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웬수야

알코올사용장애 환자의 핑계

by 정신간호사 혜니

누구보다 성실했고 착했고 강했던 사람.
어리석게도 그 당시에는 그랬다. 아린 가슴을 해소시켰던 고약하고 비렸던 것에 힘을 빌려서라도 그 무거운 것을 혼자 짊어지려 애썼을 뿐이다.

비통하게도 정성스럽게 쌓아 올렸던 모든 것들은 이미 떠난 지 오래되었고 남아있는 거라곤 푹 꺼진 두 볼과 앙상한 다리와 퉁퉁 부은 발.

그 누가 정신병자라 욕해도, 한심한 실패자라 해도 누가 알아줄까. 소싯적엔 새벽 4시에 일어나 도시락을 싸서 16시간을 땀 흘리며 일하고 밤늦게 들어와 아이들 밥까지 챙겨줬던, 쉬는 날엔 집안 농사일까지 도와줬던 성실했던 그였는데.

"신이시여, 바꿀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그것을 수용할 수 있는 마음의 평안을 주시오며 바꿀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그것을 과감히 변화시킬 수 있는 용기를 주시옵고 그리고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을 구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시옵소서."

그렇게 무릎 꿇고 한참을 기도했다.


*니버의 평온의 기도

알코올중독자 자조모임인 AA (Alcoholics Anonymous)에서 이 기도를 자주 낭독하면서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알코올중독

월요일 연재