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를 향한 감사
아들아, 딸아, 내일의 너희에게 보내는 쉰여덟 번째 편지
사랑하는 아들과 딸에게.
오늘은 문득 우리 가족, 특히 너희 두 사람에게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 펜을 들었다.
아들아, 요즘 법무법인 프로그램 개발 업무를 감당하랴, 대학원 공부까지 병행하랴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몸도 마음도 참 많이 고단할 텐데. 그 무거운 짐을 불평 없이 묵묵히 짊어지고 나아가는 네 모습이 아빠는 참 대견하고 또 고맙단다.
네 모습을 보며 아빠는 아주 오래전, 인생에서 가장 막막하고 힘들었던 시기를 떠올렸어. 신기하게도 아빠는 그때, 그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오히려 악착같이 책을 파고들며 공부를 했단다. 지나고 보니 그때 눈물 삼키며 했던 공부가, 대학교 4년 내내 편안하게 했던 공부보다 훨씬 내 머릿속에 깊이 남아 훗날 내 삶을 개척하는 가장 예리한 무기가 되어주더구나.
지금 네가 깎아내고 있는 수면 시간과, 피곤함을 이겨내며 쏟아붓는 그 땀방울들 역시 결코 너를 배신하지 않을 거란다. 지금의 치열함이 훗날 너를 가장 높은 곳으로 데려다줄 거라 확신하며, 아빠가 온 마음을 다해 너의 곁에서 응원하마.
딸아, 엄마가 아프고 난 뒤로 네가 보여준 모습들에 아빠는 늘 가슴이 먹먹하단다.
엄마 옆에 꼭 붙어서 하나부터 열까지, 집안의 크고 작은 일들과 병원 심부름을 네 일처럼 살뜰하게 챙기는 모습을 볼 때면 미안하면서도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네가 곁에서 든든한 간호사이자 친구, 그리고 때로는 엄마처럼 든든하게 자리를 지켜준 덕분에 엄마도 불안함을 내려놓고 치료에 전념하실 수 있었어. 네 따뜻한 온기가 우리 집을 지탱하는 가장 큰 처방전이었단다.
이렇게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가족을 위해 기꺼이 마음을 내어주는 너희 둘이 있기에, 아빠는 오늘도 벅찬 에너지를 안고 학교로 향할 수 있단다.
어제 주변의 누군가가 아빠에게 묻더구나. "학원에 계실 때에 비하면 수입이 참 많이 줄었을 텐데, 괜찮으세요?"
아빠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환하게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단다. "아니요, 저는 오히려 지금의 생활이 예전보다 훨씬 더 만족스럽고 행복합니다."
이건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한 빈말이 아니라 아빠의 진짜 진심이야. 비록 통장에 찍히는 숫자는 예전보다 줄어들었을지 모르지만, 내 삶의 질과 행복의 크기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기 때문이지.
돈을 조금 덜 버는 대신 아픈 엄마의 곁을 더 가까이서 지킬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얻었고, 눈빛이 살아있는 학교 아이들과 호흡하며 교사로서의 진짜 보람을 되찾았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힘들 때 서로를 보듬어주는 너희들이 내 삶에 이렇게 든든한 버팀목으로 존재하고 있는데 아빠가 도대체 무엇을 더 바라겠니.
사랑하는 아들과 딸아.
돈으로 살 수 없는 이 평온함과 가족의 온기가 아빠를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으로 만들어주고 있단다. 너희가 내 아이들이어서, 그리고 우리가 가족이어서 참으로 다행이고 감사한 하루다.
너희도 오늘 하루, 각자의 팍팍한 일상 속에서도 벅찬 감사함을 발견하는 하루가 되기를 바란다.
너희 덕분에 오늘도 힘차게 교단에 서는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