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카르텔의 출발

정보력이라 말하고 돈줄이라 부른다.

by 하늘을 나는 백구

처음에 K는 일이 쉽고 빠르게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통장에서 돈이 나간 정황과 본래 용도와 다르게 쓰인 증거가 차고 넘쳐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은 K의 생각대로 진행되지만은 않았다. 검찰에서 사기 혐의로 바지 사장인 강불희를 구속기소하려 했지만, 영장은 발부되지 않은 채 불구속 기소가 되어 버렸다. 게다가 상대편에서는 오히려 K를 횡령과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형식상 K가 별도로 운영하는 출판사의 대표는 강불희였지만, 실질적인 대표는 K라는 이유에서였다.

사실이었다. K는 형식적으로는 강사였지만 실질적으로 출판사의 대표였기 때문에 소송은 서로의 증거목록을 검토하는 데만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모든 서류는 바지사장 강불희가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K는 정황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람들에게 받은 진술서가 대부분의 증거였다. 결과적으로 강불희의 죄가 인정되었지만 집행유예를 받게 되었고 K가 원하는 대로 법정 구속은 되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강불희는 법원에서 지급하라는 돈을 K에게 돌려주지 않고 있었다. 30억이 넘는 돈은 그렇게 강불희가 진행한 사업비 명목으로 사라져 버렸다. 게다가 강불희는 오히려 K에게 받을 돈이 있다면서 앞에서 말한 돈보다 큰 액수의 소송을 별도로 진행 중이었다. 이래서는 쉽게 결론이 맺어지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던 중 강부희 쪽에서 언론 플레이를 시작한 것이다. 시작은 목동에 있는 감나무 학원에서다. 그곳 학생이 정리한 내용을 일간지 기자가 기사화하였고, 이게 일파만파 퍼지기 시작했다. 내용은 모의평가를 실시하기 전에 정리한 내용과 모의평가 실제 내용이 너무 똑같이 일치한다는 것이었다. 그가 보기에도 심할 정도로 내용이 유사해 보였다. 그는 K에게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련이 올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의 집에 경찰청 특수수사과 직원들이 압수수색 영장을 들고 찾아왔다. 내용은 주요 참고인으로 압수수색을 하게 되었으며, 수사에 협조를 부탁한다는 것이었다. 덩치가 그리 크지 않지만 다부진 몸을 지닌 사내 4명이 동시에 집안으로 들어와서는 이것저것을 뒤지고, 마지막에는 아이들 공부방에 있는 컴퓨터까지 전자장비를 동원해 뒤졌다. 집을 나서면서 그에게 휴대폰을 제출하라 말하고는 다음 날 경찰청 11층에 위치한 특수수사과로 찾아오라는 말을 남기고 그들이 떠난 뒤 집은 어수선하기 짝이 없었다. 그가 K에게 최초로 출제위원을 소개해 준 일이 문제가 되었던 것이다.

경찰청 특수수사과의 조사실은 그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는다. 마치 내시경을 하기 위해 내장을 모두 비워낸 사람처럼 뇌에 붙어있는 작은 기억의 조각들까지 탈탈 털린 후에야 그곳을 나올 수 있었다. 수사관들은 처음에 그의 통화목록 가운데 여자 이름들만 언급하며 관계를 물었다.

" 이**이 누구죠?"

" 누리 학원 원장님이요."

"그럼 최**은 누구죠?"

"평촌 학원장인데요."

"김**은요?"

"그분은 어머님인데......"

그 후에 본격적인 질문이 시작되었다. 혹시나 그가 남들에게 밝히기 어려운 여자관계라도 나오면 질문에 대한 답을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 때문이라는 점을 그도 느낄 수 있었다.

수사관은 학생의 정리노트와 모의평가 문제지 등을 토대로 그에게 유사성 관련 질문을 했으며, 그는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 최초로 다른 사람의 질문에 진실된 마음으로 답변을 했다. 질문이 채 끝나기 전에 답변을 시작하기도 했으며, 질문하지 않은 내용도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추가로 답변을 하게 되었다. 그는 다소 이상한 점을 묻기도 했지만 반박이나 반발이라기보다는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추가로 제공하기 위한 방법이었음에 형사들도 큰 문제 제기를 하지는 않았다.


대치동에 있는 김 선생과 박 선생도 같은 내용을 강의 중에 말한 것으로 아는데 그들은 왜 조사를 하지 않는 거죠?

우리는 주어진 일만 합니다. 정해진 대로 가는 겁니다.


이후 평가원 출제위원과 K의 관계를 집요하게 물었다.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았는데 진술서를 검토하고 나니 8시간이 흘러있었다. 이후로도 3번을 더 조사를 받고 그는 완전히 혐의를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런데 K에 관한 기사가 2주 넘게 언론에 언급되고 있었고, 끝내 구속 수사로 이어지게 되었다. 이후 사람들의 기억 속에는 K의 존재가 사라졌지만, K는 업무방해 혐의로 징역 1년을 복역하고 다시 출소한 뒤 초라하게 강사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동안 강불희는 끊임없이 언론과 접촉하면서 K의 비리를 폭로하고 다녔다. K가 진행 중인 자신과의 소송을 유리하게 이끌어 가기 위한 것이었다. 소송의 결과는 양쪽 모두 패배로 끝났다. 강불희는 집과 모든 사업채를 잃었고, K는 명성과 강의할 수 있는 공간을 잃었다.

그는 그 일이 있은 후, 학원 운영보다는 조용히 강의에 집중하는 쪽을 택했다. 따라서 가끔 학원가에서 만나는 과거의 인연들이 그에게 '원장님'이라는 호칭을 붙일 때도, 그는 펄쩍 뛰면서


원장은 무슨 원장이요. 이젠 그냥 선생이지......


라며 말을 끊었다.

작은 국어학원의 원장과 대치동 보습학원의 원장일도 해 보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수익이 좋지 않아 결국 재수종합학원에서 강의와 담임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계속> 본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 학원명, 사건은 모두 허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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