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딸아, 내일의 너희에게 보내는 스물아홉 번째 편지
사랑하는 아들과 딸에게.
오늘은 너희에게 그 어떤 조언도, 교훈도 주지 않을 생각이다. 대신 내 마음속에 가득 차서 넘치기 직전인 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 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 펜을 들었다.
할머니를 떠나보내며 사랑한다는 말은 미루면 안 된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잖아. 그래서 오늘은 더 늦기 전에, 지금 이 순간 너희에게 꼭 하고 싶은 감사의 고백을 쏟아내 보려 한다.
가장 먼저, 너희가 이 세상에 태어나 나의 아들이 되고, 나의 딸이 되어준 것에 감사한다. 너희의 존재는 아빠 인생에 찾아온 가장 큰 기적이자 축복이란다. 너희가 없었다면 아빠의 삶은 얼마나 건조하고 삭막했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구나. 그저 내 곁에 숨 쉬고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나는 이미 충분히 감사하다.
부모라고 해서 늘 강한 것은 아니지. 아빠도 때로는 세상이 무겁고, 앞길이 막막해 불안에 떨 때가 있었어. 어깨가 축 처져 들어오는 날이면, 너희는 모른 척하지 않고 다가와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지.
어려운 일, 부끄러운 고민까지도 터놓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친구 같은 자식들이 있어서 얼마나 든든했는지 모른다. 너희의 "아빠, 힘내세요"라는 말 한마디, 따뜻한 눈빛 한 번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가장 강력한 연료였단다.
아빠가 여러 가지 문제로 마음이 시끄럽고 우울해할 때, 아무 말 없이 목욕 바구니 챙겨 들고 함께 사우나에 가준 아들아, 정말 고맙다.
뜨거운 탕 속에 앉아 함께 땀을 흘리고, 등을 밀어주던 그 시간들이 아빠에게는 그 어떤 심리 치료보다 큰 위로였어.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그 체온과 투박한 위로가 아빠의 우울함을 말끔히 씻어내주었단다.
살다 보면 집에 우울한 일이 생기기도 하고, 무거운 침묵이 흐를 때도 있었지. 그럴 때마다 너희는 눈치 보며 숨는 대신, 오히려 더 밝게 웃고 재잘거리며 대화를 시도해 주었어.
너희의 그 노력 덕분에 우리 집은 어둠 속에 오래 머물지 않고 다시 웃음을 찾을 수 있었단다. 너희는 우리 집의 분위기 메이커이자, 맑은 공기를 불어넣는 환풍기 같은 존재였어. 그 배려 깊은 밝음이 참으로 고맙구나.
좋은 일이 생겼을 때, 나보다 더 방방 뛰며 기뻐해 주던 너희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나의 성취를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함께 박수 쳐주는 너희가 있어서 기쁨은 배가 되고 행복은 완성이 되었단다.
사랑하는 아들과 딸아.
이 편지를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너희 생각만 하면 가슴이 벅차오르는구나. 너희는 아빠가 세상에 내놓은 것 중에 가장 잘한 일이고, 아빠가 받은 선물 중에 가장 귀한 보물이다.
이 감사의 마음을 담아, 지금 당장 너희를 한번 꽉 안아주고 싶구나. 나의 자랑, 나의 기쁨, 나의 사랑들아. 정말 고맙다.
너희가 있어서 오늘도 행복한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