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저어가는 우리 둘의 배

깊이 잠수하며 찾은 걸 말해줄게

by 박바코

애인의 기쁨이 내 기쁨이고, 나의 슬픔이 애인의 슬픔이고 하지만서도.

일들은 하루에 하나씩 똑 떨어지게 일어나지 않는다.

어느 날은 마음껏 좋아만 하고, 다음 날은 맘 편히 위로만 하면 참 깔끔하련만.

둘 중 누군가는 자랑하고픈 기쁜 일이 생긴 날에

다른 한 명은 괜스레 풀 죽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요즘에도 그럴 때가 종종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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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은 회사 일을 꽤 즐긴다.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던 애인은 가장 그림을 많이 그릴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되었다.

자동차 디자이너가 된 그는 이제는 꽤 진지하게 일을 대한다.

단순히 주어진 일을 쳐내는 걸 넘어, 본인이 더 잘할 방법을 성실히 고민한다.

학생 때 보지 못한 새로운 모습이다.

그런 애인을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묻지도 않은 말에 입이 근질거리다가도, 남들은 관심도 없을 걸 뻔히 아니 맘을 꾹 누른다.

그만큼 나는 가지지 못한 그 모습이 멋지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방향을 고민하며 나아간 덕에 크고 작은 성과들을 얻고 있다.

그날도 그랬던 거 같다. 함께 기뻐할 소식을 알려주는 애인의 연락을 보고 있던 날,

나는 가고 싶었던 회사의 면접에 떨어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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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에서 떠오르는 할 수 있는 건 죄다 했던 거 같다.

예상 질문을 만들고 계속해서 답하고, 회사가 운영하는 브랜드 스토어에 가 몇 시간을 앉아 공부했다.

가기 전날엔 옷을 정성껏 다리고, 손톱도 깔끔하게 정리했다.

모든 질문이 준비한 범위 안에 나왔고 자신 있었다.

그리고 깔끔하게 똑 떨어졌다.

많이 자책했다. 뭐가 문제였을까. 과정을 거꾸로 재생하고, 다시 재생하고, 다시 자책했다.

결과를 애인에게 보내자 평소처럼 다정한 답장이 왔다.

괜히 미안해졌다. 몰려온 내 아쉬움에 본인의 기쁜 일은 휩쓸려가는 거 같아 미안했다.

근데 나도 속상한 걸 어떡해-라며 위로받고 싶은 마음과,

그럼에도 어른처럼 성숙하게 상대를 축하해 주고 싶은 마음이 물살 속에 부딪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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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감정이 이렇게 밀려올 때 우리 배는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 걸까?

애써 쿨한척하려는 내 모습이, 억지로 배를 끌고 가려 손에 힘을 꽉 준 거처럼 느껴진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밀려오는 파도 속에선 힘줘봐야 괜히 손에 쥐만 날뿐이다.

같은 배를 타고 나아가는 우리지만, 꼭 매 순간 함께 노를 저을 필요는 없다.

나아가야 할 물살이 올 때. 그때 하나둘 구호를 맞추면 된다.

지금은 각자 다른 파도를 찬찬히 느끼면 된다.

함께 가는 이 여행에서 앞으로도 수많은 서로 다른 순간들이 올 거다.

그럼 한 명이 깊이 잠수를 해서 묻혀있던 귀한 걸 찾아 들고 오는 동안,

다른 한 명은 잠시 숨 돌리며 경치를 구경하면 된다.

또 누군가 쉬고 싶어져 햇살을 쬐는 동안, 다른 한 명이 다음에 나아갈 길을 찾고 있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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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아쉬움을 들고 깊이 잠수하려 한다.

애인은 기꺼이 함께 내려가주겠지만 혼자 고요한 물속에 들어갈까 싶다.

아쉬움에 휩쓸려 보이지 않았던 조각을 찾을 수 있을 거 같다.

그 조각을 소중히 모으다 보면 다음의 나는 더 잘 나아갈 수 있을 거다.

그렇게 다시 물 밖으로 나오면 충분히 대화하려 한다.

내가 찾은 조각에 대해, 또 애인이 그동안 본 풍경이 어땠는지 이야기할 거다.

각자 저어가는 우리의 배는 그렇게 더 여유롭고 단단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