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2일 화요일 오후의 날씨 일기

마음속에라도 해를 띄우자

by 박바코
두 달 전 써두었던 날씨 일기를 다시 보았다.
맑은 날씨 하나에 이렇게 행복해하는 글을 읽으니,
흐리고 먼지 가득한 오늘 공기와 함께 쳐져있던 마음이 조금은 맑아진다.
마음속에 해를 하나 띄어야겠다.
밝은 햇볕과 함께 하는 거처럼 하루를 보내야지 싶다.


2020.09.22

다른 글을 쓰다가 잠깐 베란다에서 하늘을 봤는데 날씨가 너무 좋다.
이 좋은 날씨를 이만큼만 즐기는 게 아까워졌다.
‘오늘이 주말이면 애인이랑 어딘가 나갈 텐데-‘
‘코로나만 아니면 여기저기 놀러 다닐 텐데-‘
아쉬운 마음만 들다가 그런 생각에 쓰는 시간조차 아깝단 생각이 든다.
어떻게 더 즐기고 새길까 고민하며 괜히 아이패드를 들어 사진을 찍어본다.
지난번에 날이 좋았을 때 찍은 거랑 다를 게 없는 사진이다. 같은 날이라 해도 이상할 게 없다.
그래도 빛에 집중하고 이미지를 프레임 안에 넣어보는 이 시간이 좋아서 사진을 남겨둔다.
그러다 글을 쓰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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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는 요즘 내 기분의 오 할은 차지하는 거 같다.
종잡을 수 없는 것에 너무 많은 역할을 주나 싶기도 하지만,
그래서 이런 맑은 날은 그냥 행복해진다.
맑고 따듯한 날씨가 좋다. 빗소리도 좋아했었는데 이번 긴 장마가 취향을 단단히 바꿔버렸다.
오늘 날씨는 해가 깊다. 베란다를 넘어 투명한 유리창을 지나 선반 앞쪽까지 들어와 있다.
하늘은 저녁이 가까워지면서 레몬색이 살짝 섞여있는 부드럽고 밝은 푸른색이다.
구름은 고르다. 크고 작은 힘겨루기를 하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늘어져있다.
가만히 서있는 나무들 사이로 지나가는 차의 유리창이 반짝거린다.
집이 금방 데워진다. 문을 살짝 여니 조용한 바람이 들어온다.
같은 날씨도 매번 다르고 섬세하게 느낄 수 있는 내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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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곡 반복 재생을 하며 글을 써서 계속 같은 가사가 흘러나오는데,
그중 이 말이 오늘의 날씨를 잘 표현해 주는 거 같다.
‘우리 같이 영원을 꿈꾸자’
이따 집에 올 애인도 오늘만 있는 하늘의 색을 찾고,
느린 바람이 팔을 스쳐 지나가는 걸 느꼈으면 좋겠다.
그래서 기분이 좋았길, 나처럼 괜찮은 하루를 보냈길 바란다.
해는 몇 시간 후면 사라질 거고 내일은 하늘이 탁할지도 모르겠다.
구름은 벌써 모양이 달라져있다.
그래도 계속해서 올 순간들을 이렇게 써내고 같이 이야기할 수 있다면,
영원을 꿈꾸자는 그 거창한 고백이 하고 싶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