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를 실현하는 프로세스를 참여자들을 위한 '유럽 사회혁신 툴킷'
100up에서는 문제정의와 더불어 그 이후의 문제 해결 과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론들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 방법론들이 문제 해결의 완벽한 솔루션은 될 수 없지만, 분명 문제를 바라보는 인사이트를 주고, 문제해결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도구가 될 거에요. 우리 함께 살펴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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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못가도 #사회혁신은한다 #변화의나선형
2003년, 네덜란드에서 TV프로듀서로 일하던 Teun van de Keuken 는 서아프리카 코코아 농장에서 벌어지는 아동노동 문제에 대한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그는 해당 문제와 관련하여 주요 초콜릿 회사에 연락을 하였으나, 아무도 그에게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초콜릿 농장에서 벌어지는 아동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그는 어떤 단계를 거쳤을까요?
1. 더 나은 세상, 아이디어만으로 가능할까요?
사회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아이디어가 실제 결과물로 나타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문제를 다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고, 지금 내 아이디어가 과연 괜찮은지 자신있게 말하기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실행을 하려는 단계에서도 우리가 지속할 수 있을지, 필요한 자원은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 좋은 반응을 받았는데 순간의 이벤트처럼 찻잔의 태풍에 그치지 않을지… 혁신을 해 나가는 단계단계마다 계속 이슈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혹시 좋은 가이드라인이 있다면, 내가 지금 어떤 상황에 있는지, 그리고 무엇이 필요한지 보다 명확히 알 수 있지 않을까요?
2012년 시작된 유럽 사회혁신 대회(Europe Social Innovation Competition)는 매년 특정 주제를 정하여 유럽이 현재 경험하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들을 모으고 그 아이디어들이 실제 결과물로 이어지도록 돕습니다. 대회의 주제를 살펴보면 2017년에는 '다시 떠오르는 평등(Equality Rebooted)', 2018년에는 '지역을 다시 생각하다(Re:Think Local)', 2019년에는 '플라스틱쓰레기에 맞서다(Challenging Plastic Waste)' 였습니다. 대회에 지원하는 수천개의 팀 중에서 준결승에 진출하는 30여 팀들을 대상으로 워크숍과 교육을 진행하는데, 2018년부터는 해당 워크숍에서 활용하고 있는 툴킷(Social Innovation Toolkit)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유럽 사회혁신 툴킷은 사회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기 원하는 유럽의 모든 사회혁신가 지원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사회혁신과 관련한 아이디어를 실행 가능하고 효과적인 계획으로 전환하여 적합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역량을 키워나가기 위해, 사용 가능한 다양한 방법과 설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특히, 잘 알려져 있는 '혁신의 나선형 모델'과 더불어 문제 프레이밍, 수익 창출, 이해관계자 참여 및 커뮤니케이션, 지속가능성 및 임팩트 측정 등 문제 해결 과정의 다양한 이슈를 경험하게 되는 소셜 벤처 등의 조직을 만들고 운영하는데 필요한 내용들이 담겨있습니다.
2. 툴킷은 왜 만들어졌나요?
이 툴킷은 변화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사회 혁신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사회 변화에 관심을 가진 당신의 여정을 어떻게 형성하고 촉매 작용을 하는지 알 수 있도록 설명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100up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사회를 더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려는 사람에게 필요한 지원을 하고자 함입니다.
