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 ; 복학생과 새내기

종소리가 울리고 눈이 부신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by 박바코

1학년 1학기가 끝나고 기숙사에서 여름을 지내던 중, 동기와 점심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갑자기 비가 오니 데리러 와달라는 전화에 귀찮다 툴툴대며 나왔는데, 정말 비가 쏟아지듯 내리고 있었다.
‘이 정도면 와달라 할만하네.’라고 생각하며 알려준 가게로 걸어갔다.
학교 근처 김치찌개 가게의 문을 열자, 김치와 고기 향이 뒤섞인 기름진 냄새가 훅 들어왔다.
배가 고파진 나는 서둘러 동기를 데리고 나가야겠단 생각에 가게를 두리번거렸다.
동기는 몇몇 학교 선배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그 자리에 2학기 복학을 앞둔 선배 한 명이 있었다.
선배는 가장 안쪽. 나는 그 맞은편 대각선 자리에 앉았던 것 같다.
짧은 머리를 가린 모자, 커다란 덩치, 크고 두꺼운 뿔테 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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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례적인 인사가 끝나자마자 그는 내게 활짝 웃으며 말했다. ‘바코!’
무슨 말인가 하니, 둥근 코를 가진 내가 바다코끼리를 닮았단 것이다. 그걸 줄여서 바코.
동기들과 서로 놀리는 것에 이골이 난 나였지만, 그럼에도 바다코끼리는 어이가 없었다.
사람이 닮기엔 너무 못생긴 거 아니냐구요.
훗날 연인이 되고 난 후 왜 그런 말을 했냐 물었을 때, 그는 그게 귀엽다는 뜻이라 말했다.
아니, 강아지나 고양이 같이 그토록 많은 귀여운 동물 중 하필 바다코끼리라니.
지금 생각해도 그걸 듣고 좋아할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싶지만,
단어의 어감이 귀엽고 독특한 바코는 지금까지 애용하는 별명이 되었다.
이 별명을 생각하면, 어색할 틈도 없이 장난과 웃음으로 채워진 첫 만남이 떠오르고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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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시작되었다. 흔하디 흔한 복학생과 새내기라는 소재처럼 너무나 평범한 시작이었다.
글을 쓰며 로맨틱한 부분을 어떻게든 찾아 포장해볼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특별할 게 없었다.
그럼에도 그 평범한 하루에서 아직까지도 많은 게 기억이 난다.
동기와 가려고 했던 식당은 정말 자주 먹던 회덮밥을 파는 가게였다.
난 초록색 비니를 쓰고 연청색 멜빵 치마를 입었고, 쏟아진 비에 양말은 꿉꿉했다.
시간이 지나 그 식당은 문을 닫았고, 요즘은 그런 옷차림을 입지 않는다.
그러나 비슷한 장소를 지난다거나 그 옷을 입은 사진을 보게 될 때 언제든 처음 만난 날을 떠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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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첫 만남은 분명, 종소리가 울리고 눈이 부신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나를 마주 보며 활짝 크게 웃는 그를 보았을 때 분명 느꼈던 것 같다. 우리는 잘 될 거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