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고민하는 아들에게
아들아, 딸아, 내일의 너희에게 보내는 쉰일곱 번째 편지
오늘은 특별히 결혼을 계획하면서 현실적인 고민에 빠진 사랑하는 아들에게 이 편지를 띄운다.
요즘 네가 결혼을 진지하게 생각할 나이가 되면서, 막상 신혼집을 구한다고 가정하면서 막막해하는 모습을 보며 아빠도 마음이 쓰이더구나. 네가 짊어진 그 고민의 무게가 어떤 것인지 아빠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단다.
지금 너희 세대가 마주한 현실은 참으로 가혹하지. 괜찮은 전세는 씨가 말라버렸고, 무리해서 집을 사자니 대출 문턱은 턱없이 높아져 꽉 막혀버렸어.
차선책으로 서울 외곽의 빌라는 어떨까 고민해 보지만, 나중에 집값이 떨어지거나 제때 팔리지 않아 발이 묶일까 봐 두렵지. 그렇다고 다시 서울로 들어오자니 수중에 가진 돈으로는 턱없이 부족해서 한숨만 나오는 상황. 이리저리 계산기를 두드려보아도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는 꽉 막힌 미로 속에 서 있는 기분일 거다.
아들의 그 무거운 한숨 앞에서, 아빠는 문득 엄마와 결혼하던 옛 시절을 떠올려 보았단다. 우리가 결혼할 때 말이야, 놀랍게도 아빠는 지금 네가 하는 그런 복잡한 걱정들을 거의 하지 않았어.
우리가 대단한 자산가여서 그랬을까? 아니, 전혀. 아빠와 엄마는 수중에 모아둔 돈도 별로 없는 빈털터리였단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저 함께 있고 싶다는 마음, 어떻게든 이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는 열망 하나로 겁 없이 덜컥 부부의 연을 맺었지.
물론 시작이 미약했던 만큼, 결혼하고 나서 한참 동안은 팍팍한 현실에 참 많이 부딪히고 힘들게 살아야 했어. 하지만 텅 빈 방에서도 함께라면 웃을 수 있었고, 서로의 체온에 기대어 치열하게 버티다 보니 어느덧 너희 남매를 낳고 이렇게 행복하고 따뜻한 가정을 이루게 되었단다.
아들아, 아빠가 너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눈앞에 놓인 거대한 현실의 벽에 짓눌려, 너무 먼 미래의 걱정까지 미리 끌어와 오늘을 망치지는 마라.
"완벽하게 준비된 결혼"이라는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단다. 지금 당장 모든 조건이 다 갖춰져야만 행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야. 걱정은 잠시 한편에 미루어 두고, 지금 네 곁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며 '오늘'에 충실하게 살아보렴.
당장 풀리지 않을 것 같은 막막한 숙제들도, 묵묵히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아가다 보면 어느덧 얽힌 실타래가 조금씩 풀려 있더구나. 상황이 바뀌든, 제도가 바뀌든, 아니면 너의 능력이 커지든, 결국 '시간'이 지나면 많은 문제는 스스로 해결의 길을 찾아간단다.
너무 완벽하게 시작하려 애쓰지 마라. 약간은 부족하고 모자란 채로 시작해서, 두 사람이 함께 땀 흘려 그 빈칸을 채워가는 과정이 바로 '부부'가 되어가는 진짜 묘미란다.
지금 네가 겪는 이 막막함 또한 훗날 너의 가족을 단단하게 지켜주는 훌륭한 밑거름이 될 거야. 아빠와 엄마가 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응원하고 있을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네 인생의 아름다운 다음 장을 씩씩하게 넘겨보거라.
너의 든든한 편이자 선배인,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