혁신은, 특별히 사회혁신은 복잡하고 예측할 수 없고 위험한 (원어로는 지저분하다는 뜻도 지닌 ‘messy’ 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 과정입니다. 기존에 지배적인 패러다임에 문제를 제기하고 때로는 그로 인한 불편함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변수가 많습니다. 특정 단계에서 오랜 시간을 쏟을 수도 있고, 적절한 환경이나 지원을 받는다면 몇 단계는 건너뛰거나 역순으로 갈 수도 있지요. 하지만 처음에 말한 것처럼 가이드라인이 있다면, 복잡한 변수들 속에서도 내가/우리가 지금 어떤 단계에 있는지 조금 명확히 알 수 있고, 필요없는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3. 유럽 사회혁신 툴킷의 일곱가지 단계 : 변화의 나선형
이 툴킷은 2010년 영국의 사회혁신지원기관 Nesta에서 발간한 [The Open Book of Social Innovation] 에서 처음 소개된, 혁신의 나선형 (Spiral of Innovation) 모델을 기반으로 합니다. 이 모델은 나선형이라는 설명에서도 느껴지듯, 혁신이 단선적으로 동일하게 진행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가속을 얻기도, 때로는 이전 단계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2010년 처음 만들어진 혁신의 나선형 모델은 6단계로 설명 하였으나, 현장과 전문가들의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해 현재 7단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단계별 상세한 설명 역시 유럽사회혁신 대회에 수년간 함께 한 워크샵 리더 및 코치의 전문지식과 의견을 통해 수정,보완하였습니다)
(1) 기회와 도전 탐구
새로운 사회적 필요/문제가 발생/발견하였을 때 일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문제를 인식했을 때, 혁신이 필요한 근본원인 파악이 중요합니다. 과속이 일반적으로는 문제지만 응급차는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 예외적 규칙을 적용할 수 있듯이, 현상만 보지않고 종합적인 맥락을 이해하여 올바른 문제를 파악하여야 합니다.
(2) 아이디어 도출
보다 분명하고 적합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다양한 선택지 가운데 적합한 선택을 하는 단계입니다. 디자인 씽킹 프로세스 단계인 더블 다이아몬드(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발산’과 최고의 아이디어를 선택하는 ‘수렴’ 과정을 거쳐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찾는 방법)를 주로 활용합니다.
(3) 개발 및 테스트
아이디어가 실제 어떤 결과를 낼 수 있을지, 본격적으로 구현하기 전에 현장에서 실험을 하는 과정입니다. 필수적일 수 밖에 없는(?) 시행착오를 통해서 문제 및 해결하려는 분야 그리고 잠재거 갈등요소에 대한 이해가 보다 높아집니다. 해결책이 보다 정교되어, 보다 실제적이고 효과적인 프로젝트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4) 사례 만들기
비즈니스 모델을 확인하는 단계입니다. 우리에게 적합한 펀딩 및 수익모델은 무엇일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파트너를 어떻게 찾는지, 그리고 어떻게 성과를 측정평가할지 등을 점검합니다.
(5) 전달 및 실행
개념에서 현실로, 실제 비즈니스로 프로젝트를 이동시키는 단계입니다. 지속가능한 실행 계획 및 관리에 초점을 맞춥니다. 팀 구성하기, 리더십, 외부와의 커뮤니케이션 등에 중점을 두는 단계입니다. 또한 혁신으로 얻은 결과를 분석하면, 향후 원하는 결과를 달성하기 위해 개선할 과정을 잘 테스트했는지 확인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6) 성장/확장 및 확산
처음 집중했던 분야에서 혁신이 일정부분 성과를 얻었을 때, 그 영향력을 높이는 단계입니다. 그런데 무조건적인 확장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기존 비즈니스 모델이 흔들리거나 목적과 어긋나는 선택을 고민할 수도 있고, 다른 환경에서는 너무 복잡하거나 특정 개인의 재능을 기반으로 하였을 때 역효과 날 수 있습니다. 다른 맥락에서도 잘 적용될 수 있는지, 변화과정 가운데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7) 시스템 전환
어쩌면 이상적인, 기존 6단계가 잘 되어도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동시에 혁신의 목적이 효율적으로 달성되고 장기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기존 시스템에 전환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운영중인 시스템과 그 시스템의 역할, 그리고 다른 시스템의 역할에 대한 명확한 분석을 기반으로 합니다.
4. 유럽사회혁신툴킷의 적용사례
글의 처음에서 언급했던 Teun van de Keuken 는 초콜릿 농장에서 벌어지는 아동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단계를 거쳤을까요?
2003년 초콜릿 관련된 아동 노예 상황에 대한 조사를 한 후, 그는 초콜릿을 구매한 자신을 아동노예제도의 공범(Chocolate Criminal)이라며 스스로를 네덜란드 정부에 고발하였습니다. 판결을 기다리던 2005년 Teun은 약 5,000개의 공정무역 초콜릿을 'Tony’s' 라는 브랜드로 만들어 많은 관심을 받습니다. 2008년 네덜란드 최대의 초콜릿 생산회사가 Tony’s의 사례를 따라 공정 무역 인증을 받았고, Tony’s는 판매수익을 기반으로 코코아 농가 커뮤니티에 도움을 주는 비영리단체인 'Chocolonely Foundation' 을 만듭니다.
