말미에 마치 출근하듯이 조제의 집을 나서는 츠네오가 조금 의아했는데, 그다음 장면에서 내레이션을 듣고 조금 놀랐다.


담백한 이별이었다


이 대사를 듣자마자 츠네오의 동생이 츠네오에게 했던 대사가 떠올랐다.


형...., 지쳤어?


둘은 정말 사랑했지만, 츠네오는 지쳤다. 그리고 조제는 이해했다. 그리고 이별했다. 이 모든 상황이 이해가 되니 가슴이 먹먹했다.


담백하게 이별하는 조제에게 그 사랑은 그것으로 충분해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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