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자, '비오는 날이면~ ' vs 윤흥길 '아홉 켤레 구두로~'
안녕하세요! '일간국어' 강병길입니다. 오늘은 1980년대 한국 사회, 특히 도시 소시민의 삶과 그들이 겪는 애환을 첨예하게 그려낸 두 작품, 양귀자 작가의 <비 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한다>와 윤흥길 작가의 <아홉 켤레 구두로 남은 사내>를 비교 분석해 보겠습니다. 한 작품은 중산층의 허위의식과 속물근성을 반성하며 이웃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는 과정을, 다른 작품은 지식인의 좌절과 허위의식을 통해 사회 현실을 비판합니다.
1987년 <문학사상>에 발표된 단편 소설로, 양귀자 작가의 연작 소설집 『원미동 사람들』에 수록된 작품입니다. 1980년대 부천시 원미동의 연립주택에 사는 '은혜네'(중산층 가정)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주인공 '그'(남편)는 목욕탕 누수 수리를 위해 찾아온 배관공 '임씨'를 처음에는 의심하고 속물적인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그러나 임씨가 보여주는 성실함과 정직함, 그리고 비 오는 날이면 떼인 연탄값을 받으러 가리봉동으로 간다는 그의 인간적인 사연을 통해 '그(남편)'는 자신의 허위의식과 속물근성을 반성하고 이웃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게 됩니다. 이 작품은 중산층의 이기적인 시선을 비판하고 진실된 이웃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1977년에 발표된 단편 소설입니다. 1970년대 후반,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의 부작용 속에서 몰락해가는 중산층 지식인 '오선생'의 비극적인 삶을 '나'(집주인이자 교사)의 시선으로 그린 작품입니다. 오선생은 대학까지 나온 지식인이지만, 투철한 직업의식과 고결한 정신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벽에 부딪혀 무능력하고 무기력한 존재로 전락합니다. 특히 그의 구두는 그의 허위의식과 지식인으로서의 자존심, 그리고 현실과의 불화를 상징하며, 결국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는 오선생을 통해 비합리적인 사회 구조와 위선적인 권력을 비판합니다.
양귀자의 <비 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한다>가 도시 중산층의 시선을 통해 자신들의 속물근성을 반성하고 소외된 이웃과의 진정한 관계를 모색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윤흥길의 <아홉 켤레 구두로 남은 사내>는 몰락한 지식인의 삶을 통해 부조리한 사회 구조와 허위의식을 더욱 날카롭게 비판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두 작품 모두 1980년대 한국 사회의 이면과 소시민들의 고뇌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명작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