2009년에는 옥스팜 네덜란드 지부의 도움으로 ‘Tony 's in Africa’ 라는 연구 프로젝트로 초콜릿 공급망을 개선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아프리카의 코코아 농장을 방문하여 농부, 농장협동조합들과 대화를 나누었고, 이 대화를 토대로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2012년, Tony’s는 ‘업계는 여전히 불평등한데, 초콜릿바는 동일한 규격으로 나누어진 것은 이상하다’는 메시지와 함께 각기 다른 모양으로 쪼개져있는 새로운 초콜릿바 제품을 내놓습니다. 2013년부터는 초콜릿 패키지에 초콜릿에 사용된 코코넛을 생산한 농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표기하여 아동 착취 방지로 한 걸음 더 나갔습니다.
2014년에는 코코아 농사의 기본 생활비에 대한 연구를 토대로 책정된 금액을 현지 농부들에게 지불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 금액은 타 초콜릿 회사의 평균 가격보다 25% 많은 금액이었습니다. 2015년에 Tony 's Chocolate은 견고한 공급망을 통해 영국 등 해외로도 진출하였습니다.
'Tony’s'의 사례에서 유럽 사회혁신 툴킷과 관련된 단계들을 살펴볼 수 있을까요?
(1) 기회와 도전 탐구 : 우선 그는 관심을 가진 문제에 대한 기존 연구사례가 무엇인지, 어떠한 해결방법을 시도했는지 먼저 살펴보았습니다. 이를 통해 정보 생성 및 수집에 소요되는 시간과 자원을 절약 할 수 있습니다.
(5) 전달 및 실행 : 또한 스스로를 "초콜릿 범죄자"로 표현하거나 "불균등하게 나뉘어 진"초콜릿 바를 만드는 선택은, 공익적 목적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끌어오는 홍보방법에 대한 영감을 줍니다.
(7) 시스템 변화 : Tony 's는 사회혁신 프로젝트가 시스템(초콜릿 산업)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제품을 지속적으로 혁신하고 관련 사례를 소개하는 등, 실천을 통해 모범적인 예시를 보였습니다. 이를 통해 공급망에 있는 파트너와 훨씬 규모가 큰 초콜릿 생산자 모두 Tony의 행동에 영향을 받게 됩니다.
이처럼 Tony’s는 문제에 대한 명확한 이해, 아이디어에 대한 테스트, 주요 파트너와의 협력, 뛰어난 홍보 전략, 적절한 타이밍에 확장 및 확산을 하며 시스템의 변화까지 이끌어 냈습니다.
5. 툴킷 활용 시 주의할 점
툴킷에서 일곱 단계를 소개하였으나, 순서대로 이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것은 이상적인 모습입니다. 앞에도 말씀드린 것처럼, 그리고 혁신이라는 이름 자체가 상징하는 것처럼, 다양한 변수와 환경이 이 모든 과정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그래서 단계가 반복되기도 하고, 잘 진행되다가 근본원인을 재확인하거나 테스트를 해야 할 상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또한 제도, 정책, 이해관계자들의 변화가 상당한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순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불안해 하거나 잘못되었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현재 상황을 이해하고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돌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이 무조건적인 규범은 아니므로 참조하면서 각각의 특성에 맞게 만들어가면 되는 것이지, 그 안에 묶여 지금 내가 실제 해야 할 일을 방해하면 안 되겠지요? :)
'유럽 사회혁신 툴킷'의 2018년도 버전을 아름다운재단이 번역하여 발간하였습니다. 전체 내용을 보고 싶으시다면, 아래 링크에서 다운받으실 수 있습니다.
> 아름다운재단 '유럽 사회혁신 툴킷 2018'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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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손호석
다양한 사회혁신 조직에서 일을 하다가 프리랜서로 전향하여 여러 사이드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8년 서울시NPO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아 밀레니얼과 사이드 프로젝트 관련 연구를 진행하였고, 아름다운재단에서 발간한 '유럽 사회혁신 툴킷 2018'의 공동 번역자로 